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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경영시대③ - 성공하는 협상가의 대화법

도일 남건욱 2006. 10. 24. 02:05
협상경영시대③ - 성공하는 협상가의 대화법
1~2개 논리 중심 … 일관된 주장이 ‘굿’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협상 과정에서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속담이다. 성공하는 협상가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하고 대화를 이끌어가고 있을까.

얼마 전 영어라고는 ‘오케이, 생큐’(OK, Thank you) 정도밖에 못하는 한 사업가가 미국으로부터 엘리베이터 제어 관련 기술을 라이선싱해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협상 대행 의뢰를 받았다.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미국을 상대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것에 내심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본인의 철저한 준비를 기초로 영어 못하는 것을 인정하며 전문가를 활용하는 협상 과정을 통해 사업에 성공하는 것을 봤다.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고객이 상대방과 정확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협상을 대행하는 것을 보고 협상 속의 커뮤니케이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성공하는 협상가의 효과적 커뮤니케이션이란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국제간 거래에서 협상에 실패하는 이유로 영어를 못하는 것을 꼽는다. 물론 영어를 잘한다면 협상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한 가지 도구를 갖춘 셈이다. 그러나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협상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없으면 성공적 협상을 할 수 없다. 또 영어를 못한다 할지라도 사전준비가 충분하고 통역 등을 활용해야겠다는 용기가 있으면 얼마든지 국제협상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협상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협상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의사소통 방법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이 협상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것과 상대방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기본기다.

생각 솔직히 드러내야 ‘성공’

자신의 감정을 감추기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기억할 만한 효과적 협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테크닉 중 하나다.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협상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보통의 협상가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감추는 것이 협상에 도움이 된다고 오해를 하고 있다.

이처럼 전문가와 보통 협상가의 생각이 다른 것은 솔직하게 표현해야 하는 감정과 감춰야 하는 감정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편견이나 개인적 성향에 대한 적개심이나 불쾌감 같은 표현은 삼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때 나타나는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심리적 불안감과 같은 감정은 그때그때 적시에 표현하는 것이 성공적 협상에 도움을 준다.

성공하는 협상의 기본은 서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예컨대 상대방의 발언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마음에 불편함을 느낄 때 보통의 협상가는 마음속의 불편함을 표현하기보다 덮어두고 넘어가는 성향이 높다. 그러나 성공하는 협상가는 자신이 확인할 수 없는 상대방의 발언 때문에 적절한 답을 줄 수가 없는 마음의 불편함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불확실성에 대한 개인적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과정을 통해 쌍방의 신뢰를 증진하고 협상 타결 이후 이행 과정을 원활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협상가는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지나치게 자신의 주장을 과대 포장하지 않는다. 고학력의 영업담당자가 학벌이 낮은 기업인과의 협상에서 성공하기보다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배운 것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제안이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나치게 다양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근거가 많을수록 자신의 주장이 더 합리적으로 상대방에게 먹힐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 속의 협상에서는 반대 현상을 더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논리적 근거를 많이 댈수록 상대방에게 반격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불필요한 논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제안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섯 가지의 논리적 근거를 제시했다고 가정해 보자. 다섯 가지 논리가 모두 강력한 것이 아니라 일부는 근거가 낮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은 논리적 근거가 가장 약한 것을 꼬투리 잡아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고 시도할 것이다. 성공하는 협상가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한두 가지의 논리를 중심으로 끝까지 일관되게 협상을 이끌어간다.

김병국·한국협상전략연구소 소장 benkim@knp.co.kr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경영회계학 석사. 시카고 로욜라대학 법학 박사. 국제변호사이자 공인회계사. K&P홀딩스 대표. △저서: <비즈니스 협상론>, <상대를 내편으로 만드는 협상기술> 등.

입력일시 : 2006년 10월 17일 16시 41분 41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