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산(山)의 잠재력, 10분의 1도 활용 못해

도일 남건욱 2013. 4. 26. 15:48

산(山)의 잠재력, 10분의 1도 활용 못해

이동섭 한국임업진흥원장
임업기술 컨설팅으로 2500여명에게 기술 이전 … 산양삼·표고버섯 재배술 전파


“산의 잠재력은 무한합니다. 국내 개인 경작 임야는 418만 헥타르(ha)인데, 그중 수입을 올리는 면적은 31만ha에 불과합니다. 산이 가진 잠재력의 10분의 1도 활용하지 못한다는 뜻이죠.” 이동섭 한국임업진흥원장의 말이다.

한국임업진흥원은 지난해 1월 출범한 임업기술서비스 전문기관이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임산물품질관리협회가 담당하던 목재제품 품질인증, 임업시험, 특별관리임산물의 품질관리 업무를 분리해 나왔다. 

임동섭 원장은 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1년 넘게 조직을 이끌고 있다. 찾아가는 서비스와 임업인 입장에서 생각하는 행정으로 임업인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지난해가 조직을 꾸리고 알리는 해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임업진흥원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건 임업인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일이다. 요청이 있는 지역에 직접 찾아가 임업기술 컨설팅을 했다. 임업인들로선 현장에서 전문가와 직접 만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총 24회의 컨설팅으로 2520명의 임업인들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술을 배웠다. 

이 원장 역시 스무 번이 넘는 컨설팅에 직접 참가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임업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고기 잡는 법입니다. 고기를 잡아서 주면 일시적 문제만 해결될 뿐입니다. 진흥원은 임업인들 스스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가 좋은 부수입원으로 추천하는 특별관리임산물은 ‘산양삼’이다. 이 원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산양삼 전문가다. 경북대 삼림환경자원학과 교수로 재직한 1992년부터 산양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녹차·양갱·비누 등 산양삼을 이용한 제품 개발에도 힘썼다. 산양삼은 삼(蔘)의 일종으로 산에다 씨를 뿌려 자연적으로 자란 것이다. 인삼을 산에다 옮겨 심어 기르는 장뇌삼과는 다르다.

좋은 환경을 찾아 씨를 뿌리면 나머지는 자연이 알아서 키운다. 보통 10년 이상 된 삼이 상품성을 지닌다. 농약을 치지 않고 인삼보다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시중에서 50만원 정도 고가로 거래된다. 다른 임업에 종사하면서 부수입을 올리기에 적격이다. 그 밖에 밤·표고버섯 등 단기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물의 재배기술을 전파한다. 특정 작물을 재배할 때 필요한 행정적 절차를 돕는 일도 진흥원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국내 임업과 관련해 가장 큰 이슈는 환경과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탄소 흡수원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과 ‘목재의 지속가능 한 이용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제정됐다. 임업진흥원은 산에 생산한 목재에 대한 품질인증과 산림탄소흡수량 인증 업무를 수행한다. 

이 원장은 “이를 위해 산림탄소인증센터를 신설하는 등 조직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임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중 FTA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산양삼과 목재 제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계획이다. 산양삼의 경우 재배이력을 시스템화하고 QR코드나 RFID태그와 같은 전자표시를 강화했다. 이 원장은 “올해가 임산업 가치 창출을 체계화하고 정착시키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