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경제기사모음

한국은 양적완화 아닌 규제완화로 승부해야

도일 남건욱 2014. 7. 31. 12:09
한국은 양적완화 아닌 규제완화로 승부해야
찰스 달라라 전 국제금융협회(IIF) 소장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그동안 화려하고 현란한 마술쇼를 보여줬다. 관객은 글로벌 금융시장. 연준의 공연에 관객은 감탄을 거듭하며 환호를 보냈다. 연준의 대표 공연인 양적완화정책은 일견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일본과 유럽 시장 분위기도 좋다. 하지만 양적완화 정책에는 많은 문제점도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같은 글로벌 기관은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연준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금리를 어떻게 정상화 할지 고민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 간은 양적완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미 연준이 경제의 펀더 멘털을 무시한 채 금융시장을 얼마나 더 끌고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적완화로 고수익 추구형 자금이 아직 경제 회복이 덜 된 그리스와 스페인 등으로 흘러가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경제의 과제는 금융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 금리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다. 지난해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축소 시사 발언이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듯 다음에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더구나 지금 미국 경제는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6년이 지났지만 큰 회복은 없었다. 오히려 6년 전보다 실업자가 100만명 더 늘었다. 다른 국가들에겐 미국 경기가 회복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경기 회복력이 크고 역동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아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상반기엔 ‘콜드 샤워’라고 부를 만큼 경기가 가라앉았다. 미국의 복잡한 법인세 제도와 실업률, 초·중등 교육의 질 저하 문제도 심각하다. 주택시장이 꽁꽁 얼었고, 제조업도 문제가 많고 세금 구조도 우호적이지 않다.

연준을 이끌고 있는 재닛 옐런은 ‘통화준칙’보다 ‘최적 통제준칙’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최적 통제준칙은 연준의 목표인 물가안정과 고용창출에 초점을 맞춘 통화정책을 말한다. 특히 고용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면 물가가 일시적으로 목표치를 벗어나도 무방하다고 본다. 이 경우 저금리 바탕의 금융완화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존경한다. 하지만 그가 지고 있는 짐이 너무 버거워 보인다. 그는 해리 후디니(전설적인 탈출마술사)가 아니다. 그는 기적을 일으킬 수 없는 존재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는 커다란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다. 2009년 이후 꾸준히 양적완화 정책이 유지돼 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닌 것 같다. 양적완화 정책을 너무 오래 펼친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양적완화 정책이 필요 없다. 대규모 양적완화뿐만 아니라 소규모 양적완화 정책도 필요 없다. 통화정책보다는 자금 조달이나 투자 여건 조성 등 시스템 개선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은 전쟁 후 경제 시스템을 구축한 나라라 관료주의가 강하다. 한국은 규제 완화를 위해 계속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곳곳에 강력한 규제가 있다. 혁신을 지속하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한국 경제의 숙제다.

※세계경제연구원 강연(7월 24일)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