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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수
한국싸이버대
컴퓨터정보통신학부
교수
savin2@gmail.com
약력: 1964년 서울 출생. 83년 숭실고 졸업. 94년 숭실대 경제학과 석·박사 수료. 2000년 디지털랭크
대표. 2000년 한국싸이버대 컴퓨터정보통신학부 교수(현). CBS ‘곽동수의 싱싱경제’ 진행(현)
‘쉽고
재미있는 라디오 경제 프로그램을 위해 어떤 코너를 새로 만드는 게 좋을까?’ 경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매번 개편 때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만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눈높이를 바꿔 보는 게 아닌가 싶어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생까지 궁금해하는 경제이야기를 풀어주는 ‘키즈 경제학’이라는 코너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새 코너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질문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거리로 나가 아이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지난해에는 1달러 바꾸는 데 1,300원이었는데 올해는 왜 950원이면 돼요?” “집값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던데요, ‘더 이상 오르면 안됨’ 하고 법으로 정하면 안되나요?” “우리
삼촌은 학교 졸업하고 한참이 지났는데 경기가 나빠서 취직이 안 된대요. 경기가 뭐예요?” 참으로 많은 질문이 나왔다. 모르는 건 아니지만 막상 설명하려니
결코 쉽고 녹록한 주제는 없다고 생각하며 출연자 섭외에 들어갔다.
반나절
정도로 예상하며 일반인들을 위한 경제학 서적을 여러 권 펴낸 경제학과 교수부터 어린이 경제교육캠프를 운영하는 재야 전문가까지 여러 명을 인터뷰해
봤지만 ‘이 사람이다’ 싶은 적임자를 찾기가 힘들었다. ‘키즈 경제학’의 취지를 설명했건만 경제학을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수시로 경제학 용어가 툭툭 튀어나오며 아이들에게 적당하지 않은 설명에 거절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재화, 용역,
그리고 한계효용을 빼고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면 말문이 막혀 한동안 말을 못 잇는 경우도 있었다.
며칠에
걸친 출연자 선정을 통해 경제가 얼마나 쉽지 않은 학문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도 지금은
훌륭한 전문가들과 함께 별 탈 없이 코너를 진행하고 있지만 당시의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이 많다.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사람 중에는 ‘나는 지금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타입이 꼭
포함된다. 작은 토론에서야 다툼이 생겨도 별문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돈이 걸려 있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중대한 일을 결정해야 하는 경우라면 ‘난 옳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마인드
때문에 일이 멈춰지기도 한다. 이들은 간혹 ‘왜 뻔히 보이는 걸 이다지도 엉뚱하게 결정짓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모두를 비난하면서 모임 자체를 깨 버리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단순하게
미루기만 해도 손해가 크건만 목청 높여 ‘옳지 않아’를 외치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순진한 건지 답답한 건지 속이 상하기도 한다.
가만
생각해 보면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광경인 탓에 익숙하게 받아들일 법도 하다. 따라서 이런
독선적인 주장을 가진 상대를 만나면 우선 이들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는 일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사실 이런 일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초점은 오히려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강요하는 ‘커뮤니케이션 실패’에 맞춰져야
한다.
예컨대
‘키즈 경제학’ 코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라디오의 특성상 말로만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 노릇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어린이를 위한답시고 용어를 풀기 위해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또 이를 설명하다 보면 하염없이 길어지다 보니 꼬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이 같은 어려움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얼굴이 나오는 TV도 했는데 라디오쯤이야’라며 만만하게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게 별거 아니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출연자를 찾는 게 어려웠던 것이다.
국가경제가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다 보면 우리는 기업이나 정부에 초심으로 돌아가 줄 것을 요청하곤 한다. 예전
생각을 한다면 못할 일도 없고 못 견딜 어려움도 없겠지만 초심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초심 대신 동심은 어떨까?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그들의
눈높이로 돌아가서 단순한 모형을 세우고 원리를 살펴보면서 해법을 찾자는 말이다. 원래 경제학이라는 게
모든 조건을 단순화시키고 제약조건하에서 최적화시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