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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누군 3억, 누군 1억" 의대 교수들 주먹질

도일 남건욱 2011. 10. 8. 17:35

"리베이트 누군 3억, 누군 1억" 의대 교수들 주먹질

경희의료원에서 무슨 일이… 병원·제약사의 한심한 리베이트 현주소

조선일보 | 권승준 기자 | 입력 2011.10.08 03:16 | 수정 2011.10.08 10:18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광주




경희대 부속 경희의료원 교수들이 제약회사 리베이트로 조성한 수억원대의 의국(醫局·각 과 사무국) 운영비를 나눠 갖는 과정에서 분배 금액 문제로 알력이 생겨 폭행 사태를 벌이는 일이 벌어졌다. 의대 교수들의 공공연한 비밀인 제약사 리베이트 분배 문제가 이번 폭력 사태로 노출되면서 경희대는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 [조선일보]

7일 경희대와 경희의료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 병원 순환기내과 A과장과 B교수가 병원 내에서 말다툼 끝에 주먹다짐을 벌였다. A과장은 얼굴 부위 등에 부상을 당해 다른 병원에 입원해 출근하지 않고 있으며, B교수도 주먹 등에 상처를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희대 관계자는 "두 교수가 서로 폭행한 사실을 확인한 상태"라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교수의 폭행 사건 발단은 지난달 7일 순환기내과 과장이었던 C교수가 새로 생긴 심장혈관센터장으로 떠나면서 기존 의국 운영비 가운데 3억원을 가져가고, 후임 A과장을 포함한 다른 교수들에게는 1억원 정도씩만 나눠준 것이 문제가 됐다. 이 병원 순환기내과는 관행적으로 제약사들의 리베이트로 조성한 의국 운영비를 과장이 관리하고, 과장이 교체되면 그동안 모은 돈을 교수들이 나눠 가졌다.

A과장은 취임 후 전임자인 C교수의 분배가 공평하지 못하다고 문제를 삼았고, 이를 C교수의 측근으로 알려진 B교수에게 항의하다 폭행이 벌어진 것이다. B교수는 "현재로서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B교수는 조인원 경희대 총장에게 A과장의 해임을 건의하는 탄원서를 낸 상태다.

폭행 사건의 원인이 된 의국 운영비는 대부분 제약회사에서 전달한 리베이트(약품을 구입하는 대가로 병원, 의사 등에게 주는 금품)로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순환기내과는 약가(藥價)가 높은 데다, 순환기 계통 질병의 특성상 한 번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제약회사들의 리베이트 금액이 크다.

현행 의료법상 리베이트 제공은 불법이다. 정부는 작년 11월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한 금전 등 각종 리베이트를 준 사람은 물론 받은 의료인도 2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내의 자격정지 처벌을 규정하는 '쌍벌제(雙罰制)'까지 도입하면서 단속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처벌이 강화되자 리베이트 지급 방식도 교묘해지고 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법인카드로 각종 비용을 쓴 것처럼 꾸민 뒤 현금을 의사에 전달하는 방식, 신약설명회나 강연회에 연사로 참석한 것으로 위장하거나 제약회사와 의사들 간의 협력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처럼 위장해 강연료나 연구활동비를 건네는 방식 등이 이용되고 있다.

경희의료원 순환기내과의 경우 여러 제약회사에서 연구활동비 명목으로 받은 돈을 의국 운영비로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 관계자는 "연구비 명목으로 조성된 돈이 수억대에 이르는 것도 문제지만, 이것을 교수들끼리 나눠 가진 점이 더 큰 문제"라며 "리베이트 수수 정황을 포함, 광범위한 사실 조사를 해서 진상을 밝혀 징계 절차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