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지구촌 구석구석 토박이 가이드 발굴 관광이 정보기술(IT)을 만나면

도일 남건욱 2013. 4. 26. 16:30


지구촌 구석구석 토박이 가이드 발굴
관광이 정보기술(IT)을 만나면
스마트폰 GPS로 여행 코스 짜기도 … 외국인 관광객 60% 인터넷·모바일로 정보 얻어


서울의 한 사립대 농구동아리 소속인 강우진(23)씨는 3월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기획했다. 단순히 장소만 정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30~40명이 묵을 만한 숙소를 찾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교통편과 식당, 주변 여가시설을 각각 따로 알아보니 품이 많이 들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고민하던 강씨는 단체 여행 오픈마켓 ‘뭉치고’에 문의했다. ‘뭉치고’는 대학 MT나 워크숍·수련회 등 단체 여행객의 여행을 돕는 인터넷 사이트다. 강씨는 “예전에 기획할 때는 각 업체마다 따로 전화해서 예약 가능 여부를 물어보고 가격도 흥정해야 했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니 단체 여행 관련 정보를 한눈에 보고 계획할 수 있어 편했다”고 말했다.

오픈마켓 ‘뭉치고’ 게시판에는 강씨처럼 단체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의 문의가 줄을 잇는다. 지난해 12월 사이트를 연 후 현재까지 400여개 대학교와 200여개 기업이 이곳을 활용해 여행을 기획했다. ‘뭉치고’는 공급자(숙박시설)와 직거래를 통해 중간 수수료를 줄이고,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현태 뭉치고 대표는 원래 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서 정보기술(IT) 전문가로 일했다. 그러던 중 기존 여행정보 사이트나 여행사가 개인 여행에 치중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틈새시장인 단체 여행객 대상의 사이트를 열기로 마음 먹었다. 김 대표는 6개월의 기획 단계를 거쳐 1년여 만에 사이트를 열었다. 

초기 개발 비용은,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제2회 창조관광사업(관광벤처) 창업경진대회에서 받은 상금 2000만원으로 해결했다. 이 업체는 상반기에 시스템을 재정비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할 계획이다.

새로운 콘텐트로 승부를 거는 관광 벤처는 대개 IT를 접목한 사업을 주력으로 삼는다. 지난해 열린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 응모한 1000여 건의 기획안 가운데 절반 가량인 500여 건이 모두 IT 기반의 사업이었다. 변정우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관광 IT기술이 여행사나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였지만 이제는 필수 요소로 변했다”며 “단순한 웹사이트 구축을 넘어 더 편리하고 기발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체 여행객 겨냥한 인터넷 사이트 인기

지난해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모바일앱 ‘여행노트’는 관광객의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개발했다. 사용자가 어떤 지역을 여행하면서 여행기를 작성하면 여행노트 애플리케이션이 그곳을 연결해 하나의 여행기로 완성시킨다. 각 지점별로 남긴 글이 자연스럽게 여행 코스로 남는 것이다. 기존 여행 관련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여행 중에 작성한 글이나 사진을 남길 수 있지만 각 지점별로 작성한 글을 묶어 제공하는 서비스는 없었다. 


시스템을 개발한 김성욱 도래소프트 대표는 “개인 단위의 자유 여행객이 늘면서 스스로 코스를 개발하고, 이를 공유하려는 욕구도 커졌다”며 “스마트폰의 위성항법장치(GPS) 정보를 활용해 여행 코스를 남겨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처음 선보인 이 애플리케이션은 출시된 지 보름 만에 아이폰 여행 부문 1위에 올랐다.

여행지에 거주하는 사람이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을 위해 맞춤형 가이드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있다. ‘마이리얼트립’은 현지 정보에 밝은 가이드를 원하는 여행객의 수요를 노려 웹상에서 여행객과 가이드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해외에 거주하는 현지인이 직접 짠 여행 코스를 마이리얼트립 사이트에 가격과 함께 올려놓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의 건축물을 둘러보거나 자전거를 타고 파리를 여행하는 등 가이드 각자의 개성을 살린 다양한 관광코스가 있다. 여행객은 이 중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 특히 가이드에게 자신이 원하는 일정을 제안해서 여행 코스를 바꿀 수도 있다. 한 번에 한 팀만 받는 방식으로 운영해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마이리얼트립 서비스를 만든 이동건 대표와 백민서 부대표는 고려대 동기다. 여행을 떠나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게 취미인 두 사람이 “이것을 사업으로 확장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지난해 4월에 시작해 1년간 서비스를 운영했다. 그동안 약 1000명의 고객이 마이리얼트립에서 관광상품을 구입했다. 고객 불만이 단 2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가이드 비용의 20%를 계약금으로 내는데 이것이 마이리얼트립이 가져가는 수수료다. 

백민서 부대표는 “기존 여행사의 관광상품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관광지를 오가고, 빡빡한 스케줄로 움직이고 쇼핑몰 투어를 강요해 여행객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며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사를 이용한다기보다 현지인의 안내를 받아 인간적인 교류를 나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위한 외국어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IT 인프라로 인간적 교류

노경국 제주관광공사 부설연구소 박사가 지난해 발표한 ‘관광 스마트 콘텐트 아일랜드 구축의 필요성’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중 60% 이상이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 정부가 나서 관광 정보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보급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마카오 관광청은 관광 소식이나 정보, 여행계획을 제공하는 IT 인프라를 꾸준히 연구한다. 여행지의 예전 모습이나 미래의 모습을 3차원(D)으로 보여주는 스마트 콘텐트도 개발했다. 

일본은 제이루트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멀티미디어 정보와 환율·번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 런던은 ‘뮤지엄 오브 런던’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런던의 옛 모습을 보여주며 관광과 역사 정보를 동시에 제공한다. 노 박사는 “창조적 융합을 말하는 시대에서 관광과 IT기술을 접목하는 건 필수”라며 “관광IT부문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