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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풍수학] 정치 잘하면 천하가 ‘동막골’

도일 남건욱 2006. 10. 27. 02:16
[CEO풍수학] 정치 잘하면 천하가 ‘동막골’
핵무기 앞에선 ‘난공불락’ 요새 존재할 수 없어…이번 핵실험 위기도 정치 잘못한 결과
현대의 십승지(十勝地)

십승지 중 하나인 경북 춘양면. 십승지는 이제 전원주택지일 뿐이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세상이 발칵 뒤집어졌다. 아마 미국 등 해외에 있는 동포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한반도에서 큰 일이 터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남한은 물론 북한도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너무나 조용하고 일상적이다.

10월 9일 저녁 TV뉴스는 다투어 핵실험의 파장을 보도하면서 예외없이 시민 동정을 내보냈다. 그중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이 비상식량 사재기와 예금 인출이 있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 역시 기대와는 달리 뚜렷한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혹자는 시민 의식의 성숙 혹은 안보 불감증 결과라고 했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현실에 가까운 분석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그동안 북한에 퍼준 우리의 온정이 비록 ‘핵실험’이란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왔지만 설마 전쟁이야 일으키겠는가 하는 믿음이 국민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안보 불감증이라고 한다면 달리 변명하기도 어렵다.

한반도의 위기 상황과 관련, 풍수적으로 피란할 만한 곳이 있는가 하는 얘기를 해보자. 달리 말하면 우리 선조가 말하던 십승지(十勝地)라는 곳이 오늘날에도 가능한가 하는 질문이다. 십승지라는 말은 이른바 예언서라고 하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용어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 ‘사람의 종자’를 보존할 만한 땅이 한반도 안에 10여 곳 있다는 데에서 비롯됐다. 세瓚?어지럽다는 말 속에는 세 가지 재난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그 첫째는 병화(兵火)로 곧 전쟁이다. 둘째는 질병이고 셋째는 기근이다. 이 세 가지가 감히 침범할 수 없는 곳이 승지다.

18세기까지만 해도 한반도에서 겪은 전쟁의 주된 무기는 활과 창이 주류를 이뤘다. 질병 역시 돌림병으로 당시로서는 외부와 단절되는 외에 달리 구제의 길이 없었다. 기근을 피하려면 이른바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곳이 승지다.

‘정감록’에 등장하는 이른바 십승지는 모두 남한의 백두대간 남쪽에 자리했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이남에 있다. 지리산 자락의 운봉이나 소백산 남쪽의 풍기, 예천이나 태백산 아래 춘양 등이 그러하다. 이들 지역은 지금 가봐도 교통의 오지로 외부세계와 거의 단절돼 있고, 그 안에서 쌀 등 자급자족이 가능한 농지를 확보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십승지가 백두대간 남쪽에 치우쳐 있는 것은 예나 이제나 북으로부터의 위험이 가장 무서웠기 때문이다. 왜적의 피해가 적지 않았지만 이를 피해 북한 지역으로 피란 간 예는 별로 없고 십승지 또한 북한 지역에는 거의 없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에 있어 이런 십승지가 과연 피란처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첫째는 전쟁의 개념이 달라졌다. 현대전은 비행기를 비롯한 첨단무기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를 불러온 핵무기라는 전대미문의 살상무기가 존재한다. 이 무기 앞에서는 ‘난공불락’이라는 요새가 존재할 수 없다. 그 다음, 질병은 대도시로 나와야 고칠 수 있다. 기근 역시 이젠 국지적 문제가 아니다.

1979년 12·12사태나 명절 귀향 차량행렬에서 볼 수 있듯이 서울 등 대도시에서 시민이 일시에 탈출(?)하기는 불가능해졌다. 십승지가 있다 해도 거기에 가기 전에 이미 녹초가 돼 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달리 길은 없는가? 있다. 정치를 잘하는 길이 그것이다. ‘정감록’이 등장하게 된 것도 정치의 잘못에서 비롯됐고 남북관계의 위기도 정치를 잘못한 결과다. 풍수에서 말하는 생기와 조화를 얻으려면 정치 역시 이 길을 외면해선 안 된다.
최영주 언론인·풍수지리연구가 [859호] 2006.10.16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