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유산에서 ‘돈 꽃’이 핀다
관광 천국 꿈꾸는 다롄(大連) 제정 러시아·일본 점령기 건물 보존 … 여자경찰기마대 만들어 도시 홍보 |
‘올림픽은 베이징에서, 관광은 다롄으로’. 다롄 시내를 가로지르는 대로를 지나다 보면 이 같은 표어를 볼 수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요트 경기 개최지가 칭다오로 결정되면서 다롄에서는 올림픽 경기가 열리지 않게 되었지만, 올림픽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의지는 어느 도시 못지않다. 사실 다롄의 관광 수입은 만만치 않다. 2006년 다롄의 관광수입은 2569억 위안으로 다롄 국내총생산(GDP)의 10.1%을 차지했다. 베이징이 시 GDP 중 관광수입 비중이 23.4%, 상하이가 13.8%인 것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중국 총 GDP 중 관광수입이 3%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다롄의 관광수입은 엄청나게 높은 편이다. 베이징의 만리장성·자금성, 상하이의 스카이라인이 없음에도 다롄의 관광산업이 발전하는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다롄은 특이하게도 제정 러시아와 일본이 식민지 시절 지어놓은 건물과 시설을 ‘국가급 문물 보호지’로 관리하면서 돈 되는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의외가 아닐 수 없다. 다롄 시내 중심에 위치한 중산광장은 방사형 도로가 사방으로 뻗어 있고 로마식, 고딕식, 르네상스식 유럽풍 석조 건축물이 광장을 에워싸고 있다. 1900년대 초에 건설된 이 건물들은 지금도 인민은행, 중국은행, 교통은행, 공상은행, 우체국, 인민문화구락부, 다롄호텔, 대외경제합작국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일본 점령기 전차 지금도 운행 일본이 자원수탈을 위해 설립했던 만주철도 간부들이 거주했던 주택지는 ‘남산일본풍경구’라는 관광 유적지로 보존되고 있다. 또 러시아 건물이 소재한 지역은 ‘러시아풍경가’라는 이름으로 보존돼 다롄을 찾는 관광객의 주요 방문지가 됐다. 다롄시는 일본 점령기에 설치된 전차를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은 교통체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광장 문화와 함께 전차 운행을 꼽고 있다. 하지만 다롄시는 시민들의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전차를 보존하고 있다. 역사적인 상징성이 있는 시설을 보존해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목적에서다. 2006년 다롄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 7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일본인이며, 이들 중 상당수는 노년층이다. 1945년께 다롄에서 살았던 일본인들은 노인이 되자 어릴 적 살던 곳에 대한 향수로 이곳을 다시 방문한다. 다롄시가 일본 점령 시기의 건물과 시설을 잘 보존하고 있기에, 다롄을 방문한 일본인들이 과거 일본 문화의 잔재를 쉽게 느끼게 된다. 개혁개방 이후 일본 기업이 다롄에 많이 진출하고, 다롄과 일본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중국 속의 일본’이라 불릴 정도로 친일본적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 점도 일본인 관광객이 많아진 이유 중 하나다. 다음으로 많이 방문하는 외국인은 한국인과 러시아인. 매년 여름이면 피서차 다롄을 방문하는 러시아인들은 다롄 시내가 러시아 광장 문화를 기초로 설계되었고, 지금도 광장 문화가 잘 유지되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요즘 중국인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어 하고, 살고 싶어 하고, 노년을 보내고 싶은 도시로 다롄이 손꼽힌다. 다롄이 97년 이래 10년 연속 ‘환경보호 모범도시’로 선정됐고, 중국에서 가장 깨끗한 환경도시로 인정받고 있어서다. 다롄의 친환경 이미지는 현재 충칭시 서기인 보시라이가 시장(1993~2001년)으로 재임하던 시절 도시 미화와 환경 정비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시작됐다. 도시 녹화율을 41%로 끌어올리고 수많은 광장을 건설했다. 현재 광장 수가 80여 개에 이른다. 오늘날 관광명소의 대부분은 보시라이 시장의 작품이다. 쓰레기장을 아시아 최대의 광장(성해광장)으로 탈바꿈시키고, 묘지투성이 야산을 삼림동물원으로, 어촌을 금석탄 공원과 골프장으로, 공장지대를 ‘동해공원’으로 바꿨다. 보시라이 시장은 시 정비에 그치지 않고, 도시 브랜드 창출을 통해 다롄의 국제적인 인지도를 제고했다. 복장박람회 개최, 프로축구팀 창단은 물론 친환경 도시 이미지의 대외홍보도 강화했다. 또 중국 유일의 여자경찰기마대를 창설하고, 여성교통경찰대도 운영했다. 이는 ‘낭만의 도시’라는 이미지 홍보에 적절히 활용됐다. 보시라이의 뒤를 이은 샤더런 시장은 환경유해물질 배출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시 외곽으로 이전하거나 폐쇄하는, 이른바 친환경 정책을 폈다. 2005년 석탄 회사와 시멘트 공장을 폐업시켰으며, 화학기업을 시 외곽으로 이전시켰다. 2007년에는 시멘트 공장과 노후 설비시설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을 대거 도태시켰다. 또 시내에 화공업체의 신규 설립을 불허했다. 다롄이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하고 대외지명도가 올라가면서 다롄 시민들의 시민의식과 자부심도 고양됐다. 시민들의 의식변화는 청결하고 아름다운 해안도시를 지키자는 실천운동으로 이어졌다. 매년 식목일이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산에 나무를 심고 있다. 공공장소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버스정류장에서 줄을 서서 승차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다롄은 전통적인 역사유적은 없지만, 요동반도 남단에 자리잡아 동쪽으로는 황해(黃海), 서쪽으로는 발해(渤海)를 바라보고 있다. 바닷가와 해안선이라는 천연 자연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다롄시는 88년 해안가 일대를 ‘국가 중점 명승지역’으로 선정하고 보호하고 있다. 다롄에는 부산 해운대 ‘달맞이 길’을 연상케 하는 총 연장 30㎞의 해안도로가 이어져 있다. 해안도로 동쪽 끝은 공해공원이다. 방추도, 노호탄, 연와령, 백운산, 북대교, 부가장 해수욕장 등 12개의 관광지를 지나 서쪽으로 향하면 성해공원과 성해광장으로 연결된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이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와 조깅 코스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눈에 가장 많이 띄는 점은 해안도로 전체를 공원화했다는 점이다. 간이 매점을 제외하고는 어떤 건축도 불허한다. 동북3성 중 최고 관광도시로 떠올라 최근 다롄시는 해군기지가 주둔해 외국인의 접근이 제한됐던 뤼순(旅順)지역을 개방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협의 중이다. 뤼순은 모래알이 고운 백사장과 깨끗한 바닷물로 유명하다. 안중근, 신채호 선생이 순국한 뤼순감옥과 러일전쟁의 격전지인 203고지 같은 역사유적지도 많다. 뤼순이 개방되면 중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관광객을 동시에 유치할 수 있다. 오늘날 다롄은 동북3성 중에서 최고의 관광도시로 부상했다. 중국 내 최고 친환경도시이자 휴양도시로 알려지면서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가 된 것이다. 2007년 2월 중국국가여행국과 유엔세계여행조직이 공동으로 실시한 평가 결과 청두(成都), 항저우(杭州)와 함께 다롄이 ‘2006년 중국 최고의 여행도시’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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