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과CEO풍수학

서울銀 본점 리모델링 속사연은…

도일 남건욱 2006. 1. 9. 13:04
서울銀 본점 리모델링 속사연은…


‘복 나간다’ 역술인 조언 참고 소문…‘영업 시스템 정비-25년 만의 보수’ 반론도

글 남승률 기자 (namoh@econopia.com)
사진 김현동기자 ( nansa@joongang.co.kr)





이른바 디지털 금융을 외치는 은행가에도 흉사가 겹치면 별별 얘기가 다 나온다. 풍수지리를 둘러싼 이야기가 많이 떠도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첨단과는 거리가 먼 일인데도 말이다. 예컨대 ‘제일은행 본점은 옛 의금부 자리라 터가 세다’든가 ‘옛 상업은행은 남산 3호 터널 영향으로 쇠락했다’는 식이다. 지난 12월1일 본점 리모델링 준공식을 가진 서울은행을 두고도 그런 풍문이 돌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6년여 전 금융 사고가 잇따르자 서울은행은 속앓이 끝에 지관을 찾았다.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지 답답한 심정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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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대문로 2가 서울은행 본점을 둘러본 지관은 답을 내놨다. 서울은행 본점 터는 ‘복이 없는 자리’라는 결론이었다.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있는 국민은행 본점 터가 복이 많다는 설명과 대조적이었다. 더군다나 그나마 있는 서울은행의 복이 국민은행 쪽으로 흘러간다는 악담(?)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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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손홍균 서울은행장은 국민은행 쪽으로 난 문을 막았다. 다만 그랬는데도 손행장은 96년 12월 국제밸브공업 등으로부터 사례비를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됐다(나중에 열린 한보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손행장이 한보그룹 대출을 계속 줄여 한보를 봐주는 실세의 미움을 사서 날아갔다는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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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행 본점의 풍수를 둘러싼 해묵은 이야기는 지난 4월 우연찮게 다시 나왔다. ‘통합 국민은행 본점을 어디에 둘까’ 논의하는 자리에서였다. 옛 국민은행 본점과 서울은행 본점이 나란히 있으니 붙여서 쓰면 좋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가 발단이었다. 그러면서 리모델링 이야기도 같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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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은행이) 일이 잘 풀리지 않으니 문을 새로 내는 식의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농담반 진담반이었다. 통합 국민은행 관계자는 “당시 서울 시내 웬만한 건물 얘기는 다 나왔었다”며 “서울은행 얘기도 그리 심각하게 논의한 것은 아니다”고 웃어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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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서울은행측은 리모델링 얘기 자체가 부담스런 눈치다. 소문으로만 떠돌고 있지만 ‘뭐 그런 미신을 믿느냐’는 핀잔 때문만은 아니다. 하필이면 감사원의 공적자금 감사 결과가 11월 말 나와 ‘역시 눈먼 돈’이란 비난이 거세진 시기와 리모델링 준공식이 거의 겹친 것. 가뜩이나 여론이 나쁜데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이 돈을 엉뚱한 데 쓴다는 ‘화살’이 날아올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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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행 관계자는 “리모델링 작업은 도이치은행의 경영자문에 따라 이뤄진 일이며 풍수와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영업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라는 얘기다. 기존 일자형 창구에서 개인과 기업 고객 창구를 구분해 편의성을 높이고 영업지원 부문을 분리해 견제와 균형도 이뤘다는 주장이다. 본점 리모델링은 모든 영업점의 구조를 바꾸는 첫 작업일 뿐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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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리모델링 시기가 좀 늦어져 엉뚱한 오해를 샀다고 덧붙였다. 도이치은행의 자문에 따라 지난해 5월 리모델링 계획을 짰지만 설계와 공사 모두 공개 입찰에 붙이는 과정에서 시간이 제법 걸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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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을 헤프게 썼다는 대목도 반박했다. 서울은행에 따르면 공사비는 20억원 정도. 1천평에 가까운 면적을 리모델링하는데 이 정도 돈이면 싸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74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보니 배관이나 전기배선 등이 낡아 보수가 필요했는데 리모델링도 이런 점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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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건 서울은행은 지난 12월1일 창립 42주년 기념식과 더불어 리모델링 준공식을 가졌다. 다만 ‘제2 도약이 목표’라는 리모델링 명분을 서울은행 ‘손’으로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차피 도이치은행의 경영자문도 서울은행 매각이 대전제였다. 누가 주인이 되느냐의 문제만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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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서울은행이 바라는 대로 금융전업그룹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금융당국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표정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11월30일 서울은행이 국내 기업과 외국 자본 컨소시엄에 지분을 팔겠다는 내용을 담아 제출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두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모습이다. 인수 후보들의 능력이 못미더운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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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위는 한 걸음 더 나가 서울은행을 파는 대신 공적자금이 투입된 조흥은행 등과 합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12월7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대주주인 정부가 용인한다면 서울은행과 합병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변수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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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호수 616 | 입력날짜 2001.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