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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불 켜진 사장실 보면 짠해”

도일 남건욱 2007. 9. 16. 14:08
“홀로 불 켜진 사장실 보면 짠해”
회의 중 직원들이 CEO 얼굴만 바라보고 침묵할 때도 ‘안됐다’ 싶어
직원들이 본 ‘외로운 사장님’
직원들은 사장을 어려워한다. 사장은 항상 직원들에게 “문이 열려 있으니 언제든 들어와서 말하라”고 하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직원은 거의 없다. CEO가 부르기 전에 먼저 들어가는 건 아직 한국적 정서에서 쉽지 않다. 직원들이 어려워하는 CEO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우리 사장님 언제 외로울 틈이 있겠습니까? 워낙 인맥이 넓으셔서 낮이나 밤이나 일정이 빼곡합니다.”

많은 직원이 보는 CEO의 모습이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외로워 할 시간도 없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약속이 많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한 직원은 “야근하고 늦은 밤 사무실을 나서다 홀로 불이 켜진 사장실을 봤을 때 사장이 외로워 보인다”고 말했다. 외로운 풍경이지만 CEO는 그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을 수도 있다. 그는 또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회의 중, 모두 침묵 속에 사장님만 쳐다보고 있을 때 CEO란 자리가 좋아 보여도 결단을 내려야 하는 중압감도 만만치 않겠다”고 얘기했다.

오가는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연설이 이어지지만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순간적으로 고립된다. 물론 말하는 사람이 더욱 스스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나를 비웃고 있는 건 아닐까?’ 외면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동의를 구해야 하는 사장이 애처롭게 보일 수밖에 없다.

담배회사 JTI의 직원도 “사장실에 불을 꺼 놓고 스탠드 불빛 아래 뭔가 고민하고 있는 사장을 볼 때, ‘CEO란 직업이 참 외로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많은 직원과 상의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사장을 외롭게 보이도록 한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한 직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저희 회사가 활약하고 있는 만큼 결정에 대한 사장의 중압감도 당연히 크리라 생각한다”며 “한국 대표기업 CEO의 외로움이야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그는 그러나 “사장을 정말 외롭게 만드는 것은 경영진이 내린 결정에 대해 직원들이 잘 따라주지 않을 때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갑론을박은 어디에나 있지만 그런 일상적인 논란으로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때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국내 굴지의 한 통신사 직원은 “누가 사장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사장은 직원의 마음을 잘 모를 것이다. 우리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체로 큰 조직들이 그렇다”며 “다르게 말하면 직원들로부터 사장이 왕따 당하는 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보기에서 사장은 대다수의 조직원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조직이 워낙 커서 그렇다면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어떨까.

모바일용 게임을 만드는 컴투스의 한 직원도 비슷한 얘기를 전했다. 그는 “작은 회사라도 직원에게 사장은 언제나 어려운 존재”라며 “사장이 먼저 손을 내밀면 직원도 손을 내밀 것”이라고 강조한다.

컴투스는 회사가 커지면서 처음에는 수십 명이었던 직원 수가 150여 명으로 늘게 됐다. 처음에는 눈빛으로 통하는 사람들만 있다가 신입사원도 늘어나니까 예전만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장과 직원이 한마음 되어 애사심을 키우는 것이 어느 회사에서나 쉬운 일은 아니다. 큰 조직일수록 더욱 그렇다. 중견기업 아가방의 한 직원은 “우리 사장은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소탈한 성격으로 늘 회사의 고민거리를 직원들과 회의 시간에 나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의 때 사장님이 충분히 얘기를 해주고 직원들의 의견을 여러 번 묻는다”며 “결국 결정은 혼자 해도 대화하면서 서로 생각이나 느낌이 통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