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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자 월급 오르기 힘들어 2014 미국경제 3대 쟁점

도일 남건욱 2014. 1. 17. 23:19


미국 노동자 월급 오르기 힘들어
2014 미국경제 3대 쟁점
이공순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미 국채 수익률 상승 제한적 … 기업 투자 여력도 크지 않아


많은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미국경제는 성장세가 본격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QE)은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예컨대 투자자문사인 글러스킨 셰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올해 미국경제에서 임금 상승 인플레이션, 국채 수익률(금리) 상승, 그리고 미국 기업들의 투자 증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야후 파이낸스, 1월 7일자). 로젠버그의 주장은 미국 증시 강세론자들의 견해를 대변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는 반론의 여지도 만만치 않다. 로젠버그의 견해를 쟁점별로 검토하고, 올 한해 미국경제를 전망했다.

◇미국 임금이 오른다?

로젠버그는 미국 노동시장에서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우리는 소비 지출을 지탱할 의미 있는 임금 상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시장에서 임금 교섭력을 결정하는 요인은 단지 노동력의 수요·공급만은 아니다. 설사 노동력 부족 현상이 벌어지더라도 이를 임금 인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협상력이 있는가는 별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노동시장에서 고용 유지를 위한 투쟁은 경기침체 초기에, 그리고 임금을 둘러싼 갈등은 경기회복 국면의 중기에 나타난다. 로젠버그의 주장은 암묵적으로 미국 경제가 경기 회복 중기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전제하고 있다.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로젠버그의 주장과는 달리 미국의 잉여 노동력은 대단히 풍부한 상태다. 첫째로 4800만명에 달하는 푸드 스탬프(기초 생계비) 수령자들을 고려해야 한다. 이 가운데 노동력을 가진 성인 인구는 1500만명 수준이다. 이들은 적절한 재교육이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노동시장으로 귀환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푸드 스탬프 지급액을 삭감해 이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은 지역적 특성상 멕시코나 중미로부터의 불법 노동력을 통한 노동시장 인구 조절이 가능하다. 미국의 고용(특히 단순노무직 일자리)이 회복된다면, 이들 인구집단이 가장 먼저 증가하며, 이는 노동시장에 공급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미국의 노조 조직률은 10% 정도로 임금 교섭력이 약하다. 설사 노동력 수요·공급 사이의 불일치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임금 인상으로 전환할 능력이 미국 노동자층에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 로젠버그가 범하고 있는 가장 큰 오류는 미국의 실업률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명목 실업률은 7%지만, 불완전 고용을 포함한 실질 실업률은 13%에 달한다. 미국의 잉여 노동력은 아직도 풍부한 상태이며, 따라서 미국에서의 임금 상승 인플레이션은 기대하기 어렵다.

◇국채 수익률이 상승한다?

로젠버그는 “올해 말에는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아마도 3.5% 부근에 있을 것”이라며 “향후 몇 년 뒤에는 5% 국채 수익률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견해에는 거의 모든 이코노미스들이 동의한다. 장기적으로는 국채 장기 강세장은 끝났으며, 수익률은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올해 말 10년물 3.5% 라든지, 향후 몇 년 뒤에 5%라는 전망은 현실성이 높지 않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연준의 양적완화가 종료(최소한 거의 종료)되거나 경기가 아주 급속하게 회복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이처럼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경기에는 그 반대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미국 민간가계 신용 증가의 90%는 자동차 대출과 학자금 대출이었다. 만일 장기 금리가 상승한다면, 금리 상승으로 인해 적어도 자동차 대출의 증가폭은 크게 둔화될 것이다. 또한 기존 대출의 부실률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 분야에 몹시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지난해 미국 GDP 증가분의 60%를 차지한 주택 부문의 타격도 커진다. 연준이 테이퍼링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것도 그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테이퍼링으로 인해 자산 가격 상승 효과가 체감되어 부의 효과(wealth effects)가 감소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분석가들은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채 수익률의 상한선은 10년물 기준 약 3.2~3.3%로 보고 있다. 연준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채 수익률을 안정화시키려 할 것이다.

◇기업 투자가 재개된다?

로젠버그의 세 번째 예측은 미국의 기업 투자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가장 예측하기 어렵고 로젠버그도 가장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의 주장을 먼저 보자. ‘미국 경제의 아이러니는 생산성 증가가 0% 수준으로 내려앉았다는 것이다. 생산성 증가율과 이윤율은 후행적 관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를 계속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놀라게 될 것은 자본재 투자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3분기 미국 기업들의 이윤은 GDP 대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를 하지 않았고, 생산성 증가도 없었는데 어떻게 이윤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까? 그 대답은 원가 절감 효과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 같은 경향이 어디까지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 추세는 미국 내의 문제만이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의 문제이며 이미 공급 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는 변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변화를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은 임금 비용 감소 경향이 지속될 수 있느냐와 자금 조달 비용(이자율)이 계속 낮은 상태에 머무르느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임금 비용은 첫 번째 예측에서 보았듯이 그 상승폭이 아주 미미할 것이다.

결국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른 이자율이 기업의 원가 절감 변동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로 실질금리가 상승한다면 기업들의 이윤율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에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로젠버그의 주장처럼 이윤 회복을 염두에 두고 자본재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윤율 하락의 부담을 추가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상쇄하거나 혹은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2분기를 고비로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의 현금 흐름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미국 기업들은 값싸게 조달한 자금으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을 높이는데 써버렸기 때문에 투자 여력은 오히려 감소했다. 또한 지난해 3분기를 고비로 미국 기업들의 자본재 주문은 오히려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다. 따라서 로젠버그가 예측처럼 ‘자본재 투자의 깜짝 놀랄만한 증가’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로젠버그가 주장하는 미국의 강력한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모두 현실화되기에는 난점이 있다. 미국의 소비와 투자 지표들을 살펴보면, 기껏해야 연준의 지속적인 통화 부양책에 의해 올해 수준의 ‘그저 그런(moderate)’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며, 어쨌든 올해에는 통화 부양책의 정도는 약화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 이윤은 감소 추세를 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그 돌파구를 투자에서 찾을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지는 않는다. 오히려 원가 절감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로제버그가 말한 것과는 정반대로 소비를 더욱 침체시키고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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