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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표 칼럼] 장관급 정책 ‘버블 세븐 ’대통령까지 나서다니…

도일 남건욱 2006. 6. 3. 03:30
[홍세표 칼럼] 장관급 정책 ‘버블 세븐 ’대통령까지 나서다니…
버블논쟁
스티브 커비는 『고도로 효율적인 인간의 7가지 습관』이라는 저서에서 “리더십은 제1의 창조이고 매니지먼트는 제2의 창조”라고 표현했다. 즉 ‘리더십과 매니지먼트’의 차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매니지먼트는 수단·방법에 집중돼 있어 어떻게 하면 주어진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겠느냐의 일이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리더십은 다르다. 어떤 목표를 정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 목적지를 정해야 길을 떠날 수 있다. 가장 적절한 목표를 정하는 것이 리더의 임무라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와 워런 베니스 두 명의 석학도 한마디했다. “매니지먼트는 주어진 일을 옳게 행하는 것이고 리더십은 옳은 일을 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매니지먼트는 성공의 사다리를 능률적으로 타고 올라가는 것인 반면 리더십은 사다리 자체를 제대로 걸쳐 놓았느냐 판단하고 옳은 곳에 놓는 일을 하는 것이다. 커비는 이를 설명하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다. 깊은 정글 속에서 도끼로 나무를 잘라내 길을 만들어 내는 작업팀이 있다.

이때 매니저의 임무는 무엇일까. 우선 무뎌진 도끼를 갈아 사람들이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작업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일꾼을 적절한 시기에 교체해 주고 임금에 문제가 없도록 신경 써 주는 일을 해야 한다. 매니저가 일을 하고 있는 동안 리더는 정글의 가장 높은 나무에 올라가 있어야 한다. 정글 전체를 관망하며 길이 올바른 방향으로 뚫리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과연 옳은 정글에 들어서 있고 작업 방향도 제대로인지 두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매니저가 뛰어나도 리더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허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는 반드시 명령을 내려야만 한다.

“이 정글이 아니야. 잘못 들었어.” 또는 “진행 방향이 틀렸어. 조금 더 오른쪽으로”라고 소리쳐야만 한다. 그런데 매니저는 리더를 이해하지 못한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고 있는데 웬 잔소리인가며 귀찮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상 생활에서도 수없이 벌어지는 일이다. 기업 활동의 예를 들더라도 그렇다. 매일매일의 일에 쫓기다 보니 당초 들어섰어야 할 정글이 아닌 엉뚱한 정글에서 사업을 벌이는 일이 많다. 목표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이를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가 복잡하고 변화 속도가 빠른 현대사회에서는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과거에 비해 더더욱 효과적인 리더십이 갈망되고 있다. 필요한 것은 수시로 바뀌는 도로지도가 아니라 확실한 비전과 목적지, 그리고 방향을 올바로 가르쳐주는 나침반이다. 새로운 난제가 나타나면 즉시 신속 정확한 판단을 내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리더의 내적 나침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리더십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리더가 앞장서서 방향을 내려줘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매니저가 실무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효과적인 리더십이 선행되지 않는 매니지먼트는 침몰하는 타이타닉에서 의자를 정돈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매니지먼트가 뛰어나도 리더십에 문제가 있으면 배는 침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커비는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실패가 “매니지먼트의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리더십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리더십은 인간 관계에 있어 항상 윈-윈(win-win)을 생각하는 효과적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윈-윈이란 모든 관계에 있어 항상 보편적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정신을 말한다. 누구나 만족하는 합의 위에서 해결책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결책은 모든 당사자가 참여하고자 하는 의욕을 일깨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리더십도 있다. 구성원을 분열시키고 상극 관계로 양분하는 불신 속의 분쟁을 치유, 도태시키고 합의의 바탕 위에서 협력을 이끌어내는 패러다임이다. 특히 잘못된 리더십은 대중들이 특정 계층을 적대시하게 만들고 특정 계층의 공격을 유도하며 만족을 이끌어내는 독단적 분열 조장식 접근법을 채택하는 사고방식을 자주 사용하곤 한다. 잭 웰치검색하기 전 GE 회장은 『GE의 갈 길』이라는 저서에서 “매니저의 사고방식은 때로 일을 지연시키고 헝클어뜨린다. 리더는 일에 활기를 주고 신속히 진행되도록 한다.

매니저는 자기의 추종자들과 개인적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 습성이 있어 그들하고만 수시로 의견을 나누곤 한다.” (오늘의 우리나라 통치자 모습이 떠오른다.) 웰치는 리더의 모습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리더는 부하에게 널리 말을 걸고 이야기를 나누되 자기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끝까지 관철시키고 일이 성취되면 부하에게 이 일의 마무리를 일임하며 공도 부하에게 돌린다.”

리더십에 관해 피터 드러커도 흥미있는 정의를 내리고 있다. 효과적인 리더는 자신이 세계의 지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더와 사이비 리더의 차이는 그 목표에 있다. 정치, 경제, 재정, 인사 같은 현실적 제약에 의해 타협이 불가피하게 될 경우 그 타협이 사명과 목표에 얼마나 부응하느냐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참된 리더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드러커는 책임감과 리더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훌륭한 리더는 항상 엄격하다. 일이 안 될 때는 스스로 책임을 지고 다른 사람 탓을 하지 않는다.

참된 리더는 최종 책임을 자신이 져야 하기 때문에 부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이비 리더는 부하를 문책하고 추방한다. 부하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공언하는 신념과 행동은 일치해야 한다. 리더십은 잔재주로 지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관성으로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 선현들의 교훈은 리더로서 지켜야 할 처신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있다. 이들의 말을 오늘의 우리나라 지도자의 언행에 대입해보면 모순이 자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 일관성이 결여되어 갈팡질팡하는 정책. 빈부, 교육, 지역, 진보와 보수 등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국민을 편 갈라 통치(divide and rule)하고자 하는 분열적 갈등 조장이 어디서 시발되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 지도자의 매니저적 발언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부정적 파장은 누가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경제만 보자. 지도자의 안일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환율 하락, 고유가, 투자 부진, 내수 부진, 미국발 악재, 장차 증가할 국민의 세부담, 미증유의 저출산, 어느 것 하나 심각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 리더는 이러한 현실의 치유책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오로지 기회만 나면 지역적 부동산 거품과 전면 전쟁을 방불케 하는 발언으로 특정 지역을 매도하고 있다. 이 거품도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악화된 면이 크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엽적 문제에 대한 발언이 꼭 필요하다면 매니저급 인사에게 위임하면 족하다. 결코 리더가 앞장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절박하고 심각한 경제 문제가 얼마나 산적해 있는가. 답답해 하는 국민은 이 문제들에 대한 정부의 대응 정책을 듣고 싶어하고 있다.

리더는 분열을 원해서도 안 되고 분열을 생산하고 조장해서는 더욱 안 된다. 편 가르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리더의 덕목은 통합이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의 현실은 급박하고 암울하기 짝이 없다. 어째서 부동산 거품, 그것도 지역적 거품 문제만 절박한 문제로 부각시키고 이 거품만 꺼지면 경제는 잘 돌아가는 듯한 발언만 나오는 것인가. 수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답답함을 넘어 참담한 느낌이 든다. 해야 할 일, 풀어야 할 더 중요한 문제가 허다하지 않은가? 제발 리더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별하여 발언하고 처신도 해주기 바란다.

리더는 전 국민이 공감대를 갖고 따르도록 강하고 투명한 통치이념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흔들림 없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큰 틀의 큰 정치가 가장 요구되는 현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sephon@naver.com [840호] 2006.05.2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