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미국이 먼저 최대 취약 부문인 섬유 분야의 관세 개방안(양허안)을 수정, 8일(현지시각)중 제시할 예정이다.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는 7일(현지시각) 시애틀 시내 웨스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측 개선 요구에 미측이 개선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 ’주고 받기’ 본격화
오는 12월 5차 협상까지의 일정이 제시된뒤 양국간에 3차나 4차 협상부터는 ‘주고 받기’식 협상을 통한 타결이 추진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난 2월 한미 FTA 출범 직후부터 제기돼왔다. ’받기 위해서는 줘야 한다’는 게 통상 협상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국은 지난 8월 중순 상품, 섬유, 농업 등 3개 분야의 관세 개방안을 교환했고, 3차 협상에서 미국은 섬유 분야 수정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는 섬유에서 양보를 하되 다른 분야에서 이익을 취하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협상단 입장에서는 행정부의 신속협상권한(TPA)이 오는 6월말 종료되는 만큼 인준절차 등을 고려해 연내에 협상을 타결지어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주고 받기’식으로 협상 국면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섬유에서 개방기간을 일부 단축하는 조건으로 한국의 양보를 이끌어 내려는 분야로는 우선 농업이 꼽힌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미국측은 우리측의 농업 분야 개방안에 대해 매우 보수적이라고 평가한뒤 많은 요구를 했다”며 “그러나 우리 협상단이 여기서 움직일 수는 없는 상황이고 (3차협상이 끝난뒤) 돌아가서 검토할 사항으로 본다”고 말해 우리측 농산물 개방안의 수정 가능성을 열어놨다.
3차 협상이후 우리의 농산물 개방안에 대한 수정안은 빠르면 오는 10월 4차 협상이 열리기 전에 미국측에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번 3차 협상에서 쌀 등 민감한 농산물보다는 옥수수 등 우리 정부의 부담이 덜한 품목부터 논의를 진행했다.
이밖에 주고 받기의 협상 대상으로는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 무역구제, 의약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김종훈 수석대표는 아직 본격적으로 주고받는 단계는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 분야 세부사항 논의로 진전
김종훈 수석대표는 3차 협상의 진행상황에 대해 “무난한 편”이라며 “관세 개방안과 서비스.투자 유보안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협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방송시장 개방과 관련, 케이블TV와 위성TV의 외국인 소유지분 확대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공중파 방송에 대해서는 지분 확대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또 금융서비스의 경우 국경간 거래 허용 대상으로 비소비자 금융중 수출입 적하보험, 재보험, 우주선 발사보험 등을 논의하고 있다.
보험중개업은 한국의 보험사 상품을 제외하고 미국의 보험사가 만든 모든 보험상품만 중개, 판매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중이며 얼굴을 보지않고 판매하는 비대면으로 판매 방식을 제한하는데 대해서는 미국측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자산운용업에서는 국내사가 기존 펀드의 자산운용을 외국에 위탁할 수는 있지만 위탁받은 외국의 자산운용사가 해당 자산으로 한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금지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우리 협상단 관계자는 설명했다.
아울러 농협 공제(보험상품)에 대한 미국의 문제 제기는 미국내에서도 비슷한 기관이 존재하는 점을 우리측이 지적하자 더 이상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다. 다만, 우체국 공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국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당초 난항이 예상됐던 무역구제를 둘러싼 논의도 미국이 상당히 긍정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으며 2차 협상을 파국으로 몰았던 의약품 작업반 회의도 별 문제없이 계속 진행중이라고 우리 협상단은 전했다.
물론 투자 분야의 임시 세이프가드, 개성공단 제조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투자자와 국가간 소송제 등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양측 협상단은 협정문서의 영어본과 한글본에 동등한 효력을 부여하는 쪽으로 입장을 모은 것을 비롯해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거나 이견을 좁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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