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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집값 상승 + 사교육비’ 이중 부담

도일 남건욱 2006. 7. 7. 01:08
[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집값 상승 + 사교육비’ 이중 부담
자녀 둔 근로자 가구 44%가 무주택
미분양 주택이 전국적으로 5만 채가 넘는다. 하지만 당장 전세·월세 마련이 더 큰 걱정인 무주택 서민들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자고 나면 오르는 아파트값 때문에 신혼 초 세운 내 집 마련 계획은 점차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가는데 어느새 아이는 학교에 들어간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셋방은 갈수록 좁게 느껴지는데 이번에는 학원비 등 교육비가 가계부를 압박한다.

이런 고민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가구는 857만 가구. 이 중 18세 미만 부양 자녀가 있는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386만 가구다. 딱 한 명의 자녀를 둔 가구가 153만 가구, 두 자녀 가구가 205만 가구, 3자녀 이상이 28만 가구다. 둘 이상 부양 자녀를 가진 근로자 가구가 네 집 중 하나꼴(27.1%)이다.

2008년 시행이 목표인 근로소득지원세제(EITC)의 한국형 모델을 찾기 위해 조세연구원이 국세청과 행정자치부로부터 기초 통계를 받아 분석한 것을 보면 자녀를 둔 근로자 가구의 44%가 자기 집이 없다. 어린 자녀가 있는 386만 근로자 가구 가운데 무주택이 170만 가구나 된다. 그런데 이 중 73만 가구는 한 명, 97만 가구는 두 자녀 이상을 키우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이들 무주택 근로자 가구로선 턱없이 오르는 집값과 늘어만 가는 사교육비라는 이중 부담에 허리가 휜다.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자녀를 둔 전체 근로자 가구 넷 중 하나꼴인 99만 가구는 연간 소득이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점 수준인 1700만원을 넘지 않는다.

특히 어린 자녀가 둘 이상이고, 집도 없고, 연간 소득이 1700만원 이하인 경우는 31만 가구로 전체 근로자 가구의 3.6%다. 오늘도 땀 흘리며 일은 하는데 월급 봉투는 얄팍하고, 출산율이 1.0에 턱걸이한 요즘 기준으로 보면 다른 집보다 많은 아이가 커가는데 내 집을 마련할 길은 막막한 계층이다. 소득이 최저생계비(4인 가구 기준 월 117만원, 연 1400만원)를 밑도는 빈곤층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 대상인 기초 수급자의 바로 위 소득계층인 이른바 ‘차상위 계층’이다.

조세연구원은 바로 이 31만 가구에 한해 최대 80만원까지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EITC를 시행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이 일을 하면 현금을 지급함으로써 근로의욕을 북돋우자는 뜻이다. 이른바 ‘일하는 저소득층(Working Poor)’을 지원하는 제도로 2010년 이후에는 집이 있더라도 일정 소득에 못 미치는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 보험모집인·대리운전자를 비롯한 특수직 사업자로까지 대상을 넓혀가자는 것이다.

‘일하도록 만드는 생산적 복지’의 기본은 정확한 소득 파악이다. 하지만 갈 길은 너무 멀다. 이번에 조세연구원이 소득과 부양 자녀 수, 주택 소유 여부 등을 분석한 것도 근로소득자 중심이다. 흔히 유리알 지갑으로 불리는 봉급생활자도 전체 1489만 명 중 국세청에 소득 자료가 있는 경우는 1073만 명으로 72%밖에 안 된다(2004년 기준). 나머지 28%(425만 명)가 일용직·임시직 근로자들인데 개인별 소득 파악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올해부터 고용주에게 임금 지급 내용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했지만 과연 어느 정도나 효과를 거둘지…. 더구나 개인사업자 436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207만 명은 과세기준에 미달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세금을 내는 229만 명 가운데에서도 장부를 꼬박꼬박 적으며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내는 경우는 114만 명(26.1%)에 그친다.

EITC를 정부 안대로 하려면 첫해 1500억원, 마지막 단계에선 2조∼3조원이 필요하다. 재원 마련도 숙제지만 국민 세금이 꼭 지원해야 할 계층에 돌아가도록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소득파악률이 우리보다 높고 30년 넘게 EITC를 시행해온 미국도 부정 수급률이 30%에 이른다니 말이다.

양재찬 편집위원 (jayang@joongang.co.kr [845호] 2006.07.03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