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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맵’ 만들어 중국 산업 길목 지켜야전문가 기고 대륙에 맞선 한국의

도일 남건욱 2009. 12. 4. 19:56
‘로드맵’ 만들어 중국 산업 길목 지켜야
전문가 기고 대륙에 맞선 한국의 대응책
“긴장 늦추면 당한다” 원천기술력 키우는 게 급선무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moonhlee@hanmail.net

월드파이낸스 센터에서 본 상하이 야경.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양국의 수출 규모는 비슷했지만 이제 중국이 한국보다 3.4배가량 많다. 경쟁영역도 가전·IT·자동차·조선 등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수출엔 아직 과대포장된 측면이 작지 않다. 무엇보다 중국 수출의 과반수는 외자기업에서 올린다.

삼성·LG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이런 외자기업들은 해외에서 부품소재를 수입해 중국에서 조립가공한 후 해외로 수출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칭을, ‘수출대국’이라는 명예를 얻은 것이다. 중국 기업의 수출방식에도 문제가 많다.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자체 브랜드의 수출 비중은 20% 남짓이다.

나머지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이다. 기술경쟁력이 커진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수출의 미래가 장밋빛도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수입수요 급감, 심각한 무역 불균형, 위안화 절상, 통상마찰 등이 중국 수출에 제동을 건다. 중국 정부가 최근 경제정책의 방향을 수출에서 내수로 과감하게 전환한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잇따라 발표된 4조 위안대의 내수 부양책과 농촌 가전제품 소비촉진정책, 10대 산업진흥계획이 이를 잘 보여준다. 중국의 이런 변화와 위안화 절상 움직임은 우리에게 나쁠 게 없다. 먼저 중국의 맹렬한 추격으로부터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중국 내수시장 진출이라는 또 다른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반도체·LCD·컴퓨터·휴대전화 등이 중국의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잘 활용했듯 에너지·환경·IT·신소재 등 우리의 신성장동력 산업 역시 중국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할 수 있다. 언뜻 내수시장 하면 소비재를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중국의 소득수준, 시장체제, 정부정책을 감안하면 앞으로 상당기간은 부품소재 분야가 중국 내수시장의 중심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중국 내수용 부품소재를 수출하는 데 주력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내 기업이 견지해야 할 게 있다. 대중국 수출 파트너를 중국 내수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 또는 중국계 기업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수출지역도 시장경제가 발달하고 소득수준이 높아 당장 시장진입이 가능한 주장삼각주(광둥성 일대)와 창장삼각주(상하이 주변)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자체 브랜드 개발정책의 이면을 들여다봐도 한·중 협력 가능성이 많다. 중국 정부는 현재 기업들에 자체 브랜드 개발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원천기술이 부족하고 치열한 시장경쟁 탓에 연구개발 여력이 없는 중국 기업들에 브랜드 개발은 먼 이야기다.

이에 따라 중국 조립기업과 한국 부품소재 기업이 공동으로 브랜드를 개발하면 우리 부품소재의 대중국 수출에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올 7월 중국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산업기술정책을 세웠다. 산업구조 고도화를 꾀하고 핵심 부품소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보자는 취지로, 산업별로 중점 개발해야 할 품목 리스트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우리로선 이를 잘 분석하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기계설비, 부품소재의 로드맵을 그릴 수 있다. 중국 기업과 산업이 가는 길목을 선점하고 있으면 중국 특수를 계속 누릴 수 있다. 중국 대추격, 절대 겁낼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들의 추격을 발판으로 우리가 한발 앞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