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10구단-1000만 관중시대 꿈 부푼다

도일 남건욱 2013. 1. 25. 15:23


Special ReportⅠ - 10구단-1000만 관중시대 꿈 부푼다
10구단 체제 갖춘 국내 프로야구
2015년 KT 1군 참여 예정…롯데-NC, SK-KT 새 라이벌 구도 흥미거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프로야구 10번째 구단의 주인공이 KT로 결정됐다. KT는 건설업종인 부영그룹과 10구단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두 기업 모두 야구 발전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다양한 공약을 내놨다. 야구단 창단을 희망하는 경기 수원(KT)과 전북(부영)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다. 결국 야구발전기금으로 200억원을 제시한 KT가 80억원을 써낸 부영을 제치고 1월 13일 10구단 유치 경쟁의 승자가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7일 총회를 열어 KT의 리그 가입금을 30억원으로 책정하고 만장일치로 KT의 창단을 승인했다. KT가 10구단 창단에 쓰는 총비용은 230억원이다. 여기에 가입 예치금 100억원도 추가로 내야한다. 예치금은 신축구장 건립과 독립구단창설 등 공약을 모두 지키면 5년 후 돌려받을 수 있다.

KT는 사실 2007년에 더 저렴한 예산으로 프로 야구단의 주인이 될 기회를 맞았다. 당시 현대 유니콘스의 모기업이 재정적인 이유로 야구단 운영을 포기하면서 KBO는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나섰다. 농협과 STX 등 많은 기업이 후보로 거론됐고 KT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결정적인 순간에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발을 뺐다. KT는 당시 야구단 인수에 가장 근접한 기업이었다.

6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가입금 규모까지 거론됐다. KT가 이를 받아들였고, 팀 유니폼까지 제작하면서 KT가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이후 뜻밖의 문제가 발생했다. KT는 “야구단 연고지를 수도권으로 하겠다”고 요구했고, KBO는 “이미 수도권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팀에 대한 보상 비용으로 54억원을 추가로 내라”고 대응했다. 

KT 입장에선 인수 비용이 60억원에서 120억원대로 불어난 것이다. 결국 야구단 인수를 달가워하지 않았던 KT의 이사진이 과도한 인수비용을 빌미로 강력 반대해 KT와 KBO의 협상은 결렬됐다.

800만 관중 때 파급효과 1조6000억


KT의 야구단 인수가 무산되고, 5년이 지난 지금 프로야구 시장의 분위기는 180도 변했다. 헐값에 제발 인수하라고 해도 주인이 없었던 야구단을 서로 창단하겠다고 경쟁하고 있다. 무엇보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무섭게 올라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땄고, 야구 월드컵이라 불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선전한 영향이 컸다. 2008년부터 케이블 채널과 인터넷으로 프로야구 전 경기를 생중계한 것도 야구의 인기를 높이는데 큰 몫을 했다. 그간 관중 수는 2007년 410만명에서 지난해 716만명으로 늘었다.

산업연구원은 관중 수익과 스폰서(광고), 중계권료 등을 포함한 2010년 프로야구 시장규모를 2746억원으로 추정했다. 2005년 1289억원에서 곱절로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장비·콘텐트 시장 등을 더한 프로야구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1조1836억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보고서는 800만 관중을 돌파할 경우 경제적 파급효과가 1조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KT의 창단으로 프로야구가 10구단 체제를 갖추게 되면서 국내 프로야구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1000만 관중 돌파를 기대하게 됐다. 

그간 많은 야구 관계자들이 “진정한 의미의 흑자 구단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1000만 관중 돌파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10구단 체제가 되면 1000만 관중 돌파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기본적으로 경기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한 시즌 동안 열리는 경기수는 532경기였다. 올해 9번째 구단인 NC가 가세하면서 576경기로 늘어난다. 2015년 KT까지 가세하면 720경기 정도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 경기 평균 관중수(1만3451명)로 단순 계산해도 2015년에는 968만 4720만명이 한 해 동안 경기장을 방문할 것으로 추정된다. 거기다 대구와 광주에 2만석 이상 규모의 경기장이 건설될 예정이고, KT가 홈 구장으로 사용할 경기도 수원구장 역시 2만5000석 규모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특히 10개 구단 사이에 미묘한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면서 볼거리도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부터 1군 무대에서 경쟁을 펼치는 NC
다이노스는 롯데 자이언츠와 지역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NC의 연고지가 창원시이기 때문이다. 그간 경남 지역에는 프로야구단이 롯데 자이언츠 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창원·마산·울산 등지에 사는 사람은 롯데를 응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정은 달라졌다. NC가 가세하면서 팬이 나뉘게 됐다.

두 구단의 관계도 매끄럽지 못하다. NC는 창단부터 1군에 진입하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했다. 무엇보다 기존 구단의 반대가 심했다. “현재 프로야구 시장 규모 상 9구단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기존 구단들의 입장이었다. 또 9구단 체제로 리그가 진행되면 경기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때문에 한 때 NC는 야구계의 ‘미운오리 새끼’로 불리기도 했다. 겨우 창단하고, 또 어렵게 1군에 진입하고, 기존 구단의 횡포 속에 선수단 구성에도 어려움을 겼었다. 

공교롭게도 매번 ‘반 NC’ 흐름에 앞장선 구단이 롯데 자이언츠였다. NC의 1군 진입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해 4월 장병수 롯데 자이언츠 사장은 “2013년 NC가 1군에 진출하면 프로야구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재 국내 인구와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6개 구단이면 충분하다”며 날을 세웠다. 1군 진입이 결정 된 후 NC 관계자는 “그동안 기존 구단들에게 밉보이지 않으려고 꾹 참고 지금까지 달려왔다”며 그간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KT는 SK와 야구장에서 통신업계 라이벌 전쟁을 치르게 됐다. 두 기업 간의 라이벌 의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미 프로농구와 e스포츠에서 두 팀이 맞붙을 때마다 불꽃 튀는 접전을 펼쳐왔다. 2015년부터는 야구장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신생 구단과 라이벌 관계가 아닌 구단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한화 이글스, 넥센 히어로즈, LG 트윈스 같이 수년째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팀들은 앞으로 성적 스트레스를 더욱 많이 받게 됐다. 행여나 신생 구단보다도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가는 팬들의 질타를 피하기가 어려워서다. 각 구단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보는 팬의 입장에서는 즐거울 수밖에 없다. 그만큼 관중 동원력도 커질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