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경제기사모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기업 있나”

도일 남건욱 2006. 10. 27. 02:20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기업 있나”
기업규제 비판한 최상철 감사관
기업 하는 사람들은 애국자…공무원들 따뜻한 시각 가져야
감사원의 기업불편신고센터에 근무하는 최상철 감사관은 원래 노동부 근로감독관을 20년 가까이 지낸 노동 전문가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 ‘기업 하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때’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다. 주변에서는 ‘노동하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때’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도 받았다. 그러나 최 감사관은 “이 땅에서 기업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이고, 훌륭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업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시선을 가진 것 같다.
“기업 하는 사람들은 애국자다. 그들이 종업원을 먹여살리고 국가를 먹여살린다. 그런 그들을 도와줘야 국가가 발전하는 것 아닌가? 기업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공무원의 임무 중 하나다. 그런데 아직도 규제나 단속이라는 생각에서 못 벗어난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다. 나도 근로감독관으로 기업인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나도 기업인들을 좋게 안 봤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생각만큼 자기만 챙기고 축재에만 관심을 가진 집단이 아니더라. 공장이 부도나게 생기면 제일 먼저 종업원들을 생각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사람이 대다수라고 생각한다.”

책을 보면 ‘소극적 업무처리도 부패의 일종이다’고 했다. 무슨 말인가?
“요즘 기업인들을 만나면 ‘차라리 돈을 받더라도 일을 좀 시원하게 처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물론 부패를 옹호하자는 건 아니다. 오죽 답답하면 그런 소리까지 하겠나? 지금은 쉽게 말하면 돈도 안 먹고 일도 안 해주는 상황이다. 기업인들은 분초를 다투고 그 분초 때문에 생사의 갈림길에 선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규정과 선례를 따지며 결론은 안 내준다. 그 사이에 투자한 돈이 날아가고 기업은 망한다. 부패한 관리와 뭐가 다른가?”

공무원에 대한 기업인들의 반감이 상당하다. 알고 있는가?
“근로감독관 시절 사장들이 앞에선 웃다가 내가 가고 나면 욕을 막 한다. 내 친구들 중에도 기업인들이 몇 명 있다. 하루는 친구 중 한 명이 ‘제발 기업에 전념하게 공무원들이 회사에 좀 안 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충격을 받았다. 왜 공무원들이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오해도 있겠지만 자초한 측면이 많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그런 시선을 아직 잘 모른다.”

한국은 기업 하기 좋은 나라인가?
“불행하게도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솔직한 말로 법을 100% 지키면서 기업활동 하는 곳을 한 번도 못 봤다. 법과 현실이 그만큼 다르다는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기업 있나? 공직자들이 그런 간극을 메워줘야 되는데 오히려 문제를 증폭시키는 면도 있다. 물론 기업 중에 ‘악질’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기업을 기준으로 규제를 만들고 법을 만들면 선의의 피해자가 너무 많이 생긴다.”

점점 기업 하기 좋아진다고 보는가?
“주변에서 듣기로는 점점 어려워진다고들 한다. 현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 사장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그들은 박정희 정권 때가 기업 하기 가장 좋았다고 한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기업들은 현 정부 들어 기업 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말단 공무원으로서 정책의 문제를 이렇다 저렇다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나름대로 고심한 결과 아니겠나? 그러나 한 가지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면 기업관련 정책이나 규제는 큰 틀을 가지고 봐야 한다. 개별적인 잘못이나 특수한 케이스를 따지면 당연히 문제가 많고, 괘씸한 사람도 많다. 그게 증폭되면 기업은 부정과 축재의 장본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기업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기업에 대한 기본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게 제일 중요하다. 기업을 제대로 알면 부정적인 인식이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