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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엔화대출, 리스크 관리 나서야

도일 남건욱 2007. 1. 1. 22:54
‘저금리’ 엔화대출, 리스크 관리 나서야
싼 금리로 부동산담보 등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의 눈길을 끌어왔던 엔화에 제동이 걸렸다.

초저금리 자금인 일본 엔화자금에 대한 시중은행 대출영업에 대해 정부가 ‘실수요’ 차원으로 제한을 가했기 때문이다. 엔화약세, 초저금리의 메리트로 엔화이 확대되자 환율변동 위험에 대한 관리 없이 사금융권까지 가세하며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8월 말 현재 6개 시중은행의 엔화 규모는 1조2,215억엔(약 9조원)에 달한다. 엔화 창구는 은행뿐만 아니었다. 일반 사금융권 역시 인터넷 사이트, 주택가 전단지를 동원해 부동산담보대출, 의사·약사 개원자금 등을 주선하기도 했다.

자금수요자에게 엔화은 저금리라는 충분한 메리트가 있지만 문제는 환율변동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환율이 급격히 변동(원·엔환율의 상승)할 때 대출상환시 원금상환의 부담이 가중돼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100엔에 850원할 때 1억엔을 1년간 이율 3%로 대출받아 사용했다면 1년 후 1억300만엔을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1년 후 원·엔환율이 900원이 된다면 빌린 돈은 8억5,000만원인데 7,700만원이 더 많은 9억2,700만원을 갚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원화대출을 연 9.08%에 사용하는 것과 같게 된다.

그동안 엔화의 하락세로 엔화이 환차익까지 안겨주며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향후 환율은 어떨까? 실제로 지난 2004년 1월 고점(1,122원) 이후 3년간 꾸준한 하락세를 보여온 원·엔환율이 800원대를 바닥으로 재차 상승할 것으로 국내외 외환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해외투자은행 환율전망을 종합해 원·엔환율을 산출하면 향후 1년 내 100엔당 900원대까지 꾸준히 상승할 전망이다.

엔화에서 고려되는 원·엔환율은 엔화환율에 연동하는 원화환율의 정도에 따라 정해지는 구조다.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되며 엔화강세(달러·엔환율 하락)가 예상되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불안한 경기에 경상·자본수지까지 악화되고 있어 원·달러환율은 쉽사리 하락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는 엔화을 이용하는 일반 자영업자, 중소기업 입장에서 ‘조기경보’를 가동할 시점이 됐다. 900원대 이상에서 엔화을 차입했다면 현재까지 상당한 환차익에 저금리 혜택까지 누렸겠지만 조기경보를 가동할 환율을 미리 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 엔화와 원화대출 금리가 3%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을 감안할 때 900원선에서 엔화차입을 받았다면 25원 낮은 875원선이 마지노선이 된다. 특히 원·엔환율이 850원대 이하로 상당폭 하락해 있던 올 들어 엔화를 차입한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원화대출로의 전환이다. 대출시점에 기표됐던 환율을 점검하고 환차손이 발생하는 환율수준을 미리 파악해 안정적 시점에 원화대출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통화전환 옵션부 약정이 돼 있는 대출이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전환을 검토해 봐야 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원화대출을 신규 취급하는 형태가 돼 엔화 조기상환에 따른 수수료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정확히 알아보고 전환해야 한다.

둘째, 거래은행을 통한 선물환 매입(미래 환율 매입계약)이 있다. 기간이 길수록 선물환율이 불리하게 적용되지만 만기일이 6개월 남은 엔화의 경우라면 선물환율이 825원 수준(현재 환율 810원 기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엔화 이용자들은 원화대출로 전환하거나 선물환 매입 등 비용을 최소화시키는 관점에서 거래은행에 적극 문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선 은행들도 금감원의 지시사항이 내려진 만큼 엔화 고객들에 대한 환위험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울러 만기가 한 달 정도 남았다면 국내 상장돼 있는 엔선물시장에서 안정적인 환율로 매입계약을 체결해 놓고 선물 만기일에 엔화를 인수, 거래은행에 상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엔선물은 유동성이 부족한 게 단점이지만 최대 1%에 달하는 은행 환전수수료에 비하면 선물매입이 유리할 수도 있다. 500만엔을 취급하는 1계약당 150만원 정도의 증거금(원화대금은 만기일 정산)으로 개인도 쉽게 선물사를 이용할 수 있다. q

박상훈·TNV어드바이저 컨설턴트

입력일시 : 2006년 10월 10일 14시 18분 18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