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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공부하는 미국 경제의 비밀④] 사상 최강 ‘주먹’이 무섭다

도일 남건욱 2007. 1. 1. 22:45
[부자들이 공부하는 미국 경제의 비밀④] 사상 최강 ‘주먹’이 무섭다
왜 세계는‘팍스 아메리카나’에 순응하나…힘의 공백 오면 엄청난 혼란

▶미국은 국방비를 줄이면서 효율적인 헤게모니 강화를 위해 미사일 요격(MD) 시스템 완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29일 일본 도쿄 남쪽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정박한 미 해군 실로(CG67)호. 일본 영역에 배치된 최초의 미사일 요격 군함이다.


누구에게나 학교 다니던 시절이 있을 것이다. 그 시절 어느 반에나 소위 ‘짱’이라고 불리는 주먹 좀 쓰는 친구가 있게 마련이었다. 묘한 것은 그런 짱이 있으면 그 반은 조용했다는 점이다. 짱의 묵인 아래 나름대로 질서가 잡히기 때문이다.

다소 비겁하긴 하지만 짱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다면 고만고만한 친구 간의 다툼도 적어진다. 이른바 비공식적인 서열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질서 유지 기능 덕분에 당연히(?) 선생님이나 반장도 짱의 권위를 어느 정도 인정한다. 물론 짱은 일정한 상납을 원하기도 한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만 이런 현상이 있을까. 아닐 것이다. 이런 현상은 어느 사회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되는 국가 간 관계에서는 더욱 심하다. 역사상 특정 강대국이 세계를 제패했을 경우 전쟁도 함께 감소했다. 로마나 중국이 강력했던 시기에 세계는 상대적으로 평온했다.

최강대국은 어떻게 이런 ‘평온함’을 창출할까. 대개 필요한 조건은 경제력, 군사력, 문화적 지배력, 국민통합 등이 세계 최고 수준이면서 유기적으로 잘 결합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군사력은 미국 이외 모든 국가와 동시에 맞붙어도 이길 수 있다. 경제규모가 과거보다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 1위다.

미국의 문화적 힘은 소위 ‘소프트 파워(Soft-Power)’라는 용어로 인류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민주주의를 전파하면서 도덕적으로도 우위에 서 있다. 또한 국익을 위해서라면 다인종 국가라는 한계를 넘어 미국식 민족주의로 똘똘 뭉친다.

옛 소련과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고 세계적 차원의 패권을 유지하게 하는 근본 요인이 된 미국의 힘이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세계의 ‘짱’이 된 미국에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자발적으로 순종한다. 이른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다.

패권에 대한 저항은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국가는 미국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 오히려 미국이 누리고 있는 독점적 세계 지배에 자발적으로 순응하고 있다. 왜 그럴까? 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미국에 대항하지 못할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1. 질서 붕괴가 두렵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본격적으로 세계의 경찰국가 역할을 수행해왔다. 전 세계 760개 중요 지역에 미군기지를 운영하면서 여러 형태의 분쟁에 개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힘이 약화된다는 것은 세계적 차원에서 경찰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없다면 테러리스트들에게 핵무기가 넘어갈 수 있고, 마약과 폭력이 일상화될 수 있다. 약육강식의 정글 상황은 필연이다. ‘짱’이 없는 교실이 혼란에 빠지듯 세계는 질서를 상실할 것이다.

미국 대외 정책의 실질적 기안자인 브레진스키는 “미국의 패권이 갑작스럽게 종언을 고할 경우 엄청난 국제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언론인이며 평론가인 로버트 카플란도 미국의 패권이 상실될 경우 ‘무정부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역사상 처음으로 한 나라가 세상을 모두 바꿀 만한 힘을 지니고 있는 국가다. 당연히 미국을 대체할 국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미국이 약화된다면 세계는 깊고 불안정한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각국이 자발적으로 미국에 순종하는 이유다.

2. ‘주먹’이 무섭다

러시아나 중국은 특정 부분에서 우위를 보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국력에서는 비교 대상이 못 된다. 현재 경제규모, 인구, 과학기술력 등에서 미국에 견줄 만한 정치세력은 오직 유럽밖에 없다. 그러나 유럽은 실업, 경기 침체, 높은 사회보장 비용 때문에 군사비 지출에서 미국을 따라갈 수 없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안보의 상당부분을 미국에 의존해 왔다. 냉전 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다. 유럽은 세계를 책임질 정도로 강하지 못하다. 20여 개 국가로 분열되어 있고, 세계 경찰을 원하지도 않는다. 결국 대항마가 없는 상태에서 미국은 거의 모든 국제분쟁에 개입한다. 그래서 미국은 상시 전쟁 중이다.

전력 측면을 살펴보자. 미국은 재래식 전력뿐 아니라 핵무기에 있어서도 독점적 위치에 있다. 그동안 미국의 핵 전력은 옛 소련과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라는 체제로 유지되었다. 공포의 균형이란 서로 핵무기를 보유해 전쟁을 막는 것이다. 상호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선제 핵 공격을 할 수 없다. 치명적인 독을 가진 독사가 서로 물지 못하는 것과 같다.

미국과 옛 소련은 요격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는 ABM 조약(Anti-Ballistic Missile Treaty)을 1972년 체결, 공포의 균형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01년 부시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ABM 조약에서 탈퇴한 후 혁신적 요격 시스템인 MD(Missile Defense)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MD 시스템은 이론적으로 핵무기 탑재를 포함한 모든 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다. 2001년부터 MD 개발 계획에 박차를 가하면서 2004년까지 약 300억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적국의 핵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미국과 동맹국은 MD의 보호막 속에서 안주할 수 있다. 반면 MD 체제를 갖추지 못한 나라의 핵무기는 미국에 위협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되면 공포의 균형에 의해 유지되던 세계 질서는 미국의 의도대로 흐를 수 있다.

이 체제가 완성될 경우 세계 어느 나라도 미국을 공격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은 모든 나라를 공격할 수 있다.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중국·인도는 MD 앞에서 초라해진다.

3. 유일한 소비 시장이라서…

앞서 언급했던 대로 미국에서는 소비가 미덕이다. 소비가 습관이 되어 저축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외에서 자금을 차입, 더 많이 소비한다.


이런 구조는 대미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나라들에는 호재다. 미국의 초과 소비가 자신들의 경제 발전을 촉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수익을 얻고 있는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한국·대만 등 동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는 미국이 초과 소비를 해야 살 수 있다.

중동의 원유 수출 국가들도 미국의 석유 소비가 줄어들면 경기침체뿐 아니라 정치적인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미국에 가장 적대적인 베네수엘라의 차베스가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근거는 미국에 대한 원유 수출로 경제 형편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이 패권을 완전히 잃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한국의 경우 대미 수출이 급속히 줄어들고, 달러라는 기축 통화의 부재로 대외 교역이 위축될 것이다. 특히 미국 국채 가치가 하락하면서 약 200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 가치는 크게 하락할 것이다. 과연 한국이 이런 상황을 자력으로 버틸 수 있을까?

중국은 한국보다 더 심각하다. ‘작은 거인’ 덩샤오핑(鄧小平)은 사망 직전 “미국과는 50년간 맞서지 마라”고 유언했다. 미국이 흔들리면 중국이 부상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도 동시에 어려워진다.

미국이 약화되면 경기침체는 불가피하다. 수출 감소로 현재 약 2억 명으로 추산되는 실업자가 추가로 늘어나는 상황을 중국 지도부가 감내해 낼 수 있을까?

미래학자인 레스터 서로에 따르면 미국의 생산성을 기준으로 소비가 4500억 달러(2002년 경상수지 적자 금액)가 줄어들 경우 미국에서는 50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 하지만 대미 수출을 하는 세계 각국은 2000만~2500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한다.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중국은 물론 북한·미얀마·쿠바·이란·베네수엘라 등 반미적 국가들도 이런 상황은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다. 이 시리즈 1회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세계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세 가지 이유로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심지어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조차 미국에 대항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나서서 미국의 붕괴를 막아주고 있다. 겉으로는 미국과 갈등하지만 뒤에서는 타협한다. 반대로 미국은 독점적 헤게모니를 시스템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쟁에 개입한다.

그러나 최근 3~4년 사이 미국의 힘과 세계 질서의 관리 능력은 급속한 약화를 보이고 있다. 압도적인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쟁은 지지부진하고 이란·북한·베네수엘라 등 반미 국가에 대한 응징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지식경제, 신경제란 수식어로 경제구조를 포장하고 있지만 막대한 부채로 세계적 차원의 경찰력을 운영할 경비가 부족해지고 있다. 미국의 자랑이었던 패스트푸드는 세계 곳곳에서 배척당하고 있고, 이런 미국에 대해 노엄 촘스키 같은 미국 지성들은 서슴없이 미국을 공격하고 있다. 최근 2~3년간 미국에 대한 사회과학 서적의 대부분은 미국에 대해 저주를 퍼붓고 있다.

일본의 갑작스런 영토분쟁 배경

프랑스의 역사학자인 에마뉘엘 토드는 『제국의 몰락』이란 책에서 미국은 통치력이 약화되자 세 가지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자신들의 정치-군사적인 존재를 정당화해줄 일정한 수준의 무질서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군사활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떤 문제를 결정적으로 풀어버리는 일을 피하고 ▶이라크·쿠바·북한 등 소국들과 상대하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무기 경쟁에서 미국이 훨씬 앞서 나가는 것을 대외정책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약화는 각국의 ‘저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럽이나 중국·러시아는 1990년대와는 달리 제 목소리를 조금씩 내기 시작했다. 미국에 순종적(?)이던 일본마저 가끔은 미국에 ‘NO’라고 얘기한다.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올해 유엔 총회 석상에서 부시 대통령을 ‘악마’로 불렀을 때 많은 대표단이 그의 과격한 언사에 박수를 보냈다.

▶미국의 ‘왼팔’ 동맹국이 된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자위대 전력 증강과 함께 한국·중국·러시아와 영토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해상자위대 이지스함 초우카이호.

뉴욕 타임스는 지난 9월 말 열린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표출된 반미 정서가 과거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비동맹운동을 대체할 새로운 반미동맹의 탄생을 알리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제한적이지만 ‘마이 웨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미국이 약해졌을까? 가장 큰 원인은 군사력을 지키기 위한 경제력의 취약이다. 미국의 누적 재정적자는 무려 4조 달러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7년에만 사상 최고치인 4480억 달러를 군사비로 썼다. 여기에 이라크 전비로 700억 달러를 추가했다(시리즈 2회, 3회 참조). 세계 관리 비용은 늘어나기만 하고 있고, 돈은 부족하다. 더구나 중국은 올 3월 패트리엇형 요격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은 수많은 연설에서 동맹국을 강조하고 있다. 부시처럼 동맹국을 강조한 대통령은 과거에 없었다. 미국이 동맹을 강조하는 것은 미국의 힘이 약해졌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미국은 과거의 형식적인 동맹이 아니라 미국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주는 동반자적 동맹관계를 필요로 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은 영국·일본과의 3각 동맹이다. 영국은 쇠약해진 경제력을 감안할 때 높은 국제정치적 위상을 유지하려면 미국을 추종하는 것이 유리하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유로화와 유럽 대륙을 견제하기 위해서 유럽통화동맹(EMU)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영국이 필요하다.

일본도 점증하는 중국의 위협,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경제력, 높은 기술력을 감안할 때 특별 대접이 필요하다. 이렇게 미국은 오른쪽에 영국, 왼쪽에는 일본을 거느린 3각 동맹을 구축해 약화된 헤게모니를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 미국은 일본과 영국의 전적인 충성을 받는 대신 일정 부분 권한을 부여하고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한다. 최근 일본은 미국의 의지와는 별개로 주변국과 영토분쟁을 유발하고 있다. 미국은 혹시라도 일본이 중국과 결탁(?)할지 모른다는 배신의 위험 때문에 일본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이와 함께 적은 비용으로 각종 분쟁을 처리할 수 있도록 군사전략을 변화시키고 있다. 다행히 미국이 헤게모니를 잡는 시점에 세계화와 기술혁신이라는 역사적인 변화가 나타나 저비용 고효율 군사전략 체계 구축이 가능해졌다. 전면전이 줄어들고 국지전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현재 두 가지 군사전략에 매진하고 있다.

첫째 전략은 테러 세력이나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에 대량살상무기가 넘어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다. 대량살상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의 완벽한 관리다. 독점적 패권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동맹국이 아닌 세력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거대한 체스판의 전략 변화

이런 미국의 전략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 북한이다. 핵무기의 확산은 미국 헤게모니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북한이 지난 10월의 핵실험으로 핵 보유 국가가 되고, 이란 등이 뒤따라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미국의 세계전략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북한의 핵개발은 단순히 한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입장에서는 세계 전체의 전략적 균형이 붕괴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북한의 핵실험은 동북아시아의 문제인 동시에 세계적 차원의 문제다.

▶미국이 동서 냉전에서 승리한 후 줄어들었던 국방비는 9·11 테러를 기점으로 다시 늘고 있다.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흔들리는 헤게모니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방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방예산을 추가로 늘리기 어렵다. 당연히 해외 주둔 미군 축소와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둘째는 GPR(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 Global Defence Posture Review) 계획이다. 대부분의 분쟁에서 대량살상무기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마치 두더지 게임처럼 국가 간, 집단 간 재래식 전쟁 형태의 분쟁이 늘고 있다. 과거 냉전 시대에는 전면전을 가정해 미군을 배치했다.

한국·일본·서독 등 여러 지역에 대규모의 병력을 집중 배치해서 공산 진영의 전면적 공격을 방어하는 작전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한국에 주둔한 미군에는 모든 병과가 통합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전면전의 위험이 크게 감소하면서 미군은 원거리 투사 능력을 갖춘 신속기동군 형태로 변하고 있다. GPR은 미군을 전 세계 주요 거점 지역 단위로 압축 배치해 유동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아시아의 경우 과거의 주한 미군은 한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주둔했지만, 향후에는 한국의 안보뿐 아니라 지역 전체의 안보를 책임지는 역할로 작전개념을 확대시켰다.

과거에는 주일 미군과 주한 미군이 별개로 운용됐지만, 조만간 양국에 주둔 중인 미군을 통합 운용할 계획이다. 미군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순차적으로 GPR 계획을 완성할 계획이다. 미국이 2009년에 한국에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전하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GPR 계획으로 주한 미군 중 일부가 이라크 전쟁에 참여하면서 병력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미군은 한국의 유사시를 대비해 미군이 휴전선 근방에 주둔하는 것이 아니라 오산기지로 집중시켜 미군을 공군력 중심으로 운용할 전망이다.

그리고 유사시에는 미국 본토와 주일 미군을 신속히 투입할 계획이다. 평택 대추리의 갈등과 동두천시의 경기 침체는 미군의 세계 전략의 변화에서 초래되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미래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매우 모호한 상태에 놓여 있다. 미군 감축과 주한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른 미군의 한강 이남 주둔, 전시작전통제권 문제, 주일 미군과의 통합 운용 등은 미국이 세계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미국의 세계 전략 변화는 전면전의 위험이 줄어들고, 국지적 분쟁을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한국에는 이런 가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강력한 재래식 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한 강한 전략적 타격 능력을 갖춘 북한의 존재는 미국이 추구하는 헤게모니 전략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한국만이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예외로 적용받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이에 따라 한국은 북한에 대한 자체 억지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특수성과 미국이 전개하는 세계 전략과의 조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864호] 2006.11.20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