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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불신받는 감정평가

도일 남건욱 2006. 3. 10. 04:02

2004.12.24[한겨레]
<불신받는 감정평가>

1.고주물평가 실패
2.비리 저질러도 철밥통
3.소신과 현실사이
4.협의냐 담합이냐 몇몇 감정평가사들의 허위감정은 유혹에 빠져든 개인적이고 일부의 문제지만, 감정평가사들이 소신대로 평가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고 감정평가사들은 입을 모은다. 곧, 의뢰인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법에 규정된 이른바 ‘적정가격’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공시지가·보상가 맞춤생산

신뢰 잃은 공시지가 평가 =‘건설교통부장관이 조사·평가해 공시한 표준지의 단위면적당 가격’으로 정의되는 공시지가는 지난 1989년 지가공시 및 토지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지공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됐으며, △감정평가사가 담보평가 등 다른 용도로 감정평가할 때는 물론 △재산세 및 양도·상속·증여세 등 여러가지 세금의 부과 △수용·사용 보상금 △국·공유지의 취득이나 처분 등 땅에 대한 여러가지 평가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공법은 공시지가를 ‘적정가격’으로 평가하도록 규정하면서 ‘적정가격이란 해당 토지에 대하여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적정가격은 곧 시가를 의미한다. 그러나 공시지가가 현재 시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건설교통부의 의뢰로 감정평가사들이 지난해 1월1일 기준으로 전국 50만 필지의 표준지 공시지가를 조사하면서 적정가격을 함께 조사한 결과, 평균 공시지가는 28만여원이고 평균 적정가격은 35만여원으로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평균 66.7%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서울 및 대도시보다 지방, 상업용지나 주거용지보다는 농경지나 임야의 현실화율이 훨씬 낮다(표 참조).


이렇게 법과 현실의 괴리가 생긴 이유에 대해 올 1월 건교부와 한국감정평가연구원이 공동연구해 펴낸 <공시지가 현실화 방안에 대한 연구>에서는 △공시지가가 애초 토지공개념 차원에서 도입돼 낮은 가격으로 출발한 데다 △재산세 등에 대한 조세저항을 우려한 지자체의 공시지가 현실화 기피 △재산세와 연동되는 건강보험료 등 조세 이외의 부담 증가 등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감정평가사들은 공시지가를 정책적 목적으로 통제해 온 건교부의 몫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재산세 저항’ 우려도 악영향 건교부가 외환위기 이전에는 부동산 투기억제라는 정책목표 아래서 공시지가를 낮게 유지하다가 외환위기 때 부동산 값이 폭락하자 공시지가가 못내려가게 붙잡았으며, 부동산 투기에 따른 시세차익 환수 등 정책목표를 바꿔 공시지가 현실화 5개년계획을 세운 뒤 최근 2년 사이에는 매년 20% 이상 공시지가가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위적인 공시지가 통제는 결국 공시지가 및 이를 평가하는 감정평가사들에 대한 신뢰의 저하라는 결과를 낳고, 감정평가사들에게는 직업적 자부심의 손상을 가져오고 있다.

 

투기억제·조세정책따라 인위적 통제
법인 단위로만 업무맡겨 영향 커
공시지가 - 시가 괴리‥현실화율 67%
이렇게 공시지가에 대한 통제가 가능한 이유는 의뢰인인 건교부가 감정평가사들의 지도·감독기관이라는 점 외에도 공시지가 업무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에 대한 선정권한을 건교부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시지가 업무 배정은 건교부로부터 위임받은 감정평가협회에서 자체적으로 기준을 정해 감정평가법인별로 나눠주지만, 법률상 선정권한은 건교부가 가지고 있어 건교부에 ‘찍힐’ 경우 언제라도 공시지가 업무 배당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상평가도 의뢰인 입김 = 수용 등으로 인한 보상평가와 관련해서도 한 평가사는 “사실상 평가사가 가격결정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보상평가는 감정평가사들 수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보상평가업자 선정권한은 토지공사나 주택공사, 지자체 등 공익사업 시행자들이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대로 분양하는 공장용지를 제외하고는 보상액이 낮아질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 이들 사업시행자들의 입김이 통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포항 송도해수욕장 상가보상의 경우 피해보상대책위 안에 진상규명대책위가 꾸려져 대책위 집행부를 고소, 현재 경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진행중이다. 진상규명대책위는 고소장에서 “일반 회원들에 대한 보상금액은 70만~860만원 짜리가 많은데 비슷한 상가에 대해 집행부 20여명은 수억원대까지 보상받는 등 포스코가 감정사와 결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 회원들에게는 낮은 보상을 하는 대신 집행부에게는 문제를 삼지 말아달라며 보상액을 높여주는 식으로 감정평가서가 ‘주문생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포스코와 포항시의 의뢰로 평가를 한 한국감정원은 이 감정평가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다, 포항시 관계자는 “포스코와 대책위 사이에 보상액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 감정평가사는 “보상평가를 할 때 이젠 아예 평가사들이 사업시행자의 눈치를 보면서 알아서 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이런 결과, 사전에 사업시행자가 보상 예산 책정을 위해 몇 군데를 뽑아 평가해봤던 액수와 천원 단위도 틀리지 않고 똑같이 평가액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토지수용때 주민들 피해봐 다른 감정평가사도 “주민도 평가사를 추천할 수 있게 한 지난해 이후 상대적으로 보상액이 약간 올라갔다”면서도 “그러나 감정평가법인들에게 사업시행자들은 장기적으로 계속 평가의뢰를 받아내야 할 ‘상전’이지만, 주민들은 한번 추천만 받고 나면 다시는 접촉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주민 추천 평가사도 아무래도 사업시행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토지공사의 경우 제출된 감정평가서에 대한 심사업무를 맡는 부서를 두고 있다. 토공쪽은 “감정평가서의 계산상 오류나 지가변동률 적용 잘못이 없는지 등 기술적 문제만 심사한다”고 말했으나, 한 감정평가사는 “사실상 액수에 대한 심사와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 감정평가사가 높은 평가액을 끝내 고집해 다른 평가사와 30% 이상 액수가 차이날 경우 토공 등은 건교부를 거쳐 감정평가협회로 이를 넘기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협회 감정평가심의위원회에서 결국 당사자를 설득시켜 액수가 낮춰진 감정평가서가 제출된다”고 말했다.

보상 때 제시된 보상액에 합의하지 않고 소송으로 가는 경우도 애초 평가액에서 5% 이상 보상액이 오르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평가사들의 말이다. 한 평가사는 “건교부로서는 행정소송 패소율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평가사들에게 ‘재감정 때 약간 올리려면 아예 올리지 마라’고 얘기하곤 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협회 차원에서 평가액을 모두 전산입력해 이미 평가된 선례를 중시하면서, 이 선례에서 크게 벗어나게 평가할 경우 명확한 근거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한번 평가가 이뤄지면 여기서 5% 이상 차이가 나지 않게 되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철거가 이뤄지고 있는 판교택지개발지구의 경우는 건교부의 입김으로 감정평가 막바지에 보상액이 많이 오른, 희귀한 경우로 알려져 있다. 30여년 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은 탓에 공시지가가 낮게 형성돼 주민들의 항의와 시위 등이 끊이지 않자 감정평가기간이 끝나기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13일 건교부가 감정평가사들을 소집해 “민원이 많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공시지가와 보상평가를 개인사무소 대신 감정평가법인에게만 맡기고 있는 것도 통제의 용이성 때문이라는 것이 감정평가사들의 말이다.

한 감정평가사는 “조세저항 문제는 과세표준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면서, 공시지가를 시가에 부합하게 현실화하거나 아예 공시지가는 세금과 관련해서만 쓰도록 해야 한다“면서 “보상평가 때 평가사 선정도 사업시행자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제3자나 협회에서 공정하게 배정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인현 기자 inhyeon@hani.co.kr

출처 : 고등동 주거환경개선사업 추진위
글쓴이 : 길하나道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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