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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위한 어떤 민족의 기여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그 가운데 하나가 노벨상 수상자 숫자다. 독창성이란 면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 5명 가운데 한 사람이 유대인이다. 젊은 경제학자를 위한 노벨상으로 불리는 상이 있다. 유능한 40세 미만의 경제학자에게 주어지는 ‘존 베이츠 클라클 메달’ 수상자의 40%가 훗날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이들 수상자 가운데 67%가 유대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유대인은 1800만명 정도였다. 홀로코스트로 600만명이 죽고 난 다음 1200만명으로 줄었다가 지금은 1400만명으로 늘었다. 유대인은 세계 134개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대부분 미국(650만명)·이스라엘(550만명)에 산다. 절대 숫자로 봐도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걸출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유대인의 힘과 그 원천을 다각도로 접근했다. 독자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재미와 흥분 그리고 교훈이다.
이 책은 크게 네 가지 주제로 살펴볼 수 있다. 창의성이 꽃핀 성공 신화, 유대인의 창의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유대인의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이스라엘과 창조경제다. 비유대인을 포함해 인구 780만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이지만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64개나 된다. 이스라엘 청년들이 매년 500개 이상의 새로운 벤처기업을 만들 정도로 창업 열기가 강하다. 수 천년 동안 민족 전체가 체계적인 창의성 교육을 시켜왔다. 그런 노력의 결과가 벤처나 노벨상이다.
유대인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우길 원한다면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저변을 흐르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생존의 가위눌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낯선 땅에서 늘 억압 받아 생존을 위해 창의력을 발휘해야 했기 때문’이다. 생존 방법을 구할 때 그들은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에 그치지않았다. 그들에게는 하나님을 경배하는 유대교라는 신앙, 인간 지성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
모세 율법에 바탕을 둔 유대교는 ‘법 앞의 평등’을 강조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주장이다. ‘하나님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생각은 현대에 이르러 이스라엘 정신을 상징하는 ‘후츠파 정신’을 낳았다. 현안 과제를 앞에 두고 좋은 생각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남녀, 노소 차별이 없다는 기초 위에 후츠파 정신이 우뚝 서 있다.
누구든지 당돌할 정도로 혹은 뻔뻔할 정도로 자신의 의견을 당차게 내놓을 수 있다. ‘유대인들은 생각이 바로 경쟁력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유대인들은 나이나 직위에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다는 뿌리 깊은 믿음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묻고 답하며 논쟁하는 게 습관화돼 있다.’
어떤 조직에서 모두가 생각을 힘이라고 여기고 혼신을 다한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바로 전 구성원의 지적인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후츠파 정신에는 반드시 함께 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로시가돌(roshgadol)’이다.
로시가돌은 원래 ‘큰 머리’라는 의미다.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맡은 일 이상을 해내는 것’을 말한다. 이와 반대되는 용어는 ‘로시카탄’이다. ‘지시 받은 일만 마지못해 한다’이다. 누구나 주인의식으로 무장하고 생각의 힘을 극대화한다면 어떻게 잘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처럼 유대인의 힘은 가치관과 태도의 절묘한 조화에서부터 나온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정신을 낳은 유대 교육의 특징을 살필 필요가 있다. 유대 부모들은 한 방향을 향한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독창성을 추구했다. 최고는 단 한 명뿐이지만 독창성은 누구나 지닐 수 있다는 게 유대인 부모들의 믿음이다. 유대인을 지칭하는 ‘헤브라이’는 ‘강 건너온 사람’을 뜻한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유래되는 건 ‘혼자서 다른 편에 서다’는 의미다.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라는 요구 이전에 남과 다른 사람이 되라는 주문이다.
유대인의 창의성을 이야기할 때 그들이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세계관에 대한 부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티쿤 올람(Tikun Olam)’ 사상이다. 무엇이든 자신의 길을 씩씩하게 개척한 사람이라면 별반 새롭지 않은 사상이지만 유대인들은 이를 기본으로 받아들인다. 티쿤 올람 사상은 세상을 개선할 대상으로 삼는다. 이 사상은 유대교 원리의 기본으로 세계를 고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파트너인 유대인들은 세상을 개선해서 완전하게 만들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유대인의 힘을 이야기할 때 자칫 놓치기 쉬운 또 한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다. 그들은 스스로 소중한 것을 각인시키는 습관을 갖고 있다. 이들은 구약의 신명기 6장 4절부터 9절까지 지상명령으로 끊임 없이 암송하고 묵상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전통이나 문화 면에서 우리와 너무 다르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한 민족이 혹은 한 가정이 혹은 한 개인이 더 나은 상태를 만들어 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해 풍성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