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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과 ‘쟁이 정신’은 아름답다

도일 남건욱 2008. 5. 19. 08:37
‘경쟁’과 ‘쟁이 정신’은 아름답다
미국과 일본이 강자가 된 이유
미국은 돈 번 사람 존경하는 문화 … ‘모노쓰쿠리’는 일본 기업가 정신의 원천

인터넷 기반인 월드와이드웹, 세계 이동통신기술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GSM, 개방형 PC 운영체제(OS)인 리눅스, 디지털 문화를 바꿔놓고 있는 MP3 기술의 탄생지는 어디일까? 많은 사람이 이 기술의 원산지가 미국인 줄 안다. 하지만 이 기술과 아이디어의 발원지는 유럽이다. 그런데 정작 이 아이디어가 만개한 곳은 미국이다. 왜 그랬을까?

많은 전문가는 기업가 정신의 차이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돈 버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고 ‘돈 번 사람’을 존경하는 프로테스탄트적 직업윤리, 다른 말로 기업가 정신이 미국에 충만해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사업이나 비즈니스로 연결시키는 탁월한 힘이 미국에 존재한다. 시장원리와 경쟁, 개인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충만할 수밖에 없다.

반면 개인의 성공보다 공동체, 사회, 연대가 강조된 유럽에서는 치열한 개인 간의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근대 이후 200여 년에 걸쳐 형성된 앵글로색슨 모델(미국, 영국)과 라인란트 모델(독일)의 차이점이 200년 뒤에는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까지 바꾼 셈이다.

기업가 정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한 덕에 미국엔 전 세계 ‘선수’들이 모여든다. 미국인은 물론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전 세계에서 거대한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은 모두 미국행 비행기를 탄다. 그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이다.

미국의 규제가 기술발전에 발맞춰 빠르게 진화한 것도 기업가 정신을 살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법령을 제정하는 것에 비해 빠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법에 유연성을 두고 있다. 전경련에서 나온 ‘주요 업종의 한·미 간 규제 현황 비교 및 개선방향’은 미국에 비해 미비(기술 발전 등 현실과 괴리)한 우리 제도를 지적하고 있다.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제도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IPTV 서비스 등 방통융합 서비스 도입 근거법령이 없는 실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5월 초 IPTV 시행령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보고서에서 “서비스 도입이 늦어져 국제적 기술 시장 선점 경쟁에서 도태될 우려가 있으며 각종 생산, 고용창출 등 기회비용이 생겨났다”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미국은 별도 근거 규정을 두지 않고 연방통신위원회가 재량으로 IPTV 서비스 도입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금융 관련 법을 마련할 때도 규제보다는 기술 중심으로 사고한다. 한국은 제한적 열거주의를 채택하는 데 비해 미국은 포괄주의(negative)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과 같이 제한 항목을 미리 확정해 놓으면 금융기술 발달로 급격히 개발되고 있는 금융상품을 소화하기 어렵다. 반면 미국은 새로운 금융상품이 계속 쏟아져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일본의 기업가 정신은 미국과는 다르다. 전형적인 제조업 국가인 일본은 장인정신을 통해 기업가의 사회적 가치를 찾는다. 일본말로 모노쓰쿠리(좋은 물건 만들기) 정신이야 말로 일본 기업의 세계적 경쟁력은 물론 기업가들의 자부심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일본인들은 경영자와 노조원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모노쓰쿠리 정신을 공유한다. 그 정신 앞에 반기업가 정서는 없다. 이 정신은 물건을 ‘잘’ 만드는 기술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삶의 태도까지를 포함한다.

이들은 누구나 존경한다. 한국방송통신대 정진성 교수는 “일본은 자본주의 도입 이전부터 기업 공동체적 관념이 있어 반기업 정서가 한국에 비해 적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 기업이 일본으로 돌아오는 현상도 모노쓰쿠리 정신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물론 여기에는 일본 정부가 규제를 없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었다는 것도 큰 이유가 된다.

2002년 수도권 등 기존 도심권역에 공장을 지을 수 없도록 한 공장제한법이 폐지됐다. 한 수 앞선 일본도 이미 규제개혁을 실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