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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속 약관 다시 확인하라

도일 남건욱 2008. 3. 15. 13:34
서랍 속 약관 다시 확인하라
보험의 비밀
가입한 상품 무엇인지부터 확인 … 변액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해야 혜택

▶한 여성이 보험약관을 살펴보고 있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이번에 OO카드 고객님을 대상으로 OO생명에서 너무 좋은 상품을 출시해서 고객님에게 좋은 기회가 되실 것 같아 전화 드렸습니다.”

이런 전화에 대부분은 바쁘다며 거절한다. 그러나 월평균 100건 이상의 계약을 하고 연봉 1억원을 훌쩍 넘는 텔레마케터들이 있다고 하니 전화로 가입을 많이 하는 모양이다. 주로 아름다운 목소리와 고객에 대한 친절로 무장한 이들의 영업력은 대단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만큼 고민 없이 가입해 놓고 나중에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도 많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은행창구에서 쉽게 가입하는 보험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설계사의 설명을 듣고 가입하는 경우에도 종종 발생한다.

나의 소득상황이나 지출능력, 그리고 재무목표 등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이 모두 무시된 상태에서 보험만 덜컥 들었기 때문이다. 보험은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쉬운 금융상품이 아니다. 이 점은 반드시 짚어보자.

생명보험·손해보험 구분은 기본

생명보험은 정액보상을, 손해보험은 정액+실손보상 상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생명보험은 질병(사고)이 발생했을 때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며(정액보상), 손해보험은 실제 치료 받으며 지출한 금액을 지급한다(실손보상).

일반적으로 암, 뇌졸중 등 치료비가 많이 드는 중대한 질병에 대해서는 생명보험 상품이 유리하며, 작은 질병에 대한 잦은 치료비(통원비 포함)는 손해보험 상품이 유리하다.

이런 특성들을 비춰보면 사망보험금이나 암, 성인병 등의 보장을 위해서는 생명보험을 활용하는 것이 좋고, 잔병치레가 많은 경우에는 손해보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생명보험이냐, 손해보험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적절한 조합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변액보험의 사망보험금+생명보험 혹은 손해보험의 암, 성인병 진단금+손해보험 실손의료비 보장 보험의 조합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여러 보험에 가입했는데 중복 보장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할까? 생명보험의 경우, 가입한 상품이 여러 개여도 각각 보험금을 중복해 지급한다. 예를 들어 암에 대한 가족력이 있어 암 보험을 3개 가입한 경우, 암 진단시 3개 회사에서 각각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손해보험의 경우 여러 개 상품에 가입했다 치더라도 실손 보상비에 대해서는 중복 보상하지 않고 비례 보상한다. 비례 보상이란 2개의 손해보험사에 3000만원 한도의 질병입원의료비를 각각 가입했고, 질병입원의료비가 600만원이 나왔다면, 두 개의 보험사에서 각각 600만원이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 300만원씩 지급되는 것을 말한다.

TIP 이것만은 꼭!

■ 중복 여부는 자신이 직접 확인하자
■ 변액보험은 10년 이상을 목표로 가입하자
■ 무 심사 보험에 무조건 현혹되지 마라
이 때문에 손해보험의 경우 실손형 보험에 중복 가입할 필요가 전혀 없다. 보험사에서는 중복 여부를 스스로 알려주지 않으므로 이런 상품에 가입하기 전에 중복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TV뉴스에서도 변액보험에 관한 보도가 언급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가입할 때 설계사의 설명은 2년만 넣으면 된다고 했는데 해약하려니 원금에도 못 미친다” “사업비를 이렇게 많이 뗄 수 있느냐”. 증시 상황이 좋을 때는 아무 말 없다 증시가 하락할 때면 1년에 한두 번 이런 내용이 방송되곤 한다.

변액보험의 진실은 무엇일까. 펀드와 달리 변액보험은 납입한 보험료 전체가 투자되는 것이 아니다. 보험사들은 납입보험료 중 사업비 등을 뺀 금액만 펀드에 투자한다. 가입 초기에 실투자액은 변액연금보험이 보험료의 90~95%, 변액유니버셜보험의 경우 85~90% 정도다.

보험가입 후 초기에는 이처럼 사업비를 많이 떼기 때문에 수익이 많이 나더라도 2, 3년 안에 해약하면 원금도 못 돌려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많은 보험설계사가 변액보험을 판매할 때 2년만 유지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설계사의 수당체계에는 맞지만 가입자에게는 틀린 말이다.

변액보험 2년만 유지하면 된다고?

변액보험은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투자 개념으로 가입해야 한다. 같은 간접투자상품인 펀드와 비교할 때 변액보험이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보험기간이 10년 이상일 때다. 2, 3년 안에 소요될 자금을 위해 변액보험을 권하는 설계사가 있다면 설계사의 자질을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나이가 많거나 질병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있는데 무 심사 보험이다. 보험가입이 어려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보험이 무 심사 보험이라는 이름으로 광고되고, 많은 사람이 가입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무 심사 보험을 좋아할 일은 아니다. 보험료는 보험금 지급 확률이 적을수록 싸고, 보험금 지급 확률이 높을수록 비쌀 수밖에 없다. 병에 걸려 있거나 나이가 많아 보험금 지급 가능성이 큰 사람이 언제나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라면 그런 사람이 가입할 수 없는 보험보다 비싸거나, 보장내용이 형편없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무 심사 통과보험은 주로 장례비용 보장 위주의 보험이고 보험료는 같은 보장기준으로 따질 때 비싼 편이다. 따라서 건강하다면 오히려 심사하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실버보험과 무 심사 보험의 함정

CI보험은 Critical Illness, 즉 중대한(치명적) 질병에 걸렸거나 중대한 수술시 약정보험금의 일부를 지급함으로써 피보험자나 그 가족의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한 보험이다.

보험 개발 배경이나 취지로 봐서는 훌륭하며 많은 혜택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중대한’이란 말의 개념이 모호해 의사 중에서도 관련분야가 아닌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내용이다. 다소 의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전문적인 보험이므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가입하면 추후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좀 어려운 이야기지만 예를 들어 약관에 명시된 ‘중대한 뇌졸중’이라 함은 ‘거미막밑 출혈, 뇌대출혈, 기타 비외상성 머리내출혈, 뇌경색이 발생하여 뇌혈액 순환의 급격한 차단이 생겨서 그 결과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이 나타나는 질병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뇌출혈의 경우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전신 혹은 반신 불수)이 안 나타나는 경우도 많고, 뇌출혈 중 가장 흔한 ‘외상에 의한 뇌출혈’은 보장에서 제외되는 등 CI보험은 보험금 지급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고, 가입할 때 이런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보험을 흔히 우산에 많이 비유한다. 날씨가 맑을 때 우산을 준비해야 하고, 그 우산 살이 휘어지거나 구멍이 뚫린 우산이 되어서도 안 된다. 나와 내 가족을 모두 보호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우산이 너무 무거워(보험료가 너무 비싸) 계속 들고 가기에 버거워서도 안 된다.

친척이나 친구 때문에 가입하거나 또는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고 가입한 후 후회하지 말고 꼼꼼하게 따져보고 가입하자. 이미 가입했던 보험이 있다면 책상 서랍 어딘가에 두었던 보험증권을 한번 꺼내 이 기회에 확인해보자.

사망보험금은 얼마인지, 암 진단금은 얼마인지, 실손보상 되는 보험은 있는지 말이다. 혼자 못하겠으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