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 잡고 ‘超현대 속도’로 달린다
노재만 베이징현대자동차 총경리 5년 만에 베이징 택시 절반 장악 … 올해 중국 시장서 38만 대 판매 야심 |
앞서 2월 22일 베이징현대차는 중국 현지에서 누적 생산 100만 대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중국의 베이징자동차그룹과 손잡고 2002년 50 대 50의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자동차를 내놓기 시작한 지 5년2개월 만이다. 이처럼 가공할 만한 성장속도에 놀란 중국 언론이 ‘현대 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단행한 8% 가격인하 효과가 나타나면서 올 들어 판매도 빠르게 늘고 있다. 베이징현대차의 오늘을 만든 주인공은 노재만(59) 베이징현대차 총경리(그룹 부사장)다. 그는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울산 현대차 공장에 입사했다. 33년간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엔지니어다. 그는 2002년 현대차가 인수한 기아자동차 중국 법인인 둥펑웨다(東風悅達)기아차 공장장을 잠시 지낸 뒤 그해 10월부터 베이징현대차 공장 설립에 뛰어들었다. 2002년 8월 베이징 입성 이후 제1공장 설립에서부터 ‘현지생산 1호 자동차’를 내놓을 때까지 모든 과정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다. 5년여 짧은 기간에 베이징현대차는 중국 시장에 빠른 속도로 뿌리를 내렸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얼굴에 해당하는 택시 (6만7000여 대)의 절반가량이 베이징현대차로 교체됐다. 택시기사들의 입소문을 활용해 “베이징현대차가 잔 고장이 적고 튼튼한 데다 승차감도 괜찮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런 정 회장의 구상이 2001년부터 구체화됐고 결국 2002년 10월 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다. 노 총경리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추진력이 정 회장님의 주특기”라고 말했다. 노 총경리의 추가 설명은 이렇다. “현대차를 제외하고 중국 정부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지금까지 외국 자동차업체에 추가로 공장 설립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현대차가 막차를 탄 셈이다. 중국의 자동차 수요는 베이징현대차가 제품을 출시할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84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독일의 폴크스바겐을 비롯해 현대차보다 앞서 진출한 선발 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했다. 후발 주자인 현대는 오히려 이들이 닦아 놓은 길 위를 달리는 이점을 누렸다. 첫차가 아니라 극적으로 막차를 탔기 때문에 수업료를 덜 냈다.” 숨가쁘게 달려온 그는 잠시 쉴 틈도 없이 중국 시장 2단계 공략 구상에 여념이 없다. 그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를 베이징현대차 1기, 올해부터를 2기로 구분했다. 노 총경리는 “지난 5년 동안 역량의 70%를 생산에 투입해 60만 대 생산기반을 완성했다. 앞으로는 판매에 80%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노 총경리는 네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소비자가 사고 싶어 하는 차를 만들고, 원가를 줄이고, 판매망을 확충하고,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는 일이다. 중국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노력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미국형과 유럽형에 이어 ‘중국형 현대차’를 처음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칭화(淸華)대학 미술 전공 교수 3명과 중국인 판매 책임자를 국내로 초청해 품평회를 마쳤다. 그 결과 외관이 화려하고 중후한 느낌의 모델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의 기호를 최대한 반영하기로 했다. 예컨대 차량의 볼륨감을 키우고 라디에이터 그릴의 폭을 대폭 넓혔다. “지금까지는 현대차가 만들었으니 믿고 사라는 식의 일방주의였다면 앞으로는 고객의 입맛에 맞추는 전략으로 가겠다”는 것이 노 총경리의 복안이다. 60만 대 현지생산 기반 완성
중국 토종 업체들은 올 들어 자동차 가격 인상 필요성을 끄집어내고 있다. 가격을 내리던 지난해 초와는 판이하다. 이에 대해 노 총경리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면 생산성이 높은 현대차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본사 지원으로 지난해 상하이에 설치한 글로벌 지원센터를 통해 중국에서 가장 값싸고 질 좋은 부품을 조달하는 현대차로선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얘기다. 원가는 절감하되 근로자들의 사기는 오히려 북돋운다는 구상도 밝혔다. 현대차 아산 공장장으로 재임할 때 강성 노조를 설득해 처음으로 ‘노사 평화선언’을 이끌어낸 덕장(德將)의 지혜를 중국에서도 발휘해 보겠다는 것이다. 판매 네트워크는 현재 330여 개인 대리점을 2010년까지 600여 개로 늘릴 생각이다.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에 대해 노 총경리는 “솔직히 아직은 좀 약하다”고 실토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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