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기사모음

“책 속에는 돈이 숨어 있다”

도일 남건욱 2006. 7. 7. 01:21
“책 속에는 돈이 숨어 있다”
‘주식이 좋은지 펀드가 좋은지’ 투자 수단 먼저 골라야
주식에 투자한다면 직접투자가 유리할까,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유리할까. 우문(愚問)임에 틀림없지만 새롭게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고민하는 주제다. 사실 이는 무 자르듯이 ‘이게 정답’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마치 두 가지 음식을 놓고 어느 쪽이 더 맛있는지를 가리는 TV 속 맛 대결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선택한 음식과 시청湄湧?더 선호하는 음식이 꼭 일치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 것처럼 투자 여건이나 스타일도 다르기 때문에 직접투자가 어울리는 사람과 간접투자가 더 적합한 사람이 서도 다르다.

하지만 미리 고백하건대 나는 직접투자보다는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쪽을 더 지지하는 사람이다. 주식투자(직접투자)로 크게 성공하는 사람들도 봤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낭패를 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선 직접투자든 간접투자든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하나를 소개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투자에 성공하는 사람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만 공통분모 하나가 바로 철저하게 먼저 공부한다는 점이다. 공부가 바로 돈이다.

투자는 운이 아니라 100% 실력에 의해 성패가 좌우된다. 그리고 그 실력은 얼마나 공부하고 노력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실제로 내가 아는 50대 가정주부 한 분은, ‘본인 표현에 의하면’ 심심풀이로 주식투자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규모나 성적을 보면 경이로운 수준이다. 주식에만 1억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하면서 투자수익률은 거의 연 100%대다. 손해보고 파는 일은 거의 없다. 이젠 직장에 다니는 남편 수입보다 아내의 재테크 수익이 더 클 정도다.

어떻게 그렇게 주식투자를 잘하느냐고 물으면 그저 웃으면서 “오를 때까지 안 팔면 되지요”라고 수줍게 답변한다. 종목 선정 기준이나 시장에 대한 전망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웬만한 전문가 수준 이상의 내공이 느껴진다.

사실 이 ‘주부 투자자’는 투자전문가도, 관련 분야 전공자도 아니다. 다만 책을 좋아하는 평소 습관이 큰 도움이 됐다. 처음엔 그저 재미 삼아 시작했지만 모르는 것이 많은 만큼 독서를 통해 실력을 쌓아갔다. 지금도 이 투자자는 배울 게 너무 많다며 웬만한 투자 관련 서적은 나오는 족족 사서 읽는다. ‘서중자유천종록(書中自有千鍾祿, 책 속에 돈이 숨어 있다는 말)’이라더니…. 그 투자자를 보면 옛말이 그른 게 하나 없다는 걸 느낀다.

투자 역시 노력한 만큼 거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지금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면, 나는 우선 관련 서적 등을 통해 충분히 전문지식을 알고 난 다음에 시작하라는 조언을 드린다. 그것도 분야별로 최소한 100권 이상을 읽고 이해를 한 다음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게 돈을 버는 지름길이다. 예를 들어 직접투자를 원하면,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 (최준철 지음, 이콘)』을 먼저 펴보든가, 간접투자를 원하면 『긴 인생, 당당한 노후 펀드투자와 동행하라(우재룡 지음, 더난출판)』를 먼저 펴볼 일이다(도표 참조).

주식투자자들은 투자를 하면서 100만원을 날리는 것은 우습게 알고 있으면서도, 돈 되는 투자정보 책 100권에 해당하는 100만원에 투자하거나 혹은 이코노미스트 같은 투자정보지 100만원어치를 구독하는 데에는 상당히 인색하다.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내가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를 더 지지하는 이유는 이렇다. 지난해 8월, 주식시장의 투자 주체별로 연초부터의 투자실적 성과를 집계한 자료가 보도된 적이 있다. 알다시피 지난해는 우리 주식시장이 크게 상승하며, 사상최고치 기록을 다시 쓴 해다. 당연히 이런 황금 장세에서는 어지간히 ‘재수 없지 않으면’ 주식투자를 통해 손해 보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지난해 1월부터 8월 초까지 국내 기관들이 주식 상승세에 힘입어 6000억원의 이익을 얻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4700억원의 이익을 얻었을 때, 또 다른 투자주체인 개인투자자들은 이익은커녕 무려 1조6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이나 외국인들이 이익을 쌓아가는 동안 불쌍한 개미투자자들은 철저히 돈 안 되는 종목들만 골라서 투자했다는 얘기다.

그러면 이러한 변괴가 그때에만 있었던 일일까? 안타깝게도 이는 늘 있는 일이란 것이다. 주가가 오르든 떨어지든 개인투자자들의 실적은 항상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뒤처지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에 투자한다면 힘겨운 직접투자보다는 펀드를 통해 기관의 입장에 서서 투자하는 간접투자를 권하는 것이다. 실제 펀드에 가입하면 기관이 돈을 운용하므로 결국 투자자 자신이 기관투자가가 되는 셈이다. 아마도 이쯤 되면 반론도 있을 것이다. 모든 개인투자자가 실패만 하는 것은 아니며, 펀드 투자라고 해서 항상 이익이 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앞서도 인정했지만 개인 가운데는 기관보다 성과가 더 좋아 수백%의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경우도 목격된다. 하지만 기관투자가와 겨뤄 그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자들이라면 이미 일반적인 개미투자자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전문가 수준의 개미라고나 할까.

어쩌다 樗?좋아 반짝 수익률을 올릴 수는 있지만 개인이 직접투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관 이상의 양호한 수익을 얻으려면 나름대로의 투자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결국 직접투자를 통해 승부를 내려면 그에 맞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나는 다음의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로 들고자 한다. 바로 시간과 인내심이다. 직접투자는 투자 종목의 선정부터 매매 타이밍까지 말 그대로 자신의 책임과 판단 하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시장 흐름을 분석하고, 각종 정보를 확인하면서 유망종목을 발굴하는 그 과정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 분석하고 연구해야만 한다.

주식투자를 전업으로 삼는, 이른바 고수들을 보면 하루종일 시장분석과 기업분석을 위해 시간을 쓴다. 마치 직장인들이 생업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다. 물론 이렇게 하더라도 시장을 완전히 읽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럴수록 더 많이 공부한다. 이에 비해 상당수 일반 개인투자자는 속칭 대박 정보에 기대거나 혹은 기대감을 갖고 투자에 나서곤 한다. 그러면 투자를 위한 준비시간은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과는 대개 참담한 실패로 나타난다. 복권은 실력보다는 운이다. 하지만 투자는 노력한 만큼 성과로 나타난다. 또 이는 시간과의 함수관계에 있다. 실력이 있어도 시간이 없다면 직접투자는 삼가는 게 맞다. 대신에 전문으로 투자만 하는 쪽(펀드)에 내 돈을 맡겨 내 부족한 시간을 보완하는 게 좋은 방법이다.

직접투자가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인내심이다. 사실 직접투자를 통해 성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우량주식을 사두고 오래 묻어두는 것이다. 우량주식들의 과거 낮은 주가와 현재의 주가를 비교해 보며 그때 좀 사둘걸 하는 후회들을 우리는 가끔 하곤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막상 그때 주식을 샀었더라도 과연 내가 지금까지 계속 들고 있을 수 있었을까? 하루에 수백만원씩 오르내리는 평가금액을 바라보다 보면 진정할 수 없다. 주가가 떨어질 땐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고 오르면 오르는 대로 불안에 떤다. 이는‘내 돈’이 주식에 들어가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고 처음 계획한 대로 투자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펀드투자는 돈 주인과 운용주체가 서로 다르다. 나는 돈을 대고 실제 투자는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맡는다. 당연히 체계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투자 효율성은 높아지게 된다.
직접투자가 주가 등락에 따라 변동성이 높은 고수익·고위험 투자라면,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는 주가가 빠질 때 덜 떨어지고 주가가 오를 땐 평균 상승률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저위험·저수익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한상언 신한은행 올림픽선수촌지점 PB팀장 (hans03@shinhan.com [843호] 2006.06.1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