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고용하라니 말이 되나
노동계약법 어찌하오리까 근로자 권익 보호에 치우친다는 비판 많아 … 기업들 인건비 최대 40% 상승 |
올해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간 노동계약법에 대해 중국 국내외 기업가와 법조계에서 예전에 볼 수 없던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기업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70% 이상 기업가가 노동계약법 일부 조항에 대한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노동계약법은 역대 다섯 번째로 민의 수렴 과정을 거쳐 제정된 법으로, 불과 한 달 만에 무려 19만 건의 의견(그중 65%는 노동자)이 접수됐다. 그럼에도 노동계약법이 노사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반영해 법제화됐다는 증거는 유감스럽게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법 제정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곳이 바로 중국 정부기관인 노동사회보장부와 전국총공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계약법은 노동자를 ‘사회적 약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색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기업 경영에 불리한 조항 수두룩 많은 중국 기업 경영자에게 이번 입법 과정은 좋은 교훈이 됐다. 외국 기업과 달리 중국 기업은 노동계약법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으며, 이에 따라 입법 과정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 기업들 주장이 효과적으로 이 법에 반영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개혁 개방 이후 30년이 흘렀다. 이 기간 동안 많은 우량기업이 배출됐다. 그러나 일부 기업의 경우 노동계약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노동자를 착취해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왔다. 노동계약법은 중국 비즈니스 환경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경종을 울리는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와 함께 법 집행 과정에서 내용이 대폭 수정되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부담도 생겨나고 있다. 올해 40세의 장지더(張繼德)는 광둥성 순더시에서 600명 규모의 가구공장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올 초 이 회사는 노동계약법 시행에 따라 모든 직원과 노동계약을 체결하며, 장기근무 직원과는 무기한 노동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공고문을 붙였다. 그러나 하루 종일 기다려도 단 한 명도 계약을 체결하러 오는 직원이 없었다. 이유는 이렇다. 노동계약을 체결하면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 돈이 자신의 월급에서 지출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춘제(春節·구정)가 지나고 다른 곳에 가서 일한다면 이 돈을 가져갈 수도 없다. 그래서 결국 노동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당황한 장 사장은 이에 대해 현지 노동국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문의했지만, 당국은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라고 한다. 2007년 12월 초 롄샹(레노보홀딩스) 류촨즈(柳傳志) 총재는 “노동계약법 시행은 기존 근로자 권익보호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기업 경영에 불리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긴장된다. 특히 무기한 노동계약이나 경제보상금 지급 문제는 직접적인 타격을 미친다. 국가가 농민공 취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중국의 지속가능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침없이 잘나가던 화웨이(華爲)기술유한회사 런정페이 총재는 직원 대량 해고와 관련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2007년 9월 화웨이는 런 총재를 포함해 8년 이상 근무한 7000여 명의 직원이 2008년 이전에 일괄 사직하고, 재계약을 체결하라고 공지한 게 원인이었다. 화웨이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노사 양측이 동의하고 필요하다면 계약을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론은 화웨이의 이번 조치가 장기 근무 직원에 대한 무기한 노동계약 체결 의무조항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런정페이는 그동안 수차에 걸쳐 기업의 활력 유지를 위해서는 ‘침전층’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침전층’이란 장기 근무를 하고 있는 고임금 직원을 말한다. 일부 직원이 기업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런정페이는 결국 실행에 옮겼다. 이러한 그의 선택은 “매출 증대를 위해 취하는 조치는 결코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다”는 기업 내부 구호와 일맥상통한다. 런정페이와 동향인 완커(萬科) 이사장인 왕스(王石)는 노동계약법에 대해 홀가분한 입장이다. 완커는 오히려 노동계약법 내용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노동계약법은 세 번째 계약부터 무기한 노동계약 체결을 규정하나 완커는 두 번째 계약부터 무기한 고용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럼에도 완커는 모든 직원을 위해 보험을 들고 있다. 그러나 완커 역시 무기한 노동계약 체결 관련 조항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즉각적인 대답을 피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현재 노무관리를 할 때 노동계약법 실시 세칙이 마련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이 과도기적 단계로 보고 있는 것이다. 당초 지난해 말 공표될 예정이던 ‘실시 세칙’ 역시 아직까지 의견 수렴 단계에 그치고 있다. 현재 실시 세칙 초안을 검토 중인 전국상공업연합회는 내용이 여전히 원론적이고 모호해 법 시행 과정에 나올 실무 사항에 대응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했다. 화샤(華夏) 컨설팅그룹 펑젠펑(彭劍峰) 이사장은 “노동계약법을 철저히 지킬 경우 많은 현실적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약법 시행으로 기업들의 인건비 상승폭은 5~4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압력을 느끼는 기업은 노동집약형 기업과 중소기업이다. 보험료 놓고도 노사 서로 눈치보기 창장(長江)삼각주 소재 기업가 대부분은 연초 직원 임금체제를 새로 바꾸면서 “최대한 (임금인상을) 회피할 뿐”이라고 말했다. “임금 총액은 변하지 않으니 사실상 ‘조삼모사(朝三暮四)’인 셈이다. 임금체계를 기본임금과 기타수당으로 명확히 구분하는 데 그친다”고 저장성 후저우(湖州)실크로드 링란팡(凌蘭芳) 이사장은 솔직하게 말했다. 유급 휴가제에 대해서도 대다수 중국기업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외무역 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오더를 수주해 와도 모두들 유급 휴가를 가버리니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고 기업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 최대 양말제조 기업으로 저장성 이우시에 위치한 상장회사인 랑사(浪莎) 부이사장은 이에 대해 “오더가 폭주하는 성수기에는 초과 근무를 시키고, 나머지 시기에는 교대로 휴가를 보낸다. 공장 보일러와 발전기는 쉬지 않고 돌아가는데 모두 연차를 가버리면 기업은 곧 망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후저우실크로드의 링 이사장은 “15일 연차를 쪼개 국경일 연휴와 함께 쓰도록 한다. 예를 들어 10월 1일 국경절 연휴기간인 3일에 덧붙여 총 7일 동안 연차휴가를 보낸다. 한여름에는 전 직원이 일주간 휴가를 쓴다. 이런 방식으로 15일 연차를 쪼개 사용토록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업종 역시 직원 보험가입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항저우 최대 가정가사 인력 서비스회사인 싼티(三替)그룹 타오샤오잉(陶曉鶯) 사장은 이렇게 항변했다. “보모 한 명 월급 1200위안 중 10%인 120위안을 회사에 납부하는데, 회사가 보모를 위해 300여 위안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면 그 보모는 200여 위안을 추가로 회사에 납부해야 한다. 보험료 300위안을 지불하기 위해 급여를 3000위안으로 올릴 수는 없지 않은가? 어느 기업이 이렇게 높은 보모 임금을 부담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기업이 보모를 보험에 가입시키기를 희망한다 할지라도 당사자가 고맙게 여기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대다수 보모는 보험금이 자신의 임금에서 나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언제 회사를 떠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보험가입을 원하지 않으나 회사는 노동계약법에 위배되지 않기 위해 직원을 설득시켜 노동계약을 체결하는 실정이다. 특히 ‘무기한 노동계약’은 기업주 입장에서 가장 골치 아픈 조항이다. 아직까지는 대다수 기업이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화웨이 사례처럼 일괄적으로 직원에게 사표를 받은 후 다시 노동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이미 관계 당국으로부터 중지 명령과 함께 법적 무효로 발표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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