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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S라인 경제? 경제의 S라인?

도일 남건욱 2008. 5. 12. 09:07
[양재찬의 프리즘] S라인 경제? 경제의 S라인?
쏟아지는 재탕 삼탕 정책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7월 당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30개 골프장 건립 신청 건을 심사해 4개월 안에 허가하겠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해외골프 수요를 국내 지방 골프장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으로 골프장 관련 규제완화는 서비스산업 육성 대책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서비스산업 대책은 2001년께부터 잇따라 나왔다.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비롯해 활성화, 경쟁력 강화, 선진화 등 이름과 다루는 범위가 다른 크고 작은 대책이 30여 건에 이르렀다. 그 종합판은 2006년 12월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이었다.

넉 달 동안 경제단체와 관련 업계, 지방자치단체 및 관련 부처 의견을 받아 총 159개 과제를 선정했다. 세제·금융 지원과 규제완화 등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선물세트였다.

당시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야심작으로 2·3단계 대책이 이듬해 6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왔다. 하지만 백화점식 정책 나열로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고, 2007년 12월 대선으로 정권이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도 출범 두 달 만에 포장이 다른 대책을 선보였다. ‘서비스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는 나라’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함께 발전하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당장 심각한 관광·의료·유학 부문의 적자를 줄이기 위한 1단계 대책에 이어 9월, 12월 2·3단계 대책을 내놓을 것임을 예고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서비스산업 대책은 비슷한 대목이 많다. 외국인학교 학력 인정, 세금감면을 통한 골프장 그린피 인하 등 일부 진전된 내용을 빼면 대부분 재탕 내지 삼탕이다.

두 큰 대책의 시차가 2년4개월로 그새 산업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2005년 9월 당시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정책기획과에서 ‘서비스경제과’로 이름을 바꿔 단 조직이 계속 대책을 주도한 점도 작용했을 게다.

하지만 이는 대책 발표 때마다 비슷비슷한 게 나왔는데 대부분 선언에 그쳤을 뿐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관계 부처와 업계 대표들이 모여 회의할 때 반짝 관심의 대상이 되고 부처에서도 챙기는 듯하더니만 이내 잊어버리고 마는 식이었다.

게다가 그중에는 시장을 모른 채 책상에 앉아 세운 대책도 있었고, 추진 방안과 실행을 두고 정부부처나 사업자단체·정치권·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서비스산업 육성을 외치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그럼에도 서비스수지 적자는 2000년 39억7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05억7000만 달러로 7년 사이 5배로 불어났다. 지난해 유학·관광 등 여행 부문에서만 150억9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애써 물건을 만들어 팔아 상품수지에서 흑자를 내면 서비스 적자가 톡 털어먹는 식이다. 정부 대책이 책상 위 서류로는 진화하는데 현장과 시장에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그렇다.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이해 관계자들의 이해조정 문제와 직결돼 있다. 골프관광과 의료관광·유학연수 부문에 대한 1단계 대책을 세우는 데 기획재정부 3개 과가 앞에 나서 11개 정부부처와 2위원회·4청과 협의를 거쳤다.

이처럼 많은 곳이 얽혀있는 데서 보듯 의견 조정과 실행이 쉽지 않다. 앞으로 의료·법률·교육 등 이해관계가 더욱 첨예한 데서 개방과 규제완화를 추진하려면 더욱 정교한 조정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서비스산업에도 기술과 브랜드가 중요한데 여전히 미흡한 구석이 많고.

2006년 말 노무현 정부의 재정경제부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국정브리핑에 “제조업 편중 산업구조에서 탈피해 ‘우리 경제의 S라인’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의 기획재정부는 같은 사이트에 “우리 경제체제를 제조업과 밸런스를 맞춰 ‘S라인 경제’를 만들자”고 썼다.

경제의 S라인이든, S라인 경제든 그 목표는 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4월 28일 개봉한 서비스산업 키우기 2탄이 어떤 흥행을 거둘지는 전적으로 MB정부 몫이다.
양재찬 편집위원 (jayang@joongang.co.kr [936호] 2008.05.06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