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한국축구 2010 프로젝트] (1) 킬러를 원하는가? 그럼 투자하라

도일 남건욱 2006. 7. 11. 12:44

한국축구 '2010 프로젝트' 킬러를 원하는가? 그럼 투자하라



[조선일보]

“한국 축구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이 뛰죠. 프레싱(압박)도 수준급이고. 그런데 수비 한 명을 제대로 제치지 못하는 것은 12년 전인 1994년이나 마찬가지던데요.”

2006 독일월드컵 결승이 열린 10일(한국시각)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만난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의 하디 하셀브루흐 국제부장. 그는 한국 축구가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 누릴 수 있는 효과는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개인 능력이 없으면 축구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아요. 뛰어난 지도자를 영입해 외국 팀을 상대하는 요령과 전술은 배울 수 있지만요.”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뛰어난 체력과 승부에 대한 집중력을 보였지만, 개인 기량에서는 32개국 가운데 바닥 수준이었다.

어떤 공이든 순식간에 자신의 공으로 만드는 유럽·남미 선수들의 볼 컨트롤 능력과 비교하면, 한국 선수들은 두세 차례는 공을 만져야 할 만큼 서투르고 부정확했다. 이 차이가 결국 8강 이상의 선진 축구와 그렇지 못한 나머지 팀을 구별하는 근본 요인이었다.

영국 ‘더 타임스’의 올리버 케이 기자는 “한국 축구의 스타인 박지성이 지금은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처음 프리미어리그에 왔을 때만 해도 볼을 지키는 능력이 떨어졌다”며 “상대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개인 기술을 갖춰야 빅 리그와 월드컵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아스날의 아센 벵거 감독은 ‘박지성 급’ 선수가 한국에 더 많아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지성이 아주 좋은 선수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유럽 팀들엔 박지성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 한국과 유럽의 차이”라고 말했다. 벵거 감독은 “프랑스는 앙리가 못 뛰면 윌토르가 뛰고, 지단이 컨디션이 안 좋으면 리베리가 대신 나설 수 있다”면서 “아쉽게도 한국에선 박지성을 대체할 만한 선수를 떠올리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최소한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주전 선수가 절반 이상은 돼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축구전문지 ‘프랑스 풋볼’의 자비에르 리보아르 기자는 “프랑스 선수들은 한국에 적어도 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며 “그 이유는 프랑스를 상대로 골을 넣을 수 있는 세기를 갖춘 선수를 찾아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홀거 오시에크 2006 독일월드컵 테크니컬 스터디 그룹(TSG) 팀장은 “한국이 선진 축구로 도약하기 위해선 유망주 육성 시스템과 자국 리그의 활성화, 선진 지도자의 장기적인 지도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개인 기량이 형성되는 8~18세에 부담 없이 축구를 즐기면서 기본기를 갖출 수 있는 유럽과 남미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성은 “유럽에 있는 기간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이 이곳의 선진적인 유소년 시스템이었다”며 “유소년 때부터 선진 문화를 교환 학습하고 기술을 습득해 세계 무대와 비슷한 눈높이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드컵 때마다 ‘응급 조치’로 버텨온 한국 축구가 선진 축구로 가기 위해선 시스템도 기본기부터 다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베를린(독일)=민학수기자 haksoo@chosun.com )

(최보윤 특파원 [블로그 바로가기 spic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