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아침형 국가’로 개조한다
이명박 정부 새 패러다임 1시간 빠른 정부가 기업형 행정 펼쳐…모든 부처 경영 마인드로 무장해야 |
베스트셀러 『아침형 인간』이 게으른(?) 이들을 깨운 것은 5년도 더 묵은 얘기다. 아류작으로 『새벽형 인간』까지 나왔지만, 곧 시들해졌다. 참여정부 5년이 저무는 요즘, 대한민국은 덮어두었던 아침형 인간을 다시 꺼내봐야 할 것 같다. 그것도 새벽 일찍 일어나.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는 가설을 이명박 당선인만큼 확실하게 입증한 인물이 또 있을까. ‘아침형’으로 대통령이 됐으니 말이다. 덕분에 인수위도, 정부도, 언론도 아침잠을 설치게 바빠졌다. 인수위 시계는 실제로 1시간 빠르게 조정됐고, 7시에 샌드위치를 먹으며 회의를 한다. 그래도 새벽 4시 일어나는 당선인을 따라가기 힘들다. 자신의 몫으로 나온 샌드위치를 보고 “아침을 두 번 먹으란 말이냐”고 할 정도니 모두가 더 일찍 일어나 새벽밥 먹고 출근할 밖에. 취재진에도 “아침 일찍 오느라 힘들겠다”고 걱정한다. 오죽했으면 당선인이 다니는 교회도 예배시간을 1시간 당겼다는 소리까지 들릴까. 인수위는 지난 두 달간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근무하는 것은 기본이고 회의가 새벽까지 이어지기 일쑤였다. 그야말로 ‘국민은 성공시대(한나라당 대선 슬로건), 참모는 노예시대’란 농담이 나올 만하다. 삼청동에는 두 개의 청와대가 있다. 진짜 청와대와 바로 밑 금융연수원에 자리 잡은 청와대(인수위)다. 공식 출범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한국은 이명박 정부다. 당선된 순간부터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는 듯 인수위 시계는 바삐 돌아갔다. 인수위는 실질적 정부 행세를 하며 밤낮없이 풀가동됐다. 두 달도 안 돼 192개나 되는 국정과제를 선정해 당선인에게 보고했다. 휴일도 없이 달려온 결과다. 그런데도 이 당선인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 당선자의 ‘아침형’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게 아니다. 청년 실업자 시절, 새벽 인력시장에서 그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것을 통감했다. 그는 “트럭이 와서 차례로 인부들을 실어갔는데, 내 앞에서 끝나 공치는 날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원조’ 아침형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보다도 일찍 일어난 그는 ‘조기(早起)’를 금과옥조로 현대건설을 굴지의 기업으로 키웠다. 서울시 시계가 빨라진 것도 그의 아침형 행정 덕분이다. 그는 서울시장 시절, 기업형 국가의 모델을 만든 경험이 있다. CEO 출신 대통령의 이른바 ‘실용주의’ 실험에 온 나라가 기대와 호기심으로 들썩이는 듯하다. 이 당선인에 대한 관심은 신드롬을 넘어 패러다임까지 바꿀 만큼 증폭되고 있다. ‘아침형’이 일하는 틀이라면 그 속에 든 핵심은 다름 아닌 ‘비즈니스 지향(Business oriented)’이다. 국가를 기업처럼 ‘경영’하려는 움직임이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에 만족하지 않고, 기업처럼 운영되는 국가를 지향한다. 이런 패러다임에서 국가는 기업, 대통령은 CEO가 되고, 국민은 고객이다. 비즈니스 모델(수익 모델)에 맞춰 모든 정부 조직과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행정을 추진한다. 필요하다면 기업에서 검증된 성공적인 경영 모델을 무엇이든 정부기관으로 흡수해 응용할 것이다. 아침형 정부에는 밤늦도록 이어지는 지루한 토론 따위는 없다. 결론을 낼 수 없다면 더욱 그렇다. 안건은 그 자리에서 결론 나고 추진되고 있다. 엊그제 검토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오늘 발표가 나오는 식이다. 빠른 의사결정은 기업의 생명이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기회를 놓치는 것이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아침형 정부의 부지런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기업의 현장경영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두꺼운 보고서에 의존하는 탁상공론은 발 붙이기 힘들다. 책상물림 관료와 현실 안주형 공무원도 설 자리가 없다. 구조조정 기법이 국정과 나라살림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형 정부에선 경제부처는 말할 것도 없고, 비(非)경제부처도 경제적 가치와 경영 마인드를 중시해 운영될 것이다. 기업의 위기관리도 기업형 국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부문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이명박 정부의 과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가는 기업이 아니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를 뚫은 MB의 드라이브가 쉽게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얼마 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침을 두 번 먹을 수는 없으니까) 오늘은 인수위와 속도를 맞추려 아침밥을 안 먹고 나왔다. 너무 앞서 간다고 욕을 해 속도를 좀 맞추려고….” 그의 양보는 여기까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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