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램 차란 옮긴이 김현구 출판사 21세기북스 값 2만3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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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제 권력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가? 우리가 내리는 의사결정은 상당 부분 미래에 대한 나름의 가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설이 올바른가, 아니면 틀리는가에 따라 운명은 크게 출렁거리게 된다. 때문에 앞을 내다보는 일은 흥미진진한 일일뿐만 아니라 생사가 걸려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유력한 CEO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컨설턴트 램 차란이 제시하는 미래 전망에 대한 가설이다. ‘틸트(tilt)’라는 단어는 어느 한쪽으로 기운다는 뜻인데, 책을 펴자 마자 램 차란은 ‘글로벌 틸트’에 대해 명쾌한 정의를 모두 6가지로 내렸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들이다.
첫째, 북반구 나라들로부터 북위 31도 이하 나라들로 사업과 경제력이 이동하고 있다. 둘째, 이런 이동은 역사상 최대의 변화이다.
셋째, 경영자들은 북반구와 남반구에 관한 그리고 이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낡은 가정과 경험법칙 그리고 사고방식을 버릴 필요가 있다.
넷째, 글로벌 틸트는 남반구의 고삐 풀린 에너지, 인구학적 변화와 전 지구적 금융시스템의 변동성, 디지털화 등을 포함한 억제할 수 없는 힘의 결과물이다. 다섯째, 글로벌 틸트는 복잡성과 속도·변동성·불확실성을 다룰 수 있는 사람들에게 열리는 거대한 기회이다. 여섯째, 글로벌 틸트는 전략적 사고와 지도력, 조직의 사회적 시스템에서의 급격한 변화의 추동이 될 것이다.
핵심 메시지만으로도 램 차란이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북위 31도 이하의 나라들은 중국·인도·멕시코·중동·인도네시아·남아공, 사하라 이남 국가들, 브라질 등이다. 램 차란은 일본과 한국의 위상에 대해 “한국과 일본은 경제와 사업 관행 면에서 본질적으로 북반구 국가에 속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글로벌 틸트가 가져올 파급효과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어떤 것일까? 북반구의 기업 경영자들이 과거의 좋았던 시절에 사로잡힌 나머지 거대한 추세 변화를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북반구에 속한 일부 기업은 자신들의 힘든 상황이 값싼 노동력과 통화 조작, 보호주의 같은 환경 탓이라고 여기면서, 앞으로 환경이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론을 갖고 있다.
램 차란은 환경 변화로 말미암은 요인들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축의 이동을 몰아가는 힘은 더욱 크고 근본적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북반구와 남반구의 기업 경영자 모두 글로벌 틸트를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메가트렌드로 받아들여야 하고,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 경영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막연히 시간만 가면 상황이 호전되리라고 믿는 북반구의 정치 지도자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도 피할 수 없는 대세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램 차란이 확신을 갖고 내리는 미래 전망은 이렇다.
“축의 이동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진행될 것이다. 운세는 부침을 거듭할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축 이동은 경제적 풍경을 필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고, 전 지구적 차원에서 산업구조와 경쟁의 역학에 새로운 모습을 부여할 것이다.”
기업 경영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민들은 어떤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가? 북반구 기업들이 익숙한 시장을 두고 저자는 “볼품없는 시장에서 한계적 이득을 두고 다투어 왔기 때문”이라는 한계점을 지적한다. 오랫동안 익숙하게 여겨온 이런 대처 방법 때문에 북반구 경영자 가운데 과감하고 야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흔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제까지 북반구 기업들이 사용해 온 성공적인 성장 전력은 핵심 역량에 바탕을 두고 이것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다소 도발적이고 과감한 제언을 아끼지 않는다. 앞으로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전략은 과거처럼 성공에 이르는 믿을 만한 경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비유를 들자면 티스푼을 버리고 양동이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글로벌 불황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현 상황 속에서도 램 차란은 남반구가 주도하는 세계 경제의 성장을 대단히 밝게 본다.
과거의 성장 전략은 기본적으로 내부에서 외부를 백미러로 보는 접근 방식이다. 이것은 글로벌 틸트에서 벌어지는 역동적인 시장에서 통하기 어렵다. 내부 역량에 지나치게 주목해 새로운 거대 시장을 놓치고 결국 몰락한 코닥을 전형적인 사례로 든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시각을 접고 대신에 밖에서 안으로, 미래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어야 한다.
저자는 핵심 역량에 바탕을 둔 점진적 변화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본다. 더욱 과감하고 크게 움직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몇 년 안에 혹은 10년마다 한 번 이상씩 전략적 모험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말뚝박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미래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표적으로 삼은 시장에 영역표시를 해나가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