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제2의 박지성’ 10명은 키워야

도일 남건욱 2006. 7. 11. 12:43

‘제2의 박지성’ 10명은 키워야

[조선일보 김동석기자]

2002년은 꿈이었고, 2006년은 현실이었다. 이탈리아의 우승으로 10일 막을 내린 독일월드컵을 통해 한국은 세계와의 격차에 새롭게 눈 뜰 수 있었다. 16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의 문제는 어디에 있었을까. 한국 축구가 안고 있는 숙제에 대한 해답의 대부분은 유럽 6개팀과 남미 2개팀으로 이뤄진 이번 월드컵의 8강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과의 비교를 통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향한 원대한 프로젝트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월드컵 8강 진출팀의 선수 대부분은 유럽의 5대 프로축구 리그(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를 누빈다. 한국대표팀 23명 중 월드컵대표팀 소집일을 기준으로 유럽 5대 리그에 속한 선수는 박지성 이영표(이상 잉글랜드) 안정환(독일) 3명뿐.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은 대표선수 23명 전원이 5대리그 소속이다. 잉글랜드(22명) 브라질(20명) 아르헨티나(17명) 포르투갈(14명)도 주전 대부분이 빅리그에서 뛴다.

세계축구의 ‘주류’에서 벗어난 한국은 상대 선수에 대한 정보, 팀 전술에 대한 이해가 모자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박지성과 이영표를 비롯한 해외파들이 월드컵 기간 동안 상대에 대한 정보를 국내의 동료들에게 알려주곤 했다. 8강팀 중 유일하게 한국보다 빅리거가 적은 팀은 우크라이나(2명)뿐. 그러나 우크라이나에는 세계 최정상급 스트라이커 안드리 셰브첸코가 있었다.

셰브첸코 1명의 몸값이 520억여원으로 박지성(74억)의 7배가 넘는다. 한국대표팀 몸값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한국은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이런 수퍼스타 한 명을 지금까지 배출하지 못했다. 영국 BBC는 최근 월드컵 특집판에서 전세계 4000여 프로축구 선수의 경기출전 시간과 골수, 수비능력 등을 데이터로 분석해 랭킹을 매겼다. 한국의 이영표가 44위였고, ‘대표팀의 심장’ 박지성이 147위였다.



우리에겐 박지성만한 선수도 없다. 안종복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단장은 “박지성 이영표 같은 선수가 10명은 돼야 16강, 8강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적인 선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나라 축구 경쟁력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 축구의 기본인 패스 성공률부터 8강 국가들에 뒤진다. 명지대 스포츠기록분석연구센터가 월드컵 64경기 전경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패스 성공률은 67.3%로 브라질(77.2%) 프랑스(76.3%) 아르헨티나(76.3%) 등 8강 국가에 10% 가까이 뒤졌다. 이는 실제경기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한국이 보다 강해지기 위해선 해외로 나가야 한다. 적극적으로 빅리그로 진출해 세계축구의 주류에서 호흡해야 한다. 오직 승리에 모든 것을 ‘올인’하는 학원축구의 틀을 깨고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즐기며 개인기를 익힐 수 있는 클럽 시스템도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 개성과 창의성 넘치는 진짜 축구 천재가 탄생할 수 있다. 홍명보 코치가 “이제 체력과 조직력만으로는 안된다. 개인 기량이 발전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번에 한국 축구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의 변화도 필요하다. 강준호 서울대스포츠산업연구센터 소장은 “한국의 프로축구는 모기업 지원이라는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는 환자와 같다”며 “재정적으로 자립하고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장기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했다. 모기업 지원에 안주하며 버틸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잉글랜드의 첼시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구단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해 관중들에게 최고 수준의 축구를 보여줄 수 있는 선도 구단이 생겨야 전체 리그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김동석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ds-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