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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메가시티 전략으로 新삼국시대 열자”‘역동적 균형론’ 펴는 좌승희

도일 남건욱 2009. 9. 4. 19:24
“3대 메가시티 전략으로 新삼국시대 열자”
‘역동적 균형론’ 펴는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
중앙집권·나눠먹기식 지역발전 한계 직면 …‘균형발전’ 넘어서야
이재광 경제전문기자·지역연구센터 소장·imi@joongang.co.kr
경기도가 끌고 가는 메가시티 전략.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가져가는 ‘5+2정책’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이 그 이론을 만든 주역이다. 그가 주목 받는 이유다. 현 정부의 지역발전정책 실무기구인 ‘광역경제권발전위원회’가 본격적으로 활동할 즈음 그는 현 정부의 지역발전정책이 여전히 ‘중앙집권’과 ‘나눠먹기식’이어서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날을 세운다.

경기도가 ‘메가시티’를 강력하게 밀고 나간다. 수도권 규제를 확 풀고 행정구역을 뛰어넘는 메가시티 개념으로 가야 국제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또한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는다고 강조한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이 이론의 토대와 뿌리를 만든 사람이다. 한국은행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딘 그는 미국 연방준비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을 거친 뒤,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지내는 등 경제전문가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2006년 경기개발연구원장에 취임한 이후에는 ‘집적을 통한 경제발전’을 강력하게 외치고 있다.“현 정부의 지역발전정책은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다.”

메가시티와 현 정부 지역정책의 핵심인 ‘5+2정책’의 차이를 물었더니 바로 나온 답이다. “일단 ‘광역경제권’으로 가는 것은 좋다”고 평가하면서도 결론적으로는 비판적이다. “정책 기조는 맞지만 내용 면에서는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정책과 차별화 실패”

좌승희 원장의 5가지 대안 제시 키포인트
1. MB정부 ‘나눠먹기식 균형발전’ 벗어나야
 -‘죽은 균형’보다는 ‘역동적 균형’이 한국의 미래 담보
2. 균형 아닌 집적의 원리 작동 바람직
 - 분산과 분리 통한 균형추구는 하향평준화 초래
3. 국토 규모로 봐 3개 메가시티 전략이 적절
 - 기존 ‘5+2’를 수도권, 호남권, 영남권으로 3분할
4. 수도권 전담하는 부통령제 채택 고려해야
 - 경제권 묶어 단체장 여럿 두고는 발전 한계 봉착
5. 중앙정부의 지방 간여 확 줄여야
 - 행정구역 개편 등 대통령 특단의 리더십 필요
어떻게 보면 좌 원장의 평가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현 정부는 지역발전정책에 관한 한 참여정부와 무척이나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정책을 기획·전담하는 기구의 이름부터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지역발전위원회’로 바꾸지 않았나. 정책 수행단위도 단일 행정구역에서 광역경제권으로 묶었다.

아직은 일부지만 수도권 규제도 풀어 수도권 외 지역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좌 원장의 해석은 다르다. “현 정부 정책은, 내용 면에서는 참여정부 정책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균형’의 프린시플(principle), 즉 원리가 같다는 것입니다. ‘5+2정책’이 그동안 추진된 과정을 보면 ‘중앙집권’과 ‘나눠먹기식 균형발전’ 원리는 같지 않습니까? 이 점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균형’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균형’을 두 가지로 나누고 그중 하나가 잘못됐다고 본다.

“바둑판을 보십시오. 361개 점 모두에 흑백 바둑알이 깔려 있으면 어떻겠습니다. ‘완전한 균형’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죽은 균형’입니다. 반면 두 프로기사가 바둑을 둔다고 칩시다. 대부분 화점에서 시작되지요. 온갖 묘수를 쓰지만 화점에서 집적이 일어나면서 균형을 이룹니다. ‘역동적 균형’이지요. ‘n분의 1로 나눠먹기’는 ‘죽은 균형’으로 가는 길입니다.”

 

“지방에 권한 줘야”


그렇다면 ‘균형’ 중 나머지 한 가지는 살아 있는 ‘역동적 균형’이다. 그는 그것을 추구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균형’이란 용어를 쓰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균형’이라는 단어는 이미 이념이 착색돼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대신 ‘집적’이란 말을 쓰고 싶어 한다. “지역발전은 ‘집적’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경제가 발전했던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개발연대가 작동하던 시절, 그 당시의 발전원리는 바로 ‘집적’이었지요. ‘한 곳으로 힘을 쏟는다’는 방법론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집적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분산과 분리정책이 주요 정책이었지요.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개발연대? 이건 1960~70년대 얘기다. 그래서 ‘구식’으로 평가절하되기 쉽다. 그런데 이 ‘개발연대 방식’이 가능할까? 21세기도 10년이나 훌쩍 지나버린 지금 말이다. “‘개발연대’란 구체적인 어떤 정책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의 ‘원리’를 중시하자는 것이지요.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개발연대의 원리입니다.”

개발연대의 원리를 발휘해 집적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것이 좌 원장의 지역발전 이론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이론이 메가시티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메가시티는 거대한 도시권을 가리킵니다. 이 안에 있는 허브지역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허브가 확대되고 주변지역이 발전하게 되는 것이지요. 경기도가 잘된다 해서 그것이 경기도가 잘했기 때문이겠습니까? ‘서울’이라는 중심지가 있기 때문이지요. 인천도 마찬가지입니다. 충청도가 잘되는 것도 서울과 경기가 잘되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론은 ‘유리잔 탑(glass tower)’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유리잔으로 탑을 쌓아 맨 위 잔에 샴페인을 따르면 맨 아래 잔까지 샴페인이 차는 원리와 같다. 메가시티의 중심권 허브지역 발전에 힘을 모으면 그 지역에서 발생하는 과실이 넘쳐 주변지역으로 간다는 원리다.

그는 “서울은 고급 연구개발(R&D)을 포함한 서비스 창출지로, 경기는 제조업 중심지로, 인천은 물류중심지로 간다면 수도권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본다.

욕 먹어도 할 것 하는 대통령 리더십 절실

좌 원장이 주장하는 메가시티 전략은 결론적으로 현 정부의 광역경제권 발전전략과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난다. 가장 중요한 게 ‘외형’일 것이다. 현 정부는 국토를 5개 광역과 2개 특별광역경제권 등 전 국토를 7개로 나눴다. 좌 원장은 “그것도 많다”고 말한다.

“땅덩어리가 큰 나라의 메가시티는 우리나라 전체 규모와 비슷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온리 원 메가시티 전략’도 나올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좀 지나친 것이고, 제가 보기에는 3개 정도의 메가시티 전략이 좋다고 봅니다. 수도권, 호남권, 영남권 정도지요.”

그는 발전전략의 지역 규모를 7개에서 3개로 줄이자는 것이다. “신(新)삼국시대 아니냐”고 했더니 좌 원장이 “맞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3국 정도로 나뉘는 게 적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16개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행정구역이 어떻게 3개의 메가시티로 묶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니 그의 논리는 행정구역 개편과 따로 갈 수 없다. 지역발전위원회는 5개 광역경제권을 운영할 기구로 ‘광역경제권발전위원회’를 만들어 단체장에게 공동위원장을 맡기고 실무를 담당할 사무총장을 공모하는 중이다. 3개 메가시티로 운영된다면?

“당연히 행정구역은 바뀌어야 합니다. 크게는 3개로 개편돼야 합니다. 부통령제를 신설해 수도권의 수장을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행정구역을 내버려 둔 채 크게 경제권으로 묶은 뒤 단체장 여럿을 수장으로 두는 ‘발전위원회’ 개념은 잘될 수가 없어요. 지자체 간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하겠다는 것입니까?”

이 정도만 돼도 정부의 현 지역발전정책에 대한 상당한 비판이다. 하지만 좌 원장은 더 나간다. “중앙정부의 역할과 지방에 대한 간여를 확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현 정부의 지역정책과 큰 차이가 있다.

“메가시티 3개를 만든다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됩니다. 각자 알아서 먹고살 수 있도록 자율권을 줘야 합니다. 그야말로 연방제적 생각입니다. ‘5+2정책’은 말만 광역경제권이지 지역 마음대로 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 중앙집권이고 계획경제나 마찬가지지요.”

만일 정책이 그의 말대로 가면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행정구역이 사라지는 지역 주민, 자리를 잃게 될 정치인과 공무원이 핵심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설사 현 정부가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해도 그의 정책 실행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좌 원장은 여기에도 답을 준다.

“그래서 대통령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지역 여기저기 요구를 다 들어주면 지역발전은 물론 국가경쟁력도 엉망이 되지요. 욕을 먹어도 할 것은 해야 하는 것, 그것이 리더십 아니겠습니까?”결국 그는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리더십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도 나라의 수반인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경제권 7곳으로 나눠 특화 개발
‘5+2정책’이란…
이명박 정부 지역발전정책의 핵심은 ‘5+2’로 함축된다. 16개 광역지자체를 인구 500만 명 이상의 ‘5개 광역경제권’과 인구 100만 명 수준의 ‘2개 특별광역경제권’으로 분류한 뒤 각 경제권에 맞는 선도산업을 발굴해 발전을 꾀한다는 내용이다.

각 경제권은 내부 합의를 거쳐 ▶수도권(서울·경기·인천)=지식정보산업 ▶동남권(부산·경남)=수송기계 및 융합부품·소재 ▶대경권(대구·경북)=그린에너지 및 IT융복합 ▶충청권=의약바이오 및 뉴IT ▶호남권=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부품소재 등 5개 광역경제권의 선도산업과, ▶강원권=의료융합 및 의료관광 ▶제주권=물산업 및 관광레저 등 2개 특별광역경제권의 선도산업을 결정했다.

확정된 선도산업 세부 프로젝트는 광역경제권당 4개씩 모두 20개며 올해 2000억원을 시작으로 3년간 총 9000억원이 투자된다. 정부는 각 광역경제권의 선도산업을 육성해 3년 후 수출 60억 달러를 달성하고 2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