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영기사모음

죄책감 없이 쉼의 시간 가져라

도일 남건욱 2007. 9. 16. 14:12
죄책감 없이 쉼의 시간 가져라
외로운 운명은 어차피 리더의 몫…사람에 대한 헌신과 애정 있어야
고독한 리더를 위한 솔루션
리더의 자리는 언제나 험난하다. 눈이 오면 가장 먼저 그 눈을 맞는 곳이 어디인가? 산의 정상이다. 그곳은 눈이 가장 늦게까지 녹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더구나 가장 높이 솟아 있으므로 남의 눈에도 가장 먼저 띈다. 그 스트레스는 때때로 엄청난 무게로 리더들을 압박한다. 어디 그뿐인가. 자신이 이끌고 있는 조직을 위해 어떤 문제라도 해결해야 하는 것이 리더의 자리다.

조직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는 거미줄과도 같다. 나이, 성별, 성장 과정의 문화· 가치관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리더는 그들을 하나로 묶어 조직의 목표대로 이끌어 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외부의 비바람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해야 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조직이나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토로하는 문제들을 들어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자신의 문제를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느낀다. 아무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들은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만능 해결사로서 조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자기 능력의 문제로 인식해 자기 자신을 압박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적지 않은 갈등을 겪는다.

그중에서도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고 책임져야 하는 데서 오는 외로움은 생각보다 더 그들을 힘들게 한다. 예를 들어, 많은 리더가 결정을 내리는 일로 고민한다. 수천 명의 조직원이 수천 가지의 아이디어를 낸다고 해도 그것을 취합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은 리더의 몫이다.

그 결정이 잘못돼 바로잡아야 할 때도 역시 리더 혼자 그것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고독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리더가 되는 법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위기상황일수록 비켜나 있어야

나 자신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제법 큰 규모의 병원 운영 책임을 맡고 있을 때였다. 가장 힘든 것이 결정을 내리는 일이었다. 그 순간의 외로움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누구한테도 나의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없다는 것이 더욱 힘들게 했다.

물론 주위에는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는 분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마지막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은 나였다. 그리고 책임져야 하는 사람도 나뿐이었다.

고독한 CEO를 위한 3대 처방전

▶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반드시 가져라
▶ 자신만의 특별한 취미를 만들어라
▶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를 사귀어라
세상에, 그 순간의 외로움이라니. 그건 마치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난 후 아무도 없는 교정에서 나 혼자 벌을 서고 있는 기분이었다. 나 자신마저 믿지 못했다면 아마 벌 서는 걸 당장 그만두겠다고 했을지 모른다.

그때 내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가능한 한, 죄책감 없이 휴식의 시간을 가지려고 애쓴 덕분이었다. 과도한 업무와 꽉 짜인 스케줄은 리더들에게 좀처럼 쉴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위험 신호가 마구 울려대는데도 웬만해선 쉴 수 없다. 하지만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은 일부러 따로 시간을 내서라도 갖는 것이 좋다. 『몸과 영혼의 에너지 발전소』란 책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회복의 시간은 본질적으로 창조성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음표들 사이에 공간이 있어야 음악이 만들어지고, 문자들 사이에 공간이 있어야 문장이 만들어지듯이, 일과 일 사이에 공간이 있어야 사랑과 우정, 깊이와 차원이 성장한다. 회복의 시간이 없는 우리 인생은 존재감 없이 끝없이 반복되는 행동의 연속일 뿐이다.”

나는 이 말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였다. 나 자신 그런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나는 죄책감 없이 쉼의 시간을 가지려고 애쓰고 있다.

이따금 미국의 대통령이 국가 위기상황에서도 휴가지에 그대로 머물러 있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올 때가 있다. 그때마다 저들의 여유가 놀랍고, 한편으론 부럽다. 만약 우리 같으면 위기상황에 리더가 자리에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질타가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인가. 우린 위기에 처하면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다고 위기가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개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다. 위기상황일수록 그 한복판은 소용돌이가 거세다.

따라서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런 훈련이 평소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에게는 여유와 휴식이 그만큼 소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만의 특별한 취미를 갖는 것도 고독에서 벗어나는 한 방법이다. 취미활동은 리더에게 꼭 필요한 덕목인 유연성과 창의성을 기르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 그림을 그린다든가, 영화를 본다든가, 사진을 찍는 것 같은 취미활동을 하려면 비즈니스를 할 때와는 다른 뇌 세포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건 마치 쓰지 않는 근육을 강화해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평소 잘 쓰지 않는 뇌세포를 활동하게 함으로써 정신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은 외로움조차도 좋은 동반자가 되게 마련이다.

리더가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방법은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자의든 타의든 몇 겹의 차단막이 쳐지게 되는 것이 리더의 자리다. 그렇다 보니 관계에서 고립되기 쉽다. 덕분에 마음이 지치고 외로울 때도 기댈 대상이 없다.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해 놓은 소설이 있다. 미국 작가 에인 랜드의 작품 『아틀라스』는 요즘으로 말하면 일종의 기업소설이다. 그중에서도 거대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리더들의 모습이 매우 웅장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철강회사를 운영하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고독한 리더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그려놓고 있다.

“그는 자신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고 아무런 위선이나 변명도 없이 잠시나마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단지, ‘난 너무 지쳤어’라고 말하고 한순간의 휴식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뿐일 듯했다. 그가 아는 모든 사람 중에서 지금 이 순간 옆에 두고 싶은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아마 리더라면 누구나 한두 번은 그와 같은 심정에 놓여 봤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런 고립을 피할 수 있을까? 해답은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건강하고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있다.

“인격을 끓여서 기본 요소를 빼내면 남는 것은 인간에 대한 관심과 봉사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은 곧 남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때때로 헌신하는 것이 우리 인생의 뼈대를 이룬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리더에게도 꼭 필요한 덕목이다.

리더가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외적인 상황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친밀한 관계는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리더는 자기가 이끄는 사람들에게 먼저 관심을 기울이고 우정을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사람들로부터 깊은 헌신과 애정을 이끌어내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헌신과 애정이 있다면 더 이상 외로움 때문에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