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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뼈대 안 흔들릴 것”

도일 남건욱 2008. 9. 27. 18:11
“부동산 시장 뼈대 안 흔들릴 것”
현지 전문가의 미국 경제 긴급 진단
숨어있는 문제 해결할 기회 … 새 메가뱅크 출현 가능성 높아
월가의 탐욕…파멸
뉴욕=황창엽 커머스뱅크 부회장·chris.hwang@yesbank.com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고급 단독주택 밀집지역.

2007년 하반기부터 미국에 불어닥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올 3월 미국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팔리면서 시작된 신용경색 위기는 양대 주택공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정부가 인수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바닥이 보인다 싶었다. 하지만 9월 15일 1850년에 설립돼 대공황과 수많은 금융위기를 넘겨 온 빅4 투자회사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자 뉴욕 금융계는 패닉에 빠져들었다.

그것도 모자라 세계적인 증권회사 메릴린치가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에 매각됐다는 소식은 월가를 우울하다 못해 참담하게 만들었다. 뉴욕에서 오랜 기간 금융계에 몸담아 왔던 필자와 마찬가지로 월가의 많은 금융인은 최근까지도 투자자들에게 유동성에 문제가 없음을 확언했던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의 비보에 당황하고 있다.

세계적인 보험회사 AIG에 정부의 구제금융이 결정되었으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이자율 동결 결정과 일관되지 않은 정부의 구제방법에 대한 실망은 계속 주식시장을 흔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서브프라임 대출과 맞물린 손실 규모가 얼마인지 파악이 안 돼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비관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기준 없이 움직이는 투자자들의 막가파 심리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 있다. 미국 내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 규모는 약 3500억 달러 정도다. 하지만 1년 사이 많은 금융기관에서 이 중 70%에 해당하는 2500억 달러를 상각했음에도 아직 1080억 달러가 남아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실수는 전체 530억 달러에 달하는 상각액 중에서 40%만 상각하는 안이함 때문이었다. 외국 투자자들과 협상에서 자사 부실채권의 시장 가격을 잘못 판단한 것도 리먼의 파산에 큰 몫을 했다.

‘리먼’ 파산은 안이함 때문

서브프라임 대출은 신용평가기관에서 책정하는 신청자의 신용점수(FICO, 신용등급은 380~850점 사이에서 형성)로 구분한다. 낮은 신용점수는 높은 위험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당연히 높은 이자율을 책정한다. 주택시장이 활발하면서 많은 은행이 낮은 신용이나 수입증명 서류 없이도 가능한 서브프라임 대출을 대폭 증가시켰다.

통계에 따르면 1996~2004년 신용도가 낮은 대출 신청서는 9%였으나 2004~2006년에는 21%로 증가했다. 특히 일정 기간 이자만 내다가 불어난 원금과 이자를 같이 내는 대출 상품과 감정가의 최고 95%에서 110%까지 대출하는 위험도가 높은 상품이 많았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이 같은 위험한 자산을 MBS 채권으로 변형해 주식시장에서 거래하고 월가의 투자은행은 같은 MBS 채권을 담보로 또 대출을 일으키면서 기이한 버블 현상을 만들어 왔다.

수년 전부터 너무 방만하게 운영되는 대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방만한 심사 기준과 변화되는 투자 윤리, 소비자의 무분별한 재정 기준은 금융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 부동산 시장은 또한 소송의 파도에 휘말리고 있다. 주택소유주는 모기지 은행을, 모기지 은행은 월가의 투자은행을, 투자은행은 대출담당자를 고소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구입한 채권의 부실화로 채권 재판매가 어려워졌거나 대출신청 서류의 내용이 허위로 기재된 경우, 감정이 과장된 경우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법정소송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월가의 가장 큰 문제는 부실 부동산 시장이 월가 채권시장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월가에서 자초한 버블 부동산 채권시장이 부동산 부실을 더 심각하게 만들고 주식시장 전체의 혼란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의 하락은 금융기관의 자본금 조달 능력과 회사의 신용 하락을 야기했고 CDS(Credit Default Swap)와 연결돼 도미노 현상을 가져왔다. CDS를 보증해준 회사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CDS를 요청한 회사에 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규정으로 인해 신용이 하락한 회사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AIG를 미국 정부가 구제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대규모 CDS를 제공하는 AIG가 파산할 경우 금융기관들의 도미노 파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불안정한 주식시장의 한 축에는 바로 헤지펀드가 있다. 미국 금융당국의 느슨한 감독과 규제는 특히 지금과 같이 주가 하락을 조정하는 헤지펀드 투자자들의 이익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헤지펀드 투자자들은 위험성이 많은 투자를 하는 대신 일반 뮤추얼펀드와 달리 장기, 단기성 투자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주가 하락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공매도(Short Sell)를 주도하고 있다. 당국은 급하게 공매도를 규제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효했지만 너무 늦은 조치였다는 시각이 많다.

불안한 미국 금융시장과 지속되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주거용 부동산에 이어 상업용 부동산으로 이어지는 일반 사이클로 볼 때, 부동산과 관련된 금융주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부동산 경기가 10년 주기로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상업용 부동산의 하락은 이제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상업용 모기지(대출증권)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모건스탠리도 결코 안전하지는 않다.

또한 소규모 상업용 부동산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지방은행 또한 연쇄적으로 문을 닫을 수 있는 것이다. 일반 은행들이 파산하게 되면 예금주들의 심리는 극도로 불안해진다. 이를 반영하듯 FDIC(연방 보험공사)에서는 예금주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파산은행에 있는 고객의 예금이 안전한지 여부를 확인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다.

워싱턴뮤추얼(Washington Mutual)은행 등 언론에서 자주 거론되는 금융기관 예금주들의 문의가 증가하는 추세며 고용시장 또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뉴욕시에서는 현재 대규모 실업 사태로 시 재정수입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010년에는 뉴욕시 예산 적자가 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대출 규모 8조 달러 넘어

그러나 모든 것이 부정적이지는 않다. 미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미국의 부동산 대출 시장은 8조 달러 이상이며 모기지 채권 시장은 약 6조 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미국 부동산 시장의 기본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안정된 세금 법규와 압류(Foreclosure) 및 파산법은 금융기관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압류를 진행할 경우 은행은 최대 30~60%의 원금만을 손해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이 파산신청을 해도 부동산을 담보물로 가지고 있는 은행의 권리는 소멸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그간 잠재돼 있던 문제점을 이번 기회에 해결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메릴린치를 인수한 BOA는 신용 위주로 주식과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성하는 회사가 아니고 소비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형태의 합병이나 인수로 조만간 대규모 금융기관이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소규모 부실은행들이 문을 닫게 되면서 경쟁력 있는 우량은행들이 이들을 인수한다면 금융시장이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