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기사모음

[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100만이 사교육시장서 일하는 나라?

도일 남건욱 2006. 7. 7. 01:03
[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100만이 사교육시장서 일하는 나라?
농업 종사자와 맞먹는 교육 취업자
지구상에 ‘기러기 아빠’란 말이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 그래도 기러기 아빠는 낫다고들 한다. 휴가철이면 어렵사리 비행기표를 구해 아내와 자식이 있는 곳으로 날아갈 수 있으니까…. 그런가 하면 월급을 달러로 바꿔 송금하고 나면 남는 게 없어 텅 빈 방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외로움을 달래는 부류도 있다. 가족이 린?싶어도 가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며 뒤뚱거리는 그 모습에서 ‘펭귄 아빠’란 별명이 붙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펭귄 아빠가 기러기 아빠를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기러기든, 펭귄이든 자식을 유학 보내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다. 대다수는 이땅에서 계속 불어나는 사교육비와 씨름하며 살아간다.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조기 교육을 시키고,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과외공부에 매달린다. 중·고교생들은 아예 ‘공부는 학원에서, 잠은 학교에서’ 해결하는 식이다.

이런 사회현상은 바로 교육서비스업의 번창으로 나타난다. 당연히 여기서 먹고사는 사람도 많아진다. 올 5월 현재 교육서비스업 취업자는 166만6000명. 전체 취업자(2348만4000명) 중 7.1%요, 농림어업 종사자(200만2000명)와 맞먹는 규모다. 여기서 특히 각급 학교 교사(대학교수 포함 2005년 현재 43만9016명)와 직원 등 공교육 기관 근무자를 빼면 얼추 100만 명이 각종 사설학원과 개인교습소, 학습지 배달 등 사교육시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표>에서 보듯 1분기 교육서비스업 취업자를 따져보면 2000년에서 5년 사이에 28.5%나 증가했고, 지난해와 올 1분기를 비교한 증가율도 6.5%로 전체 취업자(1.5%)나 서비스업 취업자(2.7%)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교육서비스업 종사자가 그냥 늘어날 리 만무하다. 시장이 되니까 사람이 몰리는 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3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5.9% 불어났다. 1년 사이 전체 소비지출은 212만2000원에서 220만5000원으로 3.9%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말이다. 더구나 이는 전체 가구 평균이라서 실제로 자녀를 둔 가정의 사교육비는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사교육비 부담이 크다는 점은 이미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비 비중은 7.1%(2002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위. 그런데 공교육비 비중이 4.2%로 OECD 평균(5.1%)에 못 미치는 반면 사교육비 비중은 2.9%로 1위다. 우리나라 초·중·고교생의 73%가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그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잘못 그리고 있는 우리 자화상이 투영돼 달갑지 않은 ‘이상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부문이 또 있다. 다름 아닌 부동산 및 임대 서비스업이다. 2000년만 해도 36만1000명이었던 이 분야 취업자가 5년 사이 30% 가까이 급증했고, 올 1분기에도 약 10% 늘어남으로써 5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부동산업 취업자 증가는 자고 나면 올랐던 아파트값과 계속 늘어난 부동산중개업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면 올 1월 52만2000명이었던 이 분야 취업자가 조금씩 계속 줄어 5월에는 49만9000명으로 다시 50만 명 아래로 복귀했다는 점이다. 버블 세븐 등 부동산 거품 논쟁이 일고 종합부동산세 부과 시일이 다가오면서 거래 자체가 잠잠해진 영향을 받은 듯하다.

서비스업이라고 다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쉽게 선택했던 음식숙박업에선 올 1분기 취업자 증가율이 제로(0)를 기록함으로써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도소매업의 사정은 더 어렵다. 지난해 1분기 취업자가 이미 2000년에 비해 줄었으며, 올 들어서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백화점이나 대형 판매점(할인점)은 장사가 잘 되지만, 이들에 밀리는 동네 수퍼마켓과 재래시장의 한숨이 짙어져서다.

한 나라의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서비스산업이 발전하고, 그 쪽에 취업자가 몰리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1980년대 이후 ‘경제의 서비스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부문에서의 급속한 서비스화와 취업자 쏠림 현상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관건은 어떤 서비스업이 활발하냐, 그리고 어느 분야에서 계속 가지를 쳐 가느냐다. 서비스산업의 혁신이 제조업 발전을 응원하고, 거꾸로 제조업에서 서비스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함으로써 서비스산업이 발전하도록 응원하는 ‘대∼한민국’을 보고 싶다.

(jayang@joongang. co. kr [843호] 2006.06.1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