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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Ⅱ] 7가지 주제로 본 중국·중국인

도일 남건욱 2012. 4. 23. 11:29

 

[Special ReportⅡ] 7가지 주제로 본 중국·중국인
천만장자 넘쳐나는 31개 국가 ‘연합국’
공산당은 성공한 노동자·농민의 당
자본주의보다 돈 밝히는 짝퉁 자본주의 실험
전병서 경희대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우리는 중국과 중국인을 얼마나 아는가. 미국과 더불어 세계의 양강으로 떠오른 중국은 우리와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오랜 인연과 악연에도 그들을 정확하게 알진 못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7가지 주제로 그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01. 중국은 ‘USC(United State of China)’다
겨울에 중국 베이징의 식당에 가면 수박이 디저트로 나온다. 한국에서 겨울에 수박을 후식으로 주는 것은 고급식당에서도 아주 드물다. 하지만 베이징의 어지간한 식당에는 겨울에 수박을 준다. 이유는 북쪽은 영하 20℃의 혹한이지만 남쪽은 영상 20℃의 여름이기 때문이다. 남쪽에서 기른 수박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미국을 ‘USA’라고 하지만 중국도 자세히 보면 31개 나라의 연합국(USC:United State of China)이다. 중국의 국영방송인 중국중앙텔레비젼(CCTV) 15개 채널에서는 모두 자막이 나온다. 중국의 표준말인 베이징어를 이해 못 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장강 이남의 상하이 사람이 상하이말로 얘기하면 베이징 사람은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중국은 위·촉·오 삼국시대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삼국지의 지형으로 보면 베이징은 위나라고 상하이는 오나라고 충칭은 촉나라다. 지금도 중국은 베이징파와 상하이파가 정권을 두고 쟁탈전을 벌인다. 최근 중국에서 차기 당 상무위원 후보로 거명됐던 보시라이가 부하의 미국 망명기도로 낙마하고 그 꿈이 물거품이 되었는데 보시라이는 충칭시 당서기다.

중국은 한 개의 나라가 아니라 31개의 각기 다른 나라다. 한국과 바로 이웃한 공자의 고향 산동성은 인구만 9800만 명이다. 인구로 보면 산동성 성장(省長)은 한국의 남북한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다. 중국의 서부지방에서는 소고기 라면이 잘 안 팔린다. 중국의 서부지역은 무슬림지역이라서 소고기, 돼지고기를 안 먹기 때문이다. 남쪽지방 심천을 출장 갔다 온 사람에게 중국 경기가 어떠냐고 물어보면 중국의 남부지방 경기를 얘기하는 것이지 상하이나 베이징, 하얼빈의 경기는 아니다. 그래서 31개의 연합국을 한 개의 나라로 생각하면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02. 사회주의 탈을 쓴 ‘짝퉁 자본주의’
중국의 국장(國章 : 국가의 휘장)을 보면 톱니바퀴와 곡식 이삭이 그려져 있다. 이는 중국이 공업과 농업국가라는 것을 상징한다. 중국은 황금과 용을 좋아하는 나라지만 국장을 보면 상상의 동물이나 허황한 꿈을 좇는 것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황금을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황금, 중국의 용은 21세기에는 ‘부자’로 바뀌었다.

돈 많은 사람이 중국의 용이고 황금이다. 공산당 전국인민대표에 하이얼의 장루이민 회장 같은 성공한 기업인이 위원으로 선출됐다. 더 이상 공산당이 노동자 농민의 당이 아니라 노동자 농민 중에서 ‘용으로 승천한 기업인’들의 당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중국 정치협상회의 위원 중 156명이 상장회사 임원이고 이들 회사의 시가총액은 중국증시의 23%에 달한다. 중국 공산당이 무산계급의 당이라는 주장이 무색하다.

 


이미 중국에서 소련식 사회주의는 34년 전인 1978년 개혁개방을 하면서 사라졌다. 지금은 사회주의 탈을 쓴 자본주의다. 중국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변태 사회주’라는 비판에 대해 중국은 ‘사회주의 초급단계=자본주의’라고 변명한다. 공산주의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게 되면 내부모순에 따라 계급투쟁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자본가 계급이 타도됨으로써 성립한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은 자본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장 사회주의로 진입했다는 소리가 된다.

중국에서는 1980년대 말 ‘성자성사(姓資姓社)’라는 논쟁이 벌어졌다 중국의 성(姓)이 자본주의 자(資)씨냐, 사회주의 사(社)씨냐는 것이다. 1992년 등소평은 남쪽지방을 순회하면서 행한 ‘남순강화(南巡講話)’에서 자본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소리하지 말고 100년간은 경제건설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그의 후계자들이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의 자본주의는 사회주의로 가는 과도기의 한 과정이고, 신중국 창립연도 1949년에 100년을 더하면 2049년까지는 자본주의보다 더 돈 밝히는 짝퉁 자본주의를 지속한다는 얘기다. 만약 1992년 등소평의 남순강화를 기점으로 한다면 2092년까지 이 체제대로 간다는 것이다.

03. 왜 류샤오보 노벨상에 분노했나
물권법의 통과로 사적 소유를 인정한 면에서 중국의 사회주의 공유제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주식회사의 대주주는 여전히 공산당이다. 기업의 주인은 노동자도 경영자도 아니다. 대주주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은 여전히 공산당이 대주주인 사회주의 국가다.

서방세계의 3권은 입법·사법·행정이지만 중국은 다르다. 당(黨)·정(政)·군(軍)이 3권이고 이를 장악해야 권력의 핵심을 쥐는 것인데 마오쩌둥 시절부터 중국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이 통용돼 왔고 군은 국가가 아니라 당을 위해 존재한다. 정도 군도 모두 당이 통제한다. 그래서 중국에는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沒有共産黨, 沒有新中國)’는 노래가 있다.

2010년 31번째 노벨평화상은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최초의 중국인 노벨상 수상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싸늘했다. 중국 정부는 즉각 비난성명을 내고 노르웨이 대사를 불러 항의하면서 노르웨이에 경제적 제재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중국인 류샤오보는 서방의 기준으로 보면 중국 민주화의 기수지만 중국의 기준으로 보면, 국가전복을 기도한 범법자이기 때문이다.

왜 중국은 류샤오보의 노벨상 수상에 분노할까.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를 보면 답이 있다. 국기에 자기 나라를 통치하는 정당을 새겨 넣은 나라가 있을까. 있다. 바로 중국이다. 1949년에 제작된 중국의 오성홍기를 보면 붉은색 바탕에 큰 별 1개와 작은 별 4개가 왼쪽 상단에 그려져 있다. 붉은 바탕은 혁명을 나타내고 다섯 개의 별 중 가장 큰 가운데 별은 공산당을 상징한다. 주변 4개의 작은 별은 노동자, 농민, 무산계급과 민족자산가의 네 계급을 상징한다. 중국은 국가 탄생 때부터 공산당 1당 독재라는 것을 명시한 나라다.

중국의 1당 독재가 오래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서방세계의 관점에서 항상 논란이다. 그러나 그것은 서방의 시각일 뿐이다. 중국의 시각으로 보면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이를 뒤엎고 서방식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과 이를 지지하는 이를 상을 준다고 하는 것은 중국의 입장에서는 국기 자체를 뒤흔드는 일이다. 중국이 흥분하고 분노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금 중국은 8000만 명의 공산당원과 공산당조직의 예비부대라고 할 수 있는 공산당청년조직 7800만 명이 있다. 중국 인구 8.5명당 1명이 공산당원이고 중국에는 재야가 없다. 지금 중국은 세계 최강의 정치집단을 가진 나라다. 중국은 1당 독재가 무너지는 날이 오면 국가의 상징인 중국 국기를 바꿔야 하고 사회주의 중국도 끝난다. 다시 말해 언제가 중국의 1당 독재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는 사회주의 중국이 망한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04. 중국 금융은 낙후됐다?
흔히 중국은 경제 규모로는 세계 2위지만 금융산업은 형편없이 낙후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중국의 금융산업도 G2(주요 2개국)다. 은행산업을 보면 2010년 순이익 기준으로 세계 10대 은행 중 4개가 중국은행이다. 중국 4대 은행은 세계 10대 은행 순이익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자본금 기준 세계 1~4위도 모두 중국 은행들이고, 상위 세계 15대 은행 중 중국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64%나 된다. 또한 자본주의의 꽃인 증권시장을 보면 중국증시의 시가총액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한국 금융회사들은 중국 금융기관을 우습게 알지만 이미 한국 금융회사는 중국과 게임이 안 된다. 중국 4대 은행의 2011년 순이익은 117조원인데 반해 한국의 4대 은행의 이익은 7조원대에 불과하다. 중국은 한국의 16배다. 2011년 말 기준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3953조원으로 한국 증시의 3.4배다. 한국 4대 증권사의 시가총액은 14조원 대인데, 중국의 4대 증권사의 시가총액은 60조원으로 한국의 4.4배나 된다. 한국의 4대 증권사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도 중국의 1위 증권사인 중신증권 한 회사의 시가총액 23조원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한국의 은행자산 총액은 1994조원 정도지만 중국 은행의 자산은 한국의 10배다. 주식·채권·은행 예금을 모두 합친 금융자산 총액도 한국의 6배다. 2011년 기준 중국의 GDP는 한국의 6배인데, 금융자산도 이미 한국의 6배인 것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한국의 10배다. 국부펀드 규모는 27배다.

05. 천만장자만 96만명
1인당 소득 5000 달러의 못사는 나라, 전 세계 1인당 GDP 순위 97위인 나라가 중국이다. 월마트가 조사한 1인당 중국인의 구매력은 미국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구를 감안한 국가 전체소비는 이미 미국의 64% 선이다. 특히 중국 상위 5%의 구매력은 세계 최고다. 2012년 중국의 흥업은행과 후룬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6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10억원 이상을 갖고 있는 부자는 270만 명이고 이들의 평균나이는 39세에 불과하다. 이들은 평균 3대의 자동차를 가지고 있고 35%가 포도주를 마신다. 셋 중 둘은 명품시계, 골동품, 명화, 명주 수집이 취미다. 85%가 자녀를 해외유학 보낼 생각이다.

중국의 천만장자, 한화 18억 원 이상의 부자는 96만 명이다. 억만장자, 한화 180억 원 이상의 부자는 6만3500명이다. 중국의 상위 1000대 부자의 커트라인은 20억 위안(약 3600억원)이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51세, 1인당 평균재산은 1조원에 달한다.

2011년에 중국은 세계사치품시장 점유율 28%로 세계 사치품 소비 1위 국가로 등극했다. 사치품 소비자들의 45%가 18~34세였다. 미술품 소비도 대단하다. 중국은 2011년 세계미술시장 점유율은 39%로, 25%인 미국을 제치고 1위로 부상했다. 2011년 중국의 와인 수입량은 32만L로 31% 증가했고 금액으로는 88% 증가한 12억 6500달러로 세계 5대 와인 소비국으로 도약했다.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중국에 성형수술이 급속도로 유행하면서 중국이 미국과 브라질에 이은 세계 3대 성형대국으로 등장했다. 국제 미용성형외과학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9~2010년 중국에서 총 340만여 건의 성형수술이 시술됐다. 시장규모는 54조원대에 이르고 있다. 또한 자녀의 해외유학과 더불어 중국인의 해외관광도 급증하고 있다. 2011년에 6500만 명이 해외관광을 즐겼고 2012년에는 7500만 명이 해외 나들이를 할 전망이다.

06. 돼지가 은행을 터는 나라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전인대가 3월 초 개최됐다. 전인대 개최 중 발표된 중국정부의 2012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2011년 8%에서 7.5%로 하향 조정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저성장국면으로 들어가 경착륙 가능성이 있다고 서방의 언론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이는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을 잘 몰라서 벌어진 일이다.

중국의 성장목표는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아니고 절대 달성하면 안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말해주는 정도로 봐야 한다. 이번 양회에서 서방의 관심은 중국이 GDP목표를 낮춘 것이었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자기네 GDP수치를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얼마인지 신경도 안 쓴다. 실리에 밝은 중국인들은 GDP는 원자바오 총리의 관심사일 뿐이고, 국민은 식탁의 돼지고기 값이 더 관심이라고 농담을 한다.

중국은 먹는 것에는 못 말리는 나라다. 발 달린 것은 책상만 빼고, 날개 달린 것은 비행기만 빼고 다 먹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계획경제시대에 만들어진 소비자 물가(CPI)의 구성항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식품이다. 먹을거리와 담배 술을 합친 소위 ‘입으로 들어가는 것’의 비중이 37%나 된다. 그러다 보니 중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면 물가가 두 자릿수로 오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몇 해전에 돼지 수천만 마리가 전염병이 돌아 죽자 물가가 두 자릿수로 올랐다. 그러자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은행 돈이 은행을 빠져 나와 증시와 부동산으로 가버리는 소위 ‘돼지가 은행을 터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에도 어미돼지의 사육두수 감소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자 물가가 정기예금 금리를 넘어서는 일이 발생했다. 그 바람에 마늘, 동충하초 등의 농산물과 그림, 골동품 가격이 급등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CPI는 돼지지수(China Pig Index)라고도 불린다.

 


07. 집값은 장모님이 올린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나라 중국의 최대 고민은 끝 모르고 올라가는 부동산 가격이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가 비싸다고 하지만 상하이가 더 비싸다. 작년 10월에 거래된 상하이 푸동의 아파트 ‘레전시 파크’의 평당 매매가격은 8786만원이었다. 97평짜리 아파트가격은 85억 원이었다.

누가 중국의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것일까. 중국의 유대인이라고 불리는 온주 출신의 부동산 투기단과 북경 고급아파트를 마구 사들이는 산시성 광산촌 부자들이 주범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중국의 부동산가격 상승의 진짜 주범은 외동딸 가진 ‘장모님’들이다. 농업국이었던 중국은 노동력 확보를 위한 남아선호 사상이 뿌리 깊다. 중국의 경우 남녀성비의 불균형은 날로 심해져 최근에는 1:1.25까지 올라갔다. 결혼적령기 남성의 25%가 신부를 찾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혼적령기를 25~30세라고 보면 해당 연령 인구는 대략 6000만 명이다. 1:1.25까지 올라간 성비불균형을 감안하면 적어도 600만~700만 명의 신부가 모자란다. 가난한 동남아 한 국가의 결혼적령기 처녀들을 모두 모셔와도 모자랄 판이다. 소득이 낮은 중국에 시집을 올 동남아 신부가 있을까도 문제다. 따라서 결혼 적령기 여성의 절대적 부족으로 집이 없는 중국청년은 ‘소황녀(少皇女)’로 키운 외동딸의 남편감으로는 자격미달이다. 그래서 중국 대도시의 딸을 둔 예비 장모님들은 신랑감이 집이 없으면 교제를 금하는 정도다. 대도시의 젊은 남자와 남자 측의 부모들은 결혼을 위해 집을 장만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저축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중국은 대학 졸업자가 30평 대 집을 사려면 15~20년이 걸린다. 도시화의 진전으로 매년 13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농촌에서 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그래서 주택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정부는 서민용 아파트를 2010년에 580만 채, 작년에 1000만 채를 지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