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일칼럼

[조선데스크] ‘제주’가 ‘홍콩’처럼 되려면

도일 남건욱 2006. 7. 7. 11:21
[조선데스크] ‘제주’가 ‘홍콩’처럼 되려면

▲ 이광회 산업부 차장대우
홍콩의 슬로건이 ‘아시아의 월드 시티’(Asia’s World City)다. 슬로건에서부터 ‘국제화·개방화 면에서 아시아 1등’이라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실제도 그렇다. 홍콩은 올해 스위스 IMD보고서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아시아 1위·세계 2위에 올랐다. 1인당 국민소득은 2만5000달러 선이고 외국기업의 지점과 지역본사·해외 금융기관들이 무려 3800여개나 진을 치고 있다.

이런 홍콩에 제주도가 당돌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1일 출범하면서 ‘한국의 홍콩’을 표방한 것이다. 하지만 목표에 걸맞은 준비자세가 뒷받침돼 있는지는 좀 의문이다.

제주도는 홍콩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제주도는 아시아의 금융·관광허브인 홍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기업인들을 ‘세무서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줘야 한다. 홍콩의 한국인 무역인 K사장의 최근 얘기다. “지난 5년간 홍콩 세무공무원의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어요. 회계사에게 서류만 주면 그걸로 끝입니다. 중대 탈세범이 아니라면 기업인 판단을 존중하는 관대함이 홍콩을 ‘기업천국’으로 만든 겁니다.”

둘째는 공무원 부패를 일소하는 일이다. 그래야 기업들이 펄펄 뛰어다닐 수 있다. 염정공서(廉政公署)는 1974년 설립된 홍콩의 부패전담수사기관으로 공무원들에게는 ‘저승사자’로 통한다. 60~70년대 삼합회(三合會)로 대표되는 ‘갱(조폭)과 검은 돈의 천국’ 홍콩을 ‘정부경쟁력 세계 1위, 부패 제로(0) 정부’로 탈바꿈시켰다. 홍콩인에게 염정공서는 프라이드고 자랑거리다.

제주도 공무원들은 기업을 위한 나침반이 돼야 한다. 모 시중은행의 전 홍콩지점장 S씨. “홍콩금감원(HKMA)이 시키는 대로 하면 위험관리가 절로 이뤄지고, 신용도가 올라가는 참 묘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한국 지점장들끼리 모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예요.”

넷째, ‘제주도는 기업인과 외국투자가들을 존경할 자세가 돼 있는가’ 자문해 볼 일이다. 창장(長江)그룹 리자청(李嘉誠) 회장은 아시아 최고재벌이다. 홍콩에서 100달러를 쓰면 20~30달러가 그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고 할 정도로 홍콩경제의 절대 지존이다. 400여개 기업에 종업원만 18만여명. 우리 같으면 ‘독과점 비난’이 끊이지 않을 터인데 홍콩은 거꾸로다. ‘존경 받는 기업인 1위’는 늘 그의 몫이니….

교육 인프라는 또 어떤가. 인구 690여만명의 홍콩에는 무려 40여개의 국제학교(초중고)가 포진돼 있다. 학교설립은 자유지만, 그 운영은 철저하게 학생·학부모 위주다. 2003년 학부모들이 W중고 교장을 해고한 사건은 유명한 일화다. ‘좋은 교사를 내쫓아 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못 시켰다’는 게 그 이유였다.

여섯째, 우수인재를 정부가 공급해 준다는 점에서도 홍콩은 기업들에게 매력 그 자체다. 홍콩 정부는 교육예산의 3분의 1을 직업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정부의 맞춤형 프로 직업인을 기업 대신 양성하겠다는 정책목표 때문이다.

“홍콩은 상하이하고 경쟁하지 않는다. 경쟁자는 미국의 경제수도 뉴욕, 유럽의 경제중심지 런던일 뿐이다.”(데이비드 리어 홍콩상공회의소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글로벌 경쟁자들과 싸우겠다는 홍콩의 자신감이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제주도는 철저히 배우고, 고민해야 한다.

이광회·산업부 차장대우·前 홍콩특파원 santafe@chosun.com
입력 : 2006.07.06 19:00 52' / 수정 : 2006.07.07 07:55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