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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가 독일월드컵에서 절감한 세계 정상권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그 중심으로 들어가야 한다. 시즌 내내 월드컵 수준의 경기에 뛰게 되면 기량은 늘 수밖에 없다. 몸값이 수천만달러인 특급스타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진다.
한국 선수가 빅리거가 되는 길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가 에이전트를 통해 직접 팀과 접촉하는 경우다. 박지성처럼 네덜란드, 벨기에,
러시아 같은 유럽 중위권리그를 발판 삼아 이적하는 방법도 있다. 마지막은 16~17세 때 빅리그의 유소년클럽에 입단한 뒤 출중한 실력을 보여
직행하는 경우다.
에이전트사 J.I.W.인터내셔널의 홍이삭 대표는 “한국 선수들에겐 3가지 모두 쉽지 않은 길”이라고 말했다. 에이전트를 통해 개별 구단에
먼저 접촉할 경우 최소한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표로 뛴 경력이 있어야 겨우 관심을 보일 정도다. 프리미어리그는 ‘최근 2년간 소속 국가 A매치의
75% 이상 뛴 선수’로 입단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외국선수를 1명만 보유할 수 있게 한 이탈리아, 3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스페인은 더
어렵다. 홍 대표는 지난 2월 이호진을 스페인 1부리그 라싱 산탄데르에 입단시켰다. 이호진의 빅리그 진출을 추진한 지 1년 만이다. 홍 대표는
“기량이 훨씬 뛰어난 남미·아프리카 선수가 즐비한 상황에서, 국제무대에서 검증되지도 않았고 의사소통 문제가 있는 한국 선수를 받아줄 팀이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중위권리그를 거쳐 가는 길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빅리그 진입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싼 몸값을 받고도 뛰겠다는 남미, 아프리카
선수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드보카트 감독과 함께 러시아로 간 이호, 김동진의 진로가 주목된다.
유소년클럽을 거치는 길은 더 어렵다.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의 경우 엄격한 입단 테스트를 실시하고 학업 성적 증명서까지
요구하기 때문에 한국 유망주의 접근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002년부터 ‘우수선수 해외 유학 프로그램’에 따라 11명을 프랑스
1부리그 FC메스의 유소년팀에 유학시켰다. 하지만 FC메스 1군과 2010년까지 계약한 강진욱(20), 2008년까지 2군과 계약한
어경준(19)을 빼곤 모두 복귀해 국내 고교, 대학, 프로에서 뛰고 있다. 1인당 4000만원씩 들였으나 빅리그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물론 1년간 얻은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울산 학성고의 조영철(17)은 지난 6월 귀국하자마자 문화관광부장관기 고교대회에 출전해 6골을
터뜨려 고교 때의 박주영(FC서울)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조영철이 박주영을 능가하는 스타가 된다고 해도, 한국을 벗어나지 못하면
‘우물 안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10년 월드컵의 주역이 될 수 있는 빅리거를 키우기 위해서는 대한축구협회의 ‘올인 정신’이 필요하다고 축구인들은 입을 모은다.
프로구단, 고교·대학 지도자와 머리를 맞대고 빅리거를 키울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한다. 눈앞의 성적이나 금전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박주영,
김두현, 백지훈, 조원희 등에게도 빅리그 진출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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