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완화, 성과 불구 아직 미흡 … GTX 추진 가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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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나는 자유를 꿈꾼다 규제감옥 경기도에서』라는 책을 출간할 때만 해도, ‘수도권 규제 완화’ 논란은 절정이었다.
당시 김 지사는 도발적인 발언으로 청와대와 비수도권을 자극했다. 그가 소속된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도가 지나치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 지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비수도권 지자체장과의 감정싸움도 연출됐다.
언론은 전 과정을 중계했다. 그의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이슈파이팅은 성공을 거뒀다. 결국, 정부는 수도권을 틀어막던 규제를 대폭 풀었다. 김 지사가 “30년 만에 최대 규제 완화”라고 할 정도였다.
수도권 규제 논란의 사실상 핵심이었던 산업단지 내 공장 신·증설과 이전이 대폭 허용됐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여의도 면적의 8배만큼 해제됐다. 농업진흥지역은 분당의 11배 넓이만큼 풀렸다.
올봄, 경기부양정책에 따라 정부가 한시적으로 규제를 유예한 280건 중 경기도가 요구한 30건도 반영됐다. 누가 뭐래도, 김문수 지사의 ‘판정승’이다. 김 지사와의 인터뷰는 지난 8월 14일 오전 경기도청 지사실에서 했다. 이코노미스트로서는 정확히 1년 만의 인터뷰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의 화두는 ‘수도권 규제 철폐’에서 ‘수도권 경쟁력 강화’로 옮겨 있었다는 점이다. 미묘한 차이 같지만, 차원이 다른 얘기다. 한 단계 발전한 화두다. 그는 인터뷰 내내 ‘메가시티(Mega-City)’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등 구체적인 복안과 구상을 내비쳤다.
특히 “중국에 충격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 “공산당이 어떻게 기업을 도와주고 있는지를 냉철히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지사 발언의 과격성은 거의 사라졌지만 특유의 직설 화법은 여전했다. 쌍용자동차 사태와 관련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이 제일 크다”고 했다.
MB정부의 기조인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대해서는 “과연 기업을 제대로 도와주고 있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포함한 향후 행보에 대한 질문에는 조심스러운 말로 즉답을 피했다.
惡母法 수도권정비계획법 꼭 들어내야
>> 지난해 말과 올 상반기, 수도권 규제가 많이 완화됐습니다. 성과를 자평해 주신다면.
“지난 30년간 최대의 성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농업, 군사시설,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죠. 하지만, 악법 중 악법, 악모법(惡母法)인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그대로예요. 이것을 들어내야 합니다. 1982년부터 시행된 것인데, 일본은 이미 2002년에 없앴어요. 우리나라만 이런 법을 갖고 있죠. 철폐돼야 합니다.”
>> 만족 못하시나요?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보다 획기적인 규제 완화 정책이 시행돼야 합니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각종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가 철폐돼야 합니다. 경기북부는 여전히 현실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파주 같은 곳은 군 훈련장을 더 확대하고 있어 상당히 문제입니다. 동두천 미군기지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2012년 이전에 다 나가야 하는데, 2016년까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에요. 완전히 오리무중입니다. 그러니 계획을 세울 수도 없고, 지역 주민들은 장사가 안 돼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이런 곳이 수두룩합니다.”
김 지사는 최근 경기북부 지역 관련 발언이 부쩍 늘었다. 군사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규제 완화의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8월 6일 연천군청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동두천과 연천 같은 경기도 동·북부 지역은 군사접경지역이면서 동시에 수도권으로 분류돼 다중 규제를 받고 있다”며 “수도권 지역에서 제외시켜달라”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연천, 가평, 양평, 여주, 동두천이 우선적으로 수도권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수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중국이라는 이름의 용의 등에 올라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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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 지원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 5건 전부가 지난 7월 8일 국토해양위 법안소위에 회부돼 있습니다. 경기북부 등 낙후지역을 수도권에서 제외하는 법안 등 모두가 시급히 개선돼야 할 법안입니다. 수도권 규제 문제는 수도권의 문제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장엔진이 멈추느냐, 계속 가느냐의 문제예요.”
경기도에 따르면 ▶5개 시·군 지역을 수도권 범위에서 제외 ▶접경지역 등에 정비발전지구제도 도입 ▶ 그린벨트 50% 이상 시·군은 과밀억제권역에서 제외 ▶공장 및 학교 총량 규제 폐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이에 대해 김문수 지사는 “9월 정기국회에는 꼭 통과되도록 총력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모든 정책에는 의도하지 않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비수도권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피해의식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경기도는 과밀지역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최전방 DMZ, 팔당지역, 서해안 등이 군사 규제나 상수원 규제 등으로 지방보다 낙후됐음에도 수도권이라 해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경기 동북부 5개 지역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에요. 이를 떠나서라도 우리 주변의 중국, 일본, 러시아를 생각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중심이 되려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우리끼리 경쟁하는 우물 안 개구리 식 생각은 그만둬야 해요. 과도한 수도권 중첩 규제로 주요 기업들은 지방 이전이 아닌 중국, 베트남 등으로 탈출했으며 수도권의 경쟁약화를 초래하면서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발전은 지방의 발전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방의 발전을 가져오는 윈-윈 전략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 요즘 메가시티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김 지사께서 생각하는 메가시티 경쟁력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메가시티는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거대도시를 말합니다. 단순히 도시 하나가 아니라 주변과 중심부가 연계된 네트워크를 통해 동시에 발전하는 것이죠. 우리 같은 경우 서울이 세계적인 메가시티입니다. 여기에 경기, 인천, 천안, 춘천 등까지 연계되는 것이 메가시티 리전(Region)입니다.
베이징, 상하이, 도쿄에 비춰본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메가시티 리전이 돼야 합니다. 중국의 경우 광둥성이 9300만 명, 산둥이 9000만 명이에요. 성 자체가 하나의 메가시티 리전으로 남북한 합친 것보다 큽니다. 중국을 볼수록 우리가 작게 보이는데, 우리도 메가시티 경쟁력을 키워 중국의 한 지역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을 나누는 시각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광역경제권 개발’과도 맥락을 같이한다고 보면 됩니까?
“그렇죠. 한국의 대도시권은 세계 경쟁 대도시권과 비교할 때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30년간 균형발전 정책을 시행했지만, 지역 거점은 모두 해체되었고, 결국 수도권만 더욱 집중됐습니다.
정부는 나눠먹기식 균형 대신 광역경제권별 거점지역을 육성하고 지방에 권한을 대폭 이양해, 지방 스스로 특성화된 광역경제권을 육성하게 되면 전체적인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어요. 광역경제권은 국내 지역 간 경쟁이 아니라 해외 경제권과 경쟁하기 위함입니다. 수도권 역시 북경권, 동경권 등 세계 대도시권과 경쟁해 나가야 합니다.”
>> 메가시티와 관련해 특별히 벤치마킹할 만한 곳은 어디인가요?
“도쿄도 잘 발달돼 있고, 뉴욕과 뉴저지, 프랑스의 그랑파리, 런던 모두 잘돼 있죠. 특히 충격적인 것은 중국입니다. 중국은 상하이, 광저우, 선전, 다롄, 선양, 칭다오 어디를 가더라도 메가시티 리전입니다. 중국 연안지역이 다 그렇죠. 가히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굉장한 위협이면서도 주목을 끌게 합니다. 우리가 이를 잘만 활용하면 용의 등에 올라탈 수도 있습니다. 못하면 용 꼬리에 치이는 거죠.”
>> 중국에 특히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공산당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라는 겁니다. 다롄시에 있는 STX조선소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다롄시는 경기도가 16년간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랴오닝성 산하 도시인데, 다롄시장이 확실히 STX를 밀어줍니다.
공장 유치하려고 250만 평의 땅을 내주고, 시장이 직접 나서 6억 달러의 장기 저리 융자를 지원해줘요. 고속도로도 깔아주고…. 이것을 다롄시장이 다 하는 겁니다.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반면 우리는 어때요? 비즈니스 프렌들리한다고 하는데,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이 더 잘하고 있습니다. 참 답답합니다.”
“향후 행보 논할 시점 아니다”
>> 메가시티 리전의 기본 인프라 격인 GTX사업 추진은 잘되고 있습니까?
“잘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에게도 보고했고, 관련 장관들과도 얘기가 됐습니다.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GTX사업은 민자가 60%를 부담할 계획입니다. 국가로서는 재정 부담이 없죠. 그야말로 그냥 얻는 겁니다. 민간사업자 제안서를 받았는데, 국내 1위부터 10위 건설사가 다 포함됐다고 보면 됩니다.”
GTX는 김문수 지사가 취임 초반부터 구상해 오던 핵심 사업이다. 이와 관련, 그는 서울시가 최근 건설 계획을 발표한 ‘지하도로망 건설’을 한때 검토했었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밝힌 지하도로망은 서울시를 남북과 동서로 가로지르는 6개 노선 149㎞의 지하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서울이 발전할수록 경기도에도 편승효과가 있고, 경기도가 발전하면 충청도와 강원도가 발전한다”면서도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그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문제인데, 지하공간에 배기가스가 많이 나올 때 우리로서는 해결책이 없었다”며 “서울시가 강제환기장치 등 어떤 솔루션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미래에 맞는 친환경 교통수단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 우여곡절 끝에 쌍용자동차 사태가 일단락됐습니다. 어떤 역할을 하셨나요?
“나름대로 여러 역할을 했지만 공개하기에는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매우 어려운 문제였는데 정부, 경찰, 평택시, 노사 모두 잘했다고 봅니다. 원칙을 잘 고수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 수습을 잘했다고 평가합니다. 노사 관계의 획기적 전기가 됐다고 봐요.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확고한 입장을 고수한 것, 그 점에서 대통령이 제일 잘했다고 봅니다. 그 다음에 법정관리인이 잘했고요.”
>> 임기가 10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김 지사의 향후 행보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많은데요.
“이것저것 고민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남은 도정 10개월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게 중요하죠. 대권은 고사하고 도정 자체도 힘든데, 아직 행보를 논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제 관심사는 첫째는 도민, 둘째는 공무원, 다음은 국정, 그 다음 당입니다.”
>> 지난 도정의 소회를 밝혀주신다면.
“공무원에 대해 잘 모르고, 1만 명 넘는 조직을 직접 지휘하면서 경험이 없어 시작한 것이라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제가 맡은 일이 8500여 가지 되더라고요. 온갖 일을 해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유익하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경기도는 다이내믹한 곳입니다. 3년간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최고의 학교였다고 해야죠.”
그는 인터뷰 말미에 “공무원에게는 영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애국심과 애향심이 있어야 한다”며 “탁상에 앉아 대화하고 궁리하면서 아무리 규정을 보고 법을 봐도 현실과 동떨어져 결국 혼자 삽질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김 지사는 “섬기는 행정을 해야지, 지배하는 행정은 안 된다”며 “섬기려면 알아야 하고, 현장에 가야 하는데, 자기 자리로 오라고 해서 섬길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섬김의 리더십’이라는 한때 유행어가 얼핏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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