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기사모음

교육비 증가율보다 수익 큰 곳 보라

도일 남건욱 2010. 6. 28. 20:06
교육비 증가율보다 수익 큰 곳 보라
40세에 낳은 첫아이 환갑에 대학 입학 … 교육·노후자금은 따로 모아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미혼 남녀의 평균 결혼연령이 남자 31.6세, 여자 28.7세였다. 40여 년 동안 꾸준히 높아진 수치다.

평균이야 30세 안팎이지만 주변에서 30대 후반에 결혼하는 남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신현준(39·가명)씨 역시 늦깎이 신랑이다. 세 살 연하 부인과 올 3월 결혼했다.

부부 모두 결혼하기 전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결혼 후 경제적 문제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신씨는 “결혼하고 나서 자산이 얼마인지, 빚이 있는지 아내의 재무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둘 다 직장생활을 오래 해 모아둔 돈이 충분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아파트 전세금을 치르고 나니 남는 게 없다”며 “남들보다 5~10년 늦게 아이를 낳고 교육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결혼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서로 재산을 합치기는커녕 진지하게 얘기도 나누지 못했다고 한다. 아내 역시 혼자 돈을 관리하는 것에 익숙해 적극적이지 않다고. 신씨는 “남들보다 늦게 온 인생의 전환기지만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재무설계를 하겠다”고 말했다.

대학 등록금만 1억5000만원

먼저 부부의 재무제표를 살펴봤다. 현재 부부는 서울 신도림동 30평형대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전세금은 1억9000만원이다. 전세자금을 마련하느라 통장에 남은 금융자산은 펀드에 투자한 2000만원 남짓이 전부다. 상환해야 하는 전세자금 대출(금리 6%)도 있다. 종합해 보면 순자산은 1억9100만원가량이다.

월 소득은 신씨 350만원, 아내 300만원으로 총 650만원이다. 이 가운데 18%인 117만원을 저축한다. 고정지출은 100만원, 변동지출은 393만원인데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어디에 썼는지 알 수 없는 지출이 293만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신씨는 “결혼하고 나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기록하지 않았더니 어디에 돈을 썼는지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부인이 재테크에 관심이 많지 않아 신씨가 일일이 챙기지 않으면 수입, 지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신씨 역시 회사에서 팀장급 업무를 수행하느라 가계에 신경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현재 파악되지 않은 지출은 결혼 초기라서 생긴 것 같다”며 “지출을 잘 관리하면 300만원 정도 추가로 저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출 내용은 불분명했지만 30대 후반에 결혼해서인지 재무목표는 미리 세웠다. 우선 부부는 청약저축통장을 활용해 분양 받아 전세를 벗어날 계획이다. 또 앞으로 1~2년 안에 아이를 낳을 계획이라 교육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했다. 은퇴 후 생활 역시 신씨 부부의 고민거리다.

신씨는 “결혼 전 노후 목적으로 이런저런 금융상품에 가입했지만 제대로 된 상담 없이 마구잡이로 투자해 효율적으로 돈을 모으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령 부인은 여러 종신보험 상품에 월 40만원을 납입한다. 다행히 남편은 60세까지 직장에 다닐 수 있다고 했다. 부인은 그보다 일찍 은퇴할 생각이지만 언제인지 시점이 확실하지 않다.

부부는 은퇴하면 월 200만원 정도 생활비를 쓰며 살림을 꾸릴 계획이다. 신씨는 “계획대로 자녀를 출산해도 환갑이 돼서야 아이가 대학에 입학한다”며 “자녀의 대학자금과 결혼 준비 자금을 생각해 은퇴 후 생활비는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민유원 하나HSBC생명 웰스매니저가 부부를 위한 재무 주치의로 나섰다.

민 매니저는 전세자금으로 목돈을 쓰고 난 뒤 어디에 투자할지 몰라 월급통장에 돈을 묻어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거치식으로 펀드에 투자해 계속 손실 상태인 것도 문제다. 전세 대출 상환을 차일피일 미룬 것 역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보험 내용을 본 민 매니저는 “남편을 위한 보험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부부가 60세에 은퇴해 월 200만원 생활비를 쓰려면 국민연금을 50만원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월 150만원을 저축해야 하는데 저축액 역시 부족하다.

민 매니저가 제시한 해결책에 따르면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주택자금 마련이다. 우선 전세자금 대출금 1900만원은 펀드를 환매해 상환하는 것이 좋다. 대출 금리가 6%로 높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 주택 분양에 대비해 월 100만원씩 정기적금 납입으로 계약금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민 매니저는 “주택 마련 자금은 리스크가 큰 위험자산에 투자하면 목적 자금이 부족해질 위험이 있으므로 적금처럼 수익률이 낮더라도 안전한 자산에 배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적금은 일반 은행보다 금리가 높고,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되는 상호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음으로 생각할 문제가 자녀 교육비 마련이다.

신씨가 걱정하는 것처럼 자녀가 태어나면 신씨의 은퇴와 함께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민 매니저는 “교육비 중 가장 큰 목돈인 대학 등록금만 고려했을 때 현재 등록금을 1년 1000만원으로, 교육비 상승률을 7%로 생각하면 자녀가 대학에 입학할 때 등록금만 1억5000만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비 증가율은 물가 상승률보다 높아 현재의 2~3%대 은행 금리로 등록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며 “최소 교육비 증가율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보험부터 없애라

마지막으로 은퇴 후 노후자금도 빠트릴 수 없다. 일반적으로 노후자금은 의식주를 꾸릴 기본형, 여가를 즐기기 위한 여가형, 안락한 생활을 위한 복지형,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줄 수 있는 상속형으로 나눠 준비한다. 기본형 자금은 최저생계비를 말하는 것으로 노후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자금이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현재 저축·투자하고 있는 변액연금, 연금보험, 연금저축은 그대로 두고 변액유니버설 보험으로 여가형 자금과 복지형 자금을 준비한다. 부부의 기대여명(남은 예상 생존 연수)을 85세로 볼 때 월 200만원 생활비로 생활하려면 은퇴하는 60세 시점에 10억6500만원이 필요하다. 현재 월 저축액은 110만원에 못 미친다.

민 매니저는 부족한 저축액을 메울 투자 상품으로 자녀 대학자금 마련과 노후 준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변액유니버설 보험을 추천했다. 이외에 민 매니저는 보험 리모델링을 권했다. 민 매니저는 “먼저 부인 명의의 종신보험을 해약하고 남편 명의의 정기사망보험에 가입하라”고 조언했다. 정기보험은 신씨가 사망했을 때를 대비한 상품이다.

또 다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보장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하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월 지출액의 3~6개월은 비상예금 자금으로 확보해야 하므로 종신보험 해약환급금을 CMA(종합자산관리계좌) 통장에 월 30만원씩 저축할 것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