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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시장 붕괴 대비 시나리오 마련”긴급 점검

도일 남건욱 2008. 10. 20. 09:43
“美 시장 붕괴 대비 시나리오 마련”
긴급 점검 수출업체들의 위기 타개 전략
금융위기 실물경제로 빠르게 확산 … 삼성·LG·현대차·SK 등 대응책 준비
이석호·한정연 기자·lukoo@joongang.co.kr

부산항 감만부두 야적장이 컨테이너로 가득 차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 수출기업들에 타격을 줄 가능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이제는 기업 차례다. 모기지 회사, 투자은행에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한 고비를 넘기고 있지만 위기가 완전히 진화된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의 클라이맥스는 지난 듯하지만 사람들이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위기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에 따라 전반적으로 소비 수요가 낮은 상태에서 투자은행 파산 등 금융위기가 덮쳐오면서 가계에서도 금융자산 손실, 대출이자 상승 등 소비를 위축시킬 요인이 늘어났다. 미국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소비자들이 주택 저당으로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워 자동차 구입, 주택 보수, 자녀 학자금 융자 등이 힘들어져 소비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의 대형 소매업체인 JC페니 백화점의 9월 첫째, 둘째 주 세일즈 리포트는 미국 소비재 시장에서 가장 황금 시즌인 9월 개학시즌 매출이 저조하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미국 경기가 후퇴하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 역시 하반기는 물론 내년 경영계획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대기업들은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다”며 일단 위기설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미국 금융위기와 관련해 “아직까지 금융위기로 인한 소비 위축보다는 반도체 가격 하락이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일부 업체의 D램 감산 조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LG전자도 당장 미국 경기 위축에 따른 위기는 별로 없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북미시장에서 진작부터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왔고, TV는 2009년부터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하고 디지털로 전환하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SK에너지 등 다른 수출 기업도 일단 위기설 증폭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런 공식적인 입장과 달리 기업들은 수면 아래서 이번 사태가 최대 수출국인 미국시장 위축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위기가 닥쳐왔기 때문에 위기설을 꺼내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면서 “이미 해당 부서별로 다양한 대응책과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많은 고객이 할부금융을 통해 자동차를 구입하는데 주택대출금도 못 갚는 상황에서 자동차를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신용경색이 오면 소비 자체가 불가능해져 자동차 판매에 막대한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또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태에 대해 굉장한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유가와 불경기가 지속되면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고 가격 경쟁력 있는 소형차 소비가 늘어날 수 있어 여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SK에너지도 “당장 큰 변화는 없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수출 쪽에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SK에너지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담당 부서별로 위기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LG전자도 겉으로는 태연하지만 미국시장이 위축될 것에 대비해 마케팅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이번 금융사태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남용 부회장이 현업부서에서 수시로 상황을 보고 받는 등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는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와 관련해 경영진 차원의 긴급 대책모임을 열지는 않고 있으나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 북미 경기 둔화 심화에 따른 수출 차질이 불가피해 현업부서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때마침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도 9월 17일 북미지역 시찰을 위해 해외출장 길에 올랐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수개월 전부터 예정됐던 것”이라면서도 “최근 북미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어 이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덜 받는 포스코에 대해서도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조인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제품 가격은 빠지는 상황이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며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이미 4년치 물량까지 발주를 마친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업체들은 다소 느긋한 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파장이 깊어지고 길어진다면 조선업체 역시 파도를 피할 수는 없다.

특히 일부에서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장기 관점에서 수주 호황기가 이미 지났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선박 금융시장의 자금조달 상황이 악화되면 선박발주 취소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해운산업이 위축되면 연관산업인 조선산업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현대중공업 허광회 차장은 “환율 등 예측 불가능한 요인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가장 안전한 조건으로 주문을 받는다”며 “전사적으로 (금융위기) 대응책을 만들고 있지는 않지만 수출입 부서 등 담당 부서별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4분기 수출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국내 806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EBSI)조사’에 따르면 EBSI지수는 82.8로 나와 3분기 90.6보다 나빠졌다. EBSI지수가 100 이하면 수출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많다는 의미다.

특히 2분기의 128.3에 비하면 불과 6개월 만에 34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으로 기업들의 수출 체감경기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4분기 전망이 부진을 보인 것은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 중국 등의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것”이라며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로 수출 업계의 체감경기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국내기업들은 아직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미 금융위기가 장기화하면 먼저 한국 기업들은 크레딧라인(사전승인 대출 한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개별 기업들은 각자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약점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연말 쇼핑 시즌이 오면 그때부터 (실물경제에) 영향이 나타나지 않겠느냐”며 “소비재 판매가 부진하면 중국 수출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업체들 위기관리 전략
삼성전자 북미시장 집중 점검. 이윤우 부회장 미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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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경기 악화 땐 중소형차 마케팅에 전력
현대중공업 선주가 끌어오는 대출 안정성 점검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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