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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만족감 높이는 비결들

도일 남건욱 2013. 8. 2. 21:12


소비의 만족감 높이는 비결들
淸論濁說
전미영 서울대 연구교수·소비자학


직장을 관두고 싶은 충동을 잠재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뭘까? ‘값비싼 제품을 12개월 할부로 결재하는 것’이란 우스갯소리 답안이 있다. 갚을 카드값이 있으면 직장을 다닐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쇼핑이 그만큼 스트레스를 덜어준다는 뜻도 있다.

‘무소유’는 못할망정 소비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게 다소 세속적이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소비 없이는 하루도 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이왕 소비할 거면 더 기분 좋고 행복하게,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소비를 할 때 더 행복하다고 느낄까?

먼저 제품 측면에서 보면 손으로 만져지는 ‘물건’을 소비할 때보다 한 번 구매하면 사라지는 ‘경험’을 소비할 때 더 큰 행복을 느낀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노턴 교수는 “값비싼 TV는 홀로 TV를 보는 시간을 늘리지만, 같은 돈을 식사에 투자한다면 친구와 여러 차례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도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때 느끼는 행복감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금세 싫증을 내고 또 다른 물건을 찾아 나선다. 경험은 시간이 갈수록 미화되는 경향이 있다. 캠핑장에서 수없이 모기에 물리며 고생한 기억이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회상되는 것과 같다.

‘주변 사람’도 사람이 소비에서 느끼는 행복의 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무리 멋진 옷을 입어도 주변 사람이 호응해주지 않으면 별로 기쁘지 않다. 혼자 먹는 진수성찬은 맛이 없지만 소중한 사람과 함께라면 김밥 한 줄에도 행복할 수 있다.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기여하는 소비일수록 행복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이런 사실은 ‘선물 교환하기’ 행동에서도 발견된다. 선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선물을 받는 사람은 물론 선물을 주는 사람의 행복 역시 커진다.

마지막으로 ‘구매 상황’ 역시 행복감을 향상시키는 변수다. 가령 구매 때 소비자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약간의 여지를 제공하면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가방을 살 때 공들여 정보를 검색했거나 여행 예약을 해놓고 오랜 시간 기다릴 때다. 소비자가 일종의 심리적 자원을 투입하면 구매 후 기쁨이 훨씬 더 커진다. 이는 구매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감을 높이는 데도 일조한다. 휴가를 준비하는 동안 느끼는 즐거움이 막상 휴가를 떠날 때의 즐거움보다 더 큰 것과 유사하다.

기업도 제품과 서비스를 단순한 ‘생산·판매’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소비자의 시각에서 ‘구매 전·중·후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어떤 재화가,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소비되는가’를 일련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폭넓은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소비과정의 행복을 극대화하려면 소비자 경험(consumer experience)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고객 경험을 최적화하는 솔루션을 선보인 미국 소프트웨어 제조사 오라클이나 ‘고객 경험 연구소’를 CEO 전용으로 신설한 IBM 같은 글로벌 기업은 벌써 이런점을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