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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살아 있는 생명체다

도일 남건욱 2008. 3. 2. 10:34
정부도 살아 있는 생명체다
벤치마킹할 기업들
창의력 높이기 위해 스탠딩 회의·카페 미팅…형식 깨야 효율 높아져

▶KT가 마련한 카페에서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기업은 살아 있는 생명체다. 인간의 작은 의식변화 하나가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내듯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카마키 히사시 캐논 사장이 취임한 1999년만 하더라도, 캐논은 그리 경쟁력 있는 기업이 아니었다. 라이카의 카피 카메라를 만들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카마키 사장은 “캐논이 성공한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경직된 기업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며 가장 먼저 회의문화를 바꿨다. 업무를 시작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부터 달라져야 기업 전체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제안한 것은 ‘스탠딩 회의’. 집중력을 끌어 올려 회의 시간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 회의에서 직원들은 서서 의견을 나눈다. 선 채 메모할 수 있게 탁자 높이도 30㎝ 정도 높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회의 시간에 조는 직원도 없어졌다.

아침에 시작해 평균 오후 5시쯤 끝나는 회의가 늦어도 오후 1시면 끝났다. 회의 시간이 짧아진 만큼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시간이 늘어났다. 직원들의 높은 의욕은 바로 회사 실적으로 나타났고, 캐논을 디지털카메라 1위 기업으로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캐논의 스탠딩 회의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KT도 형식 변화를 통해 직원의 창의력을 높이고 있다. 몇몇 KT 직원은 출근 시간이 되면 한 카페로 모인다. 이 카페는 KT가 고리타분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도입한 사무 공간이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푹신한 소파에 앉아 일한다.

카페 안에 마련된 자유 공간에서는 눕거나 편한 자세로 쉴 수도 있다. 한 직원은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지만, 지금은 출근하는 게 즐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출퇴근 시간에 변화를 줘 혁신을 꾀하는 기업도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 직원들은 업무 성격에 따라 자유롭게 정한 시간에 출퇴근한다. 밤 시간에 훨씬 집중력이 높은 직원은 오후에 출근해 일과를 시작해도 된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구글코리아도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을 통해 직원의 근무 의욕을 높이고 있다.

출근 시간을 약간 늦춰 아침 시간을 직원의 자기계발 시간으로 인정해주는 기업들도 있다. 한일시멘트는 직급을 가리지 않고 모든 직원에게 조찬 모임 참석을 권유한다. 조찬 모임에 나오는 직원은 30분~1시간가량 늦게 출근해도 된다. 조찬 강연을 통해 교양을 익히고, 평소 보지 못한 동료의 얼굴을 익히라는 것.

출근 부담없이 아침 시간을 활용해 지식 배양, 인맥 관리 등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삼화페인트와 기업은행도 조찬 모임 활용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브랜드 네이밍 전문업체인 메타브랜딩은 매주 월·수요일 아침을 ‘영화 보는 날’과 ‘책 읽는 날’로 운영하고 있다. 이날은 모든 직원이 10시까지 출근하는데, 사무실이 아니라 극장이나 회사 근처 북카페로 간다.

직원끼리 소감을 나누고 토론도 하면서 친해진다. 박항기 메타브랜딩 대표는 “출근 시간에 북적대는 버스나 지하철에 시달리고 나면 일할 의욕이 떨어진다”며 “창의적이고 여유 있는 일과 시작을 위해 이 같은 제도를 시행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