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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의 신경줄 GTX 급시동같은 생활권 유지 위한 교통혁명

도일 남건욱 2009. 8. 29. 17:16
메가시티의 신경줄 GTX 급시동
같은 생활권 유지 위한 교통혁명
“중장기 발전 인프라 구축 본격화”
한정연 기자·jayhan@joongang.co.kr

지하 80m에 건설된 모스크바 전철역 승강장.

세계의 도시라는 메가시티 뉴욕을 생각하면 맨해튼의 마천루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곳은 뉴욕시의 5개 구(區)중 한 곳에 불과하다.

학술적인 의미의 ‘메가시티 뉴욕’은 뉴욕 동쪽의 코네티컷주와 허드슨강 서쪽의 뉴저지주를 합친 트라이 스테이트(3개 주)로 총 면적 800㎢, 인구는 2000만 명이 넘는다.

미술품 거래상인 A씨가 뉴저지주 레오니 카운티의 집에서 사무실이 있는 뉴욕시와 맞닿아 있는 뉴욕주 롱아일랜드로 출퇴근한다면 많은 시간과 돈이 든다.

먼저 그는 뉴욕과 뉴저지를 연결하는 통근용 열차인 패스트레인을 타고 맨해튼 미드타운의 역에서 내려야 한다. 환승되지 않기 때문에 그가 밖으로 다시 나와야 하는 게 거추장스럽다.

오바마의 ‘메트로네이션 정책’ 주목할 필요

패스트레인은 맨해튼의 단 한 개 역에만 정차할 뿐이다. 뉴욕시가 아니지만 맨해튼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뉴욕주 롱아일랜드까지 가려면 다시 이 역에서 걸어서 10분 이상 걸리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역으로 가서 LIRR(롱아일랜드레일로드)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뉴욕시 전철을 이용하면 롱아일랜드까지 다시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동일 생활권이어야 하는 뉴욕주, 뉴욕시, 뉴저지를 가로지르는 교통 시설은 자동차 외에 없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 도시정책실을 신설하고 뉴욕, LA, 시카고 등 대도시권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메트로네이션:Metronation, 대도시 권역 국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대도시 살리기에 나설 만큼 메가시티는 세계적인 트렌드다. 뉴욕시가 월등한 경제, 문화적 인프라를 지니고 있음에도 도쿄, 런던, 파리와 동급으로 취급되고 있는 현실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오바마 행정부가 전 국토의 12%에 불과한 100개 대도시가 GDP의 75%를 만들어내는 현실을 받아들인 후 일찍이 발표한 공약도 고속철도 건설로 대도시 간 시너지 효과를 올리자는 거였다. 그만큼 교통은 광대한 광역경제권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메가시티는 유엔 기준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거대도시권역을 말한다.

핵심도시를 축으로 1일 생활권에 속하는 주변지역을 포함하는데 단순히 핵심도시와 베드타운으로 이분화된 것이 아닌 경제·문화 면에서 유기적으로 통합된 도시를 뜻한다. 한국의 대표적 메가시티는 서울을 중심축으로 한 수도권, 즉 경기도다. 서울과 경기도 전역을 합쳐 2343만 명의 사람이 실질적으로 하나의 대도시권역에서 배우고 일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을 핵심도시로 한 메가시티 경기도 내에는 국내 100대 기업 본사의 90%가 밀집돼 있고 전문기술과 과학 종사자의 68%가 집중돼 있다. 그렇다 보니 전국 특허출원 건수의 70% 이상이 경기도 권역 내에 집중된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 권역의 1인당 생산성은 세계 수준에서 한참 밀리는 것은 물론이고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권역의 4만8700달러보다도 낮은 4만1100달러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자원과 경제활동이 경기도 권역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이처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제정 이후 25년 동안 수도권 대신 지방을 육성하는 정책이 펼쳐져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송재형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역은 “현재 수도권의 인구 현황과 우리 기업의 해외이탈 현상을 볼 때 수도권 규제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고 하기 힘들고 이를 점진적으로 폐지해 광역경제권 발전구상을 실행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광역경제권 경기도가 중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문화적인 인프라를 통해 지역 매력도를 향상시키며 ▶최종적으로 하나의 일관된 메가시티가 되려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점이 교통 인프라의 확충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가 내놓은 대안이 대심도 광역급행철도인 GTX(Great Train Express)다.

핵심 도시인 서울을 중심에 놓고 경기도 전역을 하나로 묶는 GTX는 지하 40~50m에 건설된다. 경기도는 2007년 7월 먼저 동탄~강남 간 수도권광역급행철도 타당성 검토를 시작해 같은 해 11월 대한교통학회 학습토론에서 이를 공식 제안했다. 2008년 7월에는 국토해양부-서울시-인천시 교통전문가들로 TF팀을 구성했고 올해 2월부터 공론화를 시작해 지난 6월 국토해양부에 GTX 타당성 검토를 요청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관련 장관들과도 얘기가 됐다.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GTX사업은 민자가 60%를 부담해 국가로서는 재정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간사업자 제안서를 받았는데, 국내 1위부터 10위 건설사가 다 포함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2011년 5년 계획으로 GTX를 착공할 예정이다

 

모스크바처럼 대심도 철도로 갈 수밖에 없어


1. 러시아 모스크바의 모스코 메트로 전철역.
2. 프랑스 파리의 광역전철 RER 승강장.
GTX는 기존 지하철보다 세 배 이상 빠르다. 정거장을 최대한 줄이고 속도를 높여 서울 강남∼일산을 22분 만에 오갈 수 있다. 경기도는 고양 킨텍스~동탄신도시, 의정부~군포 금정, 청량리~인천 송도 등 3개 노선을 계획하고 있다. GTX는 2016년 9월 준공이 목표다. 3개 노선(총 길이 145.5㎞, KTX·안산선 활용구간 제외)을 건설하는 비용은 13조9000억원(추산).

그러나 민자 60%, 신도시개발부담금과 역세권 개발이익금으로 20%를 충당해 국비와 지방비는 20% 선에서 끝낼 계획이다. 경기도와 대한교통학회가 마련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건설사업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열차 한 편은 전동차 6량에 정원 920명을 실어 나를 수 있다.

GTX의 표정 속도(역 정차 시간을 포함한 평균 속도)는 시속 120㎞, 최고 속도는 시속 200㎞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지하철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지하철은 프랑스 파리의 광역급행전철(RER)로 표정 속도가 시속 60㎞다.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은 50㎞, 국내 지하철은 32㎞다.

GTX가 벤치마킹할 만한 해외사례는 영국 런던 권역의 크로스레일, 프랑스 파리 대도시권의 RER, 러시아 모스크바의 모스코 메트로, 일본 도쿄권의 메트로에코플렉스다. 이 중 우리와 유사한 경우는 모스크바 지하철과 도쿄의 광역철도 시스템. 러시아 모스크바의 모스코 메트로는 지하 84m에 정류장 165개소를 갖췄고 총 연장거리는 292.9㎞다.

러시아는 최초로 순환철도를 도입해 1898년부터 건설을 시작한 도시철도 선진국이다. 1930년대 건설된 모스크바 철도는 10개 직선코스와 1개의 순환선으로 돼 있다. 전체 통행량의 57%를 책임지고 있는 총 연장 292.9㎞의 모스코 메트로와 모스코 모노레일로 이뤄진다. 특히 지하 84m에 만들어진 파크 프로비디 역사는 안정성과 견고함으로 유명하다.

GTX 개통 자체가 경제적 성과


일본 도쿄의 메트로에코플렉스는 지하 16~49m에 정류장 480곳을 갖춘 총 연장거리 1843㎞의 민영 철도다. 도쿄는 특히 노선 간 연계가 잘돼 있다.

특히 도심에 지상 전철노선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다양한 운행 노선이 존재해 연계성에 주안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이 중 광역철도는 모든 역을 정차하는 보통열차와 일부만 서는 준급행, 주요 역만 정차하는 쾌속과 급행 등 다양한 형태로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노선을 연장할 때마다 지하로 깊게 내려갔기 때문에 도쿄의 일부 노선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지하 30~40m에 건설돼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이재훈 미래전략연구센터장은 “기존 지하철 때문에 서울과 경기도에선 광역급행철도가 모스크바처럼 대심도 공사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원대 손봉세 소방방재공학과 교수는 “모스크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화재 등 비상 시 비상전원이 켜지고 올라가는 방향으로만 작동한다”며 “한국에서도 대심도로 건설되면 안전성 차원에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GTX가 운행을 시작하면 동탄에서 서울까지 66분 걸리던 게 18분으로, 서울 강남에서 일산까지는 83분에서 22분으로 줄일 수 있다고 경기도는 보고 있다.

요금은 잠정적으로 20㎞ 미만 2000원, 20∼40㎞ 3000원, 40㎞ 이상 4000원 수준이다. GTX 도입으로 일일 승용차 38만 대의 통행이 감소하면 총 56만 대의 통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기도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차량이 약 18만 대가량 줄어들 것으로 경기도는 보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05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GTX 개통으로 서울시와 수도권의 교통혼잡이 크게 줄어들면서 연간 7000억원에 달하는 혼잡비용이 감소한다. 특히 연간 36만 건의 통행을 기록하는 승용차가 GTX 개통으로 38만4000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연 6615억원의 혼잡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에너지 소비량도 감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연간 에너지 소비가 72만L 줄어들고 탄소배출권 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1190억원이 절감된다. 지난 60년간 국내에서 일반도로가 8만㎞ 연장된 데 비해 철도는 732㎞ 연장에 그쳤기 때문에 GTX로 인해 불균형인 국가 도로정책에도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GTX는 지하 터널을 뚫어 노선을 만들기 때문에 일반 도로나 지상 철로를 건설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단 도심 철도나 도로 신설의 발목을 잡는 막대한 토지보상비가 크게 줄어든다. GTX는 지하 40~50m의 공간을 활용해 토지보상비를 기존 도로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서울·인천·경기도를 다 합쳐야 중국 베이징(北京) 면적의 70% 정도”라며 “대심도 노선을 빨리 구축해야 우리 수도권이 베이징이나 상하이(上海), 도쿄 등과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GTX의 기본적인 역할은 메가시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울을 포함한 경기도 권역이 통합생활권으로 만들어져야 이웃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권역의 빠른 성장세에 밀리지 않는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 외에도 각 지방정부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광대한 통합생활권이 펼쳐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