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경제기사모음

中·日 ‘황금 시장’ 주도권 다툼

도일 남건욱 2008. 6. 15. 19:07
中·日 ‘황금 시장’ 주도권 다툼
메콩강을 잡아라
지난 4월 밀담회의 열어 정보 공유 … 한국은 역내 GDP 1조 달러 시장서 소외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 사막 순다라벳 태국 총리, 타인 사인 미얀마 총리, 부아손 부파방 라오스 총리, 원자바오 중국 총리(왼쪽부터)가 지난 3월 31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대(大)메콩 경제권(GMS)’ 정보 고속도로 계획 1단계 완료식에 참석했다.


지난 4월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 고급관료들 간에 묘한(?) 회의가 열렸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회의는 ‘제1회 중·일 메콩 정책 대화’였다.

이 회의의 목적은 메콩 지역(CLMTV: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태국·베트남) 현상 인식에 관한 의견 교환과 정책에 관한 정보공유였다.

일본 측에선 메콩 지역 지원을 통해 역내 격차를 해소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세안 통합을 일구는 방안, 일본 기업이 겨냥하고 있는 메콩 지역 경제 잠재력 등을 설명했다. 또 지난 1월 도쿄에서 열린 일·메콩 외무장관 회의의 내용도 소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지난 3월 방콕에서 열린 대(大)메콩경제권 정상회담에서 오간 내용들을 공유했다. 양국은 메콩 지역 발전과 안정을 위해서는 중국·일본·메콩 지역이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

1992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제시한 ‘GMS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개발이 진행된 메콩 유역 개발은 일본과 중국 주도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제1회 ‘중·일 메콩 정책 대화’는 메콩 유역 국가들에 대한 중·일 두 나라의 기득권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과 대만·싱가포르 등은 완전히 제2선으로 밀려난 것이다. 오래전부터 메콩 지역 국가들에 공을 들인 일본과 중국의 승리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수교 120주년을 맞은 일본과 태국은 지난 1월 17일 도쿄에서 일·태 외무장관 회담을 열고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한 일·태 협력을 확인했다. 특히 일본이 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GMS 물류 사업에 관해 집중 협의했다.

일·태 외무장관 회담 전날 열린 ‘제1회 일·메콩 외무장관 회담’에서 일본은 일·라오스 투자협정, 캄보디아 무상원조, 개발 3각지대(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의 미개발 국경지대)에 2000만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메콩의 큰 형님 격인 태국에 대해서는 이 나라 정부가 추진 중인 ‘ACMECS(이라와지 차오프라야 메콩 경제협력전략)’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선언이 주목 받았다. 일본이 활용하고 있는 ‘일·아세안 통합기금’을 확대해 태국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ACMECS는 태국이 주변 후발국들을 지원하는 남남협력의 하나다. 이 전략은 2003년 탁신 전 총리가 아세안 긴급 정상회담에서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태국 간의 경제협력 전략 구상을 제창하면서 추진됐다. 같은 해 11월 정상회담이 열렸고, 2005년 5월에는 베트남도 참가했다.

그해 11월에는 제2회 정상회담이 열렸고, 2008년 상반기 중 제3회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제3회 정상회담 논의 안건은 무역과 투자, 농업, 공업, 수송 네트워크, 관광, 인적자원개발, 보건위생 등 7개 분야다.

한편 일본 정부는 내년을 ‘일·메콩 교류의 해’로 정하고, 앞으로 5년간 1만 명의 메콩 지역 청년들을 일본으로 초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 사업은 올해부터 바로 시작된다.

일본이 주도할 GMS 프로그램은 ‘아세안 2015년 공동체 완성’이란 큰 과업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기업들도 제2의 중국으로 불리는 베트남과 정치 안정이 뚜렷한 캄보디아 등에 투자하고 있지만 선두 일본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최근 들어 엄청난 외화자금을 갖고 있는 중국도 연고권(윈난성도 메콩의 일원)을 내세워 대형 투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1회 중·일 메콩 정책 대화는 중국의 움직임에 긴장한 일본의 발 빠른 대책이다. 일본으로서는 메콩도 중요하지만 중국으로 연결되는 물류 네트워크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 전문가들은 따라서 GMS를 보려면 일본을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본이 메콩의 개발계획을 짜고 있는 까닭이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 물류회사들은 동남아시아에서 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신흥공업국을 포함한 경제의 일체화가 진행, 물류 수요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일본을 중심으로 교통 인프라가 정비되고, 이것은 경제 일체화를 받쳐주기 시작했다. 교통 인프라 정비의 대표적인 예는 인도차이나 반도를 동서로 횡단하는 ‘동서경제회랑’.

이 전략을 바탕으로 2006년 말에는 태국과 라오스 국경의 메콩강을 건너는 ‘제2 메콩 국제다리’가 완성됐다. 또 태국~베트남 간은 육로 이동 시간이 일주일 이상 줄었다.

기존에는 방콕과 하노이의 이동은 주로 바닷길이었으며, 최소 2주 가까이 소요됐다. 이번 정비로 하노이 주변에서 일본의 전자기기와 자동차의 생산이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은 제조업의 밑받침이 되는 부품산업의 집적이 아직 부족해 태국 등으로부터 실어올 필요가 있다. 동서경제회랑 개통과 일본 물류회사의 정기 트럭 운행은 베트남의 진출을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을 향해서는 중·베 국경 지역인 중국 유이관(友誼關)까지의 ‘남우 고속도로’가 2005년 말에 개통하는 등 중국과의 도로정비도 진행돼 일본통운과 우선(郵船) 항공 서비스가 정기 트럭 편을 투입하고 있다.

일본무역진흥기구(제트로)는 진출 기업이 물류계획을 세우기 쉽도록 ‘아세안물류 네트워크 맵’을 지난해 발행했다. 아세안 10개국에 관련된 주요 수송 루트와 소요 시간, 비용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세계 각국, 지역의 물류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정보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이야말로 포스트 중국의 황금시장으로 떠오르는 GMS를 꼼꼼하게 챙겨야 할 때다.

대(大)메콩 경제권(GMS: Greater Mekong Sub-Regions)
메콩강(중국 윈난성~캄보디아~베트남으로 이어지며 길이 4023km)이라는 대하를 축으로 한 유역(流域)권 개발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 국경을 넘나드는 지역개발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동남아시아 역내 격차 시정과 지속적인 발전에 큰 탄력을 줄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경제권에는 태국·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와 중국 윈난성 등 6개국이 속해 있다. 인구는 3억 명이 넘고 GDP는 약 4000억 달러(인도의 절반), 개발계획은 1992년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의해 시작됐다.

ADB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02년까지 10년간 GMS프로젝트에 투입된 총 자금은 20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 중 ADB가 투입한 자금은 7억7200만 달러. 그 외 유역국가들이 9억5890만 달러, 주요 지원국이나 지원기관이 2억34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아세안 경제일체화
아세안 10개국에 걸친 인구 5억7000만 명, 역내 총생산(GDP) 1조 달러 규모의 경제권.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는 2015년까지 역내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는 ‘아세안 공동체’ 실현을 목표로 선언을 채택했다. 중국과 인도가 대두하는 가운데 역내 경제의 일체화로 존재감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통일문화연구소장 (kjwon@joongang.co.kr [940호] 2008.06.02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