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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ages.joins.com/ui_joins/magazine07/btn_zoom.gif) 초신성 폭발 장면. 이의 관측으로 암흑에너지가 세상에 알려졌다. |
기존 이론과 달리 중력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을 지 모른다는 측정 결과가 나왔다. 중력이란 질량을 지닌 물체들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을 말한다. 이는 지구 표면의 물체를 그 자리에 붙들어두는 힘이요, 태양계나 은하계를 지금과 같은 형태로 유지하는 힘이다. 그런데 최근 중력상수(G) 값을 측정한 결과 현재의 공인 수치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 5일 ‘물리학 리뷰 레터즈(Physical Review Letters)’ 저널에 실린 논문을 보자.
중력상수란 질량을 가진 두 물체 간의 인력 크기를 결정하는 비례상수다. 상수(常數)란 말은 문자 그대로 늘 일정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G의 측정값은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악명 높다. 그래서 실제로는 값이 계속 변하게 되는데 현재의 공인 수치는 평균값이다.
하지만 최근 측정한 값은 수수께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우선, 공인 측정값과는 상당히 차이가 나는데, 오히려 10년도 지난 2001년의 측정값과 대단히 비슷하다는 점이다. 실험상의 오류가 아니라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수수께끼의 핵심이다.
실험 오류인가 중대 발견인가
물론 두 실험 모두에 동일한 오류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을 고려해 봐야 한다. G값 자체가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런 해석은 과격한 것이지만 만일 옳다면 우주론의 거대한 미스터리, 즉 암흑에너지의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암흑에너지란 우리 우주를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하게 만드는 미지의 힘을 말한다. “만일 G 값이 아주 조금이라도 변했다면 이는 여기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장(field)이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영국노팅엄대의 우주론학자 토니 파딜라는 말했다. 이 같은 장이 존재한다면 이것이 암흑에너지에 영향을 미치는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그는 설명한다.
암흑에너지는 1998년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 본부를 둔 다국적 연구팀의 발표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초신성 폭발에서 나오는 빛을 관측한 결과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듯 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가속 팽창은 약 50억년 전의 특정 시점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써 우주의 팽창속도가 미세하게 느려지고 있을 것이라는 기존 이론은 힘을 잃었다.
오늘날의 우주는 70억 년 전의 우주에 비해 15%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이는 중력보다 더 큰 힘이 우주를 밀어내고 있다는 것으로 우주 공간 자체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 된다.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이 에너지를 과학자들은 암흑에너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은 우주의 가속팽창을 독자적으로 발견한 2개 팀의 우주론 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아이작 뉴턴에 따르면 두 물체 사이의 인력은 이들의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중력(인력) 상수는 그 인력의 실제 크기를 결정하는 절대값이다. 이를 실험실에서 처음 측정한 것은 영국 과학자 헨리 캐번디시다. 그는 1798년 질량이 정확히 파악된 한 쌍의 물질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가느다란 줄의 비틀림을 이용해서 정밀 측정했다.
그 이후 다양한 측정방법과 측정치가 나왔다. 이는 실험의 오류 때문으로 생각됐고 G 값은 이를 반영해 계속 수정돼왔다. 여기에는 측정값이 결국은 특정 수치로 수렴할 것이라는 전제가 자리잡고 있다.
프랑스 파리 ‘국제도량형국(International Bureau of Weights and Measures)’의 테리 퀸과 영국 버밍엄대의 클라이브 스피크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이번에 2가지 방법을 함께 동원해 G의 값을 측정했다. 하나는 캐번디시 실험을 현대화한 버전이고, 또 하나는 정전기력을 응용한 방법이다.
그 결과치는 2010년 수립된 공인 수치보다 240ppm 컸다(1ppm은 100만분의 1이다). 이 수치는 그 자체로는 이상할 것이 없다. 근래의 측정값 중에는 공인 수치보다 290ppm 작은 것도 있다. 이상한 점은 최근 측정값이 퀸의 팀이 2001년 측정한 값과 21ppm 차이 밖에 나지않는다(더 작다)는 사실이다.
이 팀은 과거의 실험에서 있었을 지 모를 오류를 없애려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따라서 과거와 현재의 실험 수치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은 예상하기 힘든 일이다. 퀸은 올 2월 이 문제를 논의하고자 영국 왕립협회 특별회의를 조직했다. 영국 글래스고대의 실험물리학자 제임스 호우는 “이 회의가 열리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실험을 또 한번 되풀이 해보는 것이 좋다고 제안한다.
국제도량형국의 실험을 다른 대륙의 다른 팀이 정확하게 되풀이해서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0년 지금의 공인 값을 측정한 미국 콜로라도대의 제임스 폴러는 실험 오류의 가능성을 강력히 주장한다. “오류는 봄에 피는 제비꽃과 같다. 어떤 실험에서든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중력 자체가 변하는 것의 증거일 수도
그러나 최근 측정 결과는 중력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마크 케이스비치는 “논리적으로는 두 실험 중의 하나가 틀렸든지, 아니면 G가 실제로는 상수가 아니든지 둘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G 값이 진동한다면 이는 암흑에너지를 제5의 힘과 연결시키는 특정 이론이 맞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지금껏 알려진 자연의 기본적 힘은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 4가지다. 제5의 힘이 있다면 이는 중력의 강도를 진동하게 만들 수 있다고 파딜라 박사는 말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진진하다”고 그는 말했다.
좀 덜 극적인 해석방법도 있다. G는 여전히 상수가 맞지만 퀸의 팀이 진정한 값을 측정했다는 시나리오다. G의 실제 값이 공인 수치보다 더 높다는 의미다. 이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일이라고 노팅엄대의 우주론학자 클레어 버리지는 말했다.
“만일 그 값이 공인 값보다 조금 더 크다면 우리는 다시 돌아가 모든 계산을 다시 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어 “별이 타버리는 속도는 우리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빨라 질 것”이라며 “더욱 큰 중력을 밀어내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