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입장권·기념품·할인권 노란 손수건 한 장에 담다 관광이 아이디어를 만나면

도일 남건욱 2013. 4. 26. 16:32


입장권·기념품·할인권 노란 손수건 한 장에 담다
관광이 아이디어를 만나면
스탬프 관광손수건 등 기발한 상품 잇따라 … 자유여행객 겨냥한 예약 대행 서비스의 진화

서울 중구 정동의 막걸리주점 ‘자희향’에 있는 전통주와 보자기. 이곳에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한다.


서울 중구 정동에는 특이한 곳이 있다. ‘자희향’이라는 간판의 막걸리 주점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냉장고 진열대를 가득 채운 전통주와 함께 한 쪽 벽면에 장식된 전통공예품 디자이너 이효재씨의 보자기 작품이 보인다. 이곳을 기획한 ‘달하’의 김준수 대표는 “한국 문화 복합공간”이라고 소개한다. 달하는 전통주·공예품 등 한국 문화가 담긴 상품을 마케팅· 유통하는 ‘전통문화 플랫폼’ 회사다. 전래의 방식 그대로 만든 탁주 ‘자희향’과 이효재씨의 공예품 홍보·판매를 담당한다.

체험 프로그램마다 관광객 감탄

달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체험관광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예컨대 누룩과 범벅을 섞어 술을 빚는 작업을 몸소 경험할 수 있다. 체험 후에는 시음회가 이어진다. 일본인·중국인 관광객이 청주와 탁주의 향을 맡고 한 모금 맛을 본다. 여기에 달하에서 만든 두부치즈 안주를 곁들이자 “맛있다”는 칭찬이 쏟아진다. 

‘보자기 체험’에서는 이효재 디자이너가 만든 보자기 사용 방법을 30분 동안 배운다. 천을 묶고 이으면 등에 매거나 어깨에 걸 수 있는 가방으로 변하니 이를 지켜보던 일본인 여성 관광객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보자기를 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바쁘다.

‘1인 기업’ 달하를 이끄는 김준수(41) 대표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김치·김·화장품 같은 특정 품목만 산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한국의 전통 문화를 체험하고 그와 관련된 제품을 기념 삼아 사게 만들면 우리 것을 알리면서 전통주와 전통 공예품 판매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전국을 뒤져 찾은 된장과 고추장도 상품으로 갖췄다. 직접 맛보고 즐겨보면 구매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배달하는 자유여행을 즐기는 관광객 대상의 사업도 벌인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에 체험상품을 넣으면 단가가 낮아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 대신 직접 여행코스를 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바로 팔면 사업성이 있다. 달하는 자유 여행객을 모으기 위해 일본어 한국 여행정보사이트인 ‘코네스트(Konest)’와 일본 잡지에 광고를 실었다. 김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발달한 요즘은 저렴한 비용으로도 관광상품을 알릴 수 있다”며 “전통주와 공예품은 장인이 손으로 만든 양질의 제품이고 특별한 스토리가 있어 상품성이 있다”고 말한다.

삼삼오오 모여 한국을 방문하는 자유여행 관광객은 대부분 일본 여성이다. 이들을 겨냥한 아이디어 관광상품이 있다. 한국 문화 체험 상품과 프로그램을 대신 예약해주는 ‘놀이하루’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구매한 티켓을 보자기로 포장해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숙소로 배달한다. 분홍색·노란색 보자기를 우리나라 전통 노리개로 장식해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여성 관광객이 끌릴 만하다. 보따리를 풀면 해당 관광코스를 혼자 둘러볼 수 있도록 자세하게 설명한 가이드북이 들어있다.

놀이하루의 안현진(28) 대표는 “외국인들이 단돈 2000원짜리 한복 입기 체험에서 낡고 촌스러운 한복을 입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좀 더 고급스런 체험 프로그램을 골라 소개하려는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자유여행객을 위한 예약 대행 서비스와 준비물 세트를 판매하는 ‘하루보따리’ 상품으로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서 기업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예약 대행이라는 무형의 서비스를 한국 전통 보따리로 포장해 유형의 기념품으로 남긴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안 대표는 지난해 여름부터 사업을 준비했다. 올 1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50여개 체험 프로그램의 예약 대행을 한다. 20~30%의 대행 수수료로 수익을 올린다. 온라인 홍보가 아직 미흡한 탓에 하루 방문자는 500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게스트하우스와 비즈니스호텔 등을 돌며 홍보물을 비치하고 서비스를 알리는 중이다.

온라인에서 사전 예약을 하지 않더라도 고객이 숙소 직원에게 요청하면 놀이하루가 ‘하루보따리’를 숙소로 배달한다. 예약 대행뿐 아니라 한국의 과자와 음식으로 채운 ‘주전부리 보따리’, 전통문양이 새겨진 여행가방용 이름표, 한글로 장식된 배지 등 디자인 용품 세트도 판매하고 배달한다. 관광지에서 반드시 선물용 기념품을 사는 일본인 수요를 노렸다. 

안 대표는 “이용자 대부분이 일본인이지만 최근 엔저 탓에 일본 관광객이 줄었다”며 “대신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오는 관광객이 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 북부 남이섬과 아침고요수목원을 방문하는 코스가 가장 인기”라고 전했다. 놀이하루는 유명 관광 코스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좋은 체험 프로그램을 관광객에게 소개하기 위해 요트체험을 비롯한 새로운 상품을 추가할 계획이다. 중국인 자유여행객도 급증해 이들을 위한 중국어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지역 먹거리 사업과도 연결

손수건을 관광지 입장권으로 만들어 파는 벤처도 있다. 국내 관광명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기념품 중 하나가 손수건이다. 이 평범한 손수건이 관광벤처기업 ‘디자인씨앗’의 손을 거쳐 관광지 입장권으로 변신했다. 우지해(31) 대표는 원래 강화도의 홍보인쇄물을 만드는 회사를 운영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입장권을 끊자마자 버리는 걸 보고 좀 더 친환경적이고 의미 있는 기념품으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입장건(巾)’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입장건’은 고려궁지·갑곶돈대·초지진 등 11개 관광지 명칭이 적힌 빈 동그라미가 새겨진 손수건이다. 이것을 관광지에 가지고 가면 커다란 도장을 찍어준다. 고려궁지·갑곶돈대·초지진 등 관광지를 순서대로 돌아보며 각기 다른 모양의 도장을 찍어서 손수건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른바 ‘스탬프 관광손수건’으로 특허를 출원하고 인천 강화군 관광개발부서에 상용화를 제안했다. 강화도 출신의 우 대표는 “강화도는 풍부한 관광자원이 있고 서울과 가까운데도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다”며 “이 상품은 관광객에게 경로를 제안해서 알려지지 않은 곳까지 방문하도록 유도해 낙후된 관광지를 홍보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란색의 손수건 한 장이 관광객이라는 표식이 된다. 지역 상권과 연계해 ‘입장건’을 지닌 관광객에게 할인 서비스도 제공한다. 입장건이 입장권이자 기념품·할인권이 된다. 우 대표는 “3월에 열린 ‘내나라 여행박람회’에 상품을 전시했는데 ‘입장건’은 어느 관광지라도 적용이 가능한 상품이라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디자인씨앗은 한두 달 안에 로컬푸드 카페 ‘어서오시겨’도 강화도에 열 계획이다. 쑥·고구마·검은콩 등 강화에서 재배한 농작물로 만든 미숫가루 스콘, 약쑥 샤브레 등을 판매한다. 우 대표는 “관광을 매개로 지역의 먹거리·농업·상업을 연계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