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FIFA 은밀한세계 4]블래터 회장은 어떻게 당선되었나

도일 남건욱 2006. 7. 4. 18:15

블래터 회장은 어떻게 당선되었나


◆파울! FIFA의 은밀한 세계 (4)◆

 

98년 6월 8일. 국제축구연맹(FIFA) 새 회장을 선출하는 날이다. 주앙 아벨란제 회장의 후임으로 레타트 요한손 부회장과 제프 블래터 사무총장이 경쟁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였다.

그러나 이날 장 마리 키스 아이티 축구협회장은 새 회장 선거가 진행되는 프랑스 파리로 떠나지 못했다. 아이티 정부의 조직적인 방해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 축구협회 소유로 돼 있던 내셔널 스타디움(축구장)의 관리권을 놓고 체육부 장관과 다투는 중이었다.

 

아이티는 카리브해안의 작은 미개발국이지만 다른 어느 나라보다 축구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이 같은 국민들의 축구 열기로 인해 내셔널 스타디움의 수입은 경찰과 보안업체로 가는 엄청난 '돈줄'이 되었고 정부는 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정부는 공항에 군대를 배치해 키스 회장의 출국을 막았다.

 

화가 난 키스 회장은 '내가 FIFA 회장 선거에 참가하지 못하면 대리 투표가 불가능한 FIFA 규정에 따라 아이티의 자리는 비게 될 것이고, 이는 정부와 FIFA에 대한 무언의 항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날 비어 있어야 할 아이티 자리에는 버젓이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잭 워너 부회장이 네빌 퍼거슨이라는 트리니다드 사람을 앉혀 놓았던 것.

 

퍼거슨은 주최측이 키스 아이티 축구협회장을 호명하자 태연히 "참가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곤 아무런 제재 없이 투표까지 마쳤다. 블래터 사무총장은 결국 투표에서 유력했던 요한슨 부회장을 꺾고 새 회장으로 당선된다.

 

당시 주목되는 사실은 사우디 왕자 등이 투표장에 나타난 점이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블래터가 걸프 석유자본과 손잡고 선거운동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블래터는 "경기는 끝났다. 선수들은 벌써 옷을 갈아입으러 라커로 들어갔다. 대답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또한 블래터측으로부터 아프리카 사절들에게 시내 모 호텔에서 5만달러가 전달됐다는 진술이 있었지만 그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투표가 끝나고 4년이 흐른 2002년 4월 요한손과 키스는 선거부정 사실을 알고 크게 충격받았다.

트리니다드 출신인 잭 워너 FIFA 부회장은 이 밖에도 부정티켓 발행으로 소문난 사람이다.

1989년 11월 19일 트리니다드의 90년 월드컵 최종 예선전. 트리니다드로선 이 경기에서 미국을 이기면 이탈리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워너 부회장은 모종의 준비를 시작한다. 경기장 입장권 수천 장을 추가로 발행하고, 금지된 경기장 내 주류 판매를 허용했다.

 

이 경기에서 미국팀이 승리해 트리니다드는 좌절해야 했다. 조사 결과 2만8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 입장권은 4만5000장이나 발행됐다. 현지 언론들은 워너 부회장이 대형 사기를 벌였다고 비난했다.

 

[오화석 기자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