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찬바람 몰아친다
제조업체 이전·도산 잇따라 … 높은 인건비 등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 탓 |
위안화 평가절상, 세제 개혁, 자원과 환경부문의 규제 강화, 신 노동계약법의 시행…. 중국 제조업계가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중국 기업인들이 중국 탈출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환경이 크게 악화되면서 중국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06년만 해도 생산품의 90% 이상을 해외시장에 내다 팔았지만 2007년 들어 해외 판매 비중은 전체의 80%로 떨어졌다. 매출액의 5~6%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고유 브랜드 개발에도 적극 노력 중이다”라고 쑤저우에 위치한 구더전자의 카오위뱌오 이사는 말했다. 매달 다이오드 2억5000만 개를 생산, 세계시장 점유율 8~9%를 차지하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2년 동안 악화되고 있는 가공무역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일찍 구조조정을 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현재 실적도 상당히 양호하다. 만약 그때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것”이라고 쿤샨에 있는 쥐펑기계의 차이이밍 이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회사는 4년 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회사 경영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모두가 밑지는 장사 하고 있다” 기존 피혁 가공기계 제조에서 기술수준이 높은 제강 등 중대형기계 제조업체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 회사는 지금 50%는 일본 기업으로부터 하청생산(주 목적은 일본 기업의 선진 기술 습득)을 하며, 나머지는 자체 생산해 중국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쿤샨시 대만투자기업협회 감사이기도 한 차이이밍 이사장은 “각종 비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윤이 형편없는 경기계 생산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가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 피혁 가공기계 판매 가격은 10년 전 480만 위안이었으나 최근 시세는 260만~270만 위안으로 뚝 떨어졌다. 원래 나처럼 피혁기계를 수출하는 대만 기업은 5개사였으나 지난해 1개사가 도산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광저우시 강베이(崗貝) 거리 양측에는 일반 아파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의류 가공공장이 길게 늘어서 있다. 건물 한 동마다 30~40개의 소규모 공장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여기가 바로 주장 삼각주 지역에서 중소형 의류 가공업체가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건물 외벽과 길가 전신주에는 크고 작은 건물 매각 전단이 너저분하게 붙어 있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과거 영화를 누리던 때 이곳 빈터에서는 수백 개의 기업이 한 명이라도 더 직공을 뽑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곤 했다. 그러나 지금 이러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오피스 빌딩 절반 이상 텅텅 비어 광저우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둥완(東莞)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둥완시 대만투자기업협회 부회장이자 용푸그룹(永普集團) 이사장인 린스밍(林世銘)은 “작년만 하더라도 직공 모집하기가 어려웠지만 올해 들어 사람 구하기가 쉬워졌다. 많은 기업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 수를 줄인 데다 적지 않은 공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곳 주변만 하더라도 100여 개 기업 중 20여 개 이상이 도산했다”고 밝혔다.
허우제전(厚街鎭)에 위치한 하오판(濠畔) 광장. 한때 ‘세계의 신발 제조기지’라는 간판이 인상적이었던 이곳은 작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빈방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이제는 사무 빌딩의 절반 이상이 텅 비어 있는 상태다. 둥완시 완구제조 업체에 금속 부품을 납품하는 제다금속(捷達五金) 구샤오펑(古曉峰) 사장은 “최근 접촉한 20개 완구업체 중 18개 기업이 생산라인을 장시(江西)·광시(廣西)·허난(河南) 등 내륙 지역으로 이전했고, 나머지 2개 기업은 아예 베트남으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최근 베트남을 다녀온 한 기업인은 “교통도 혼잡하고 거리는 온통 오토바이 천지다. 인프라 역시 낙후되어 있다. 10여 년 전 중국과 흡사하다”며 “그러나 베트남 노동자의 최저 임금은 월 50달러, 즉 350~400위안에 불과하며, 외자기업 유치를 위해 8년 동안 소득세 감면 혜택을 주기도 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시성의 인건비는 둥완과 비교해 1인당 월평균 200위안이 싸다. 6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공장이라면 1개월에 120만 위안을 절약할 수 있고, 1년이면 약 1500만 위안을 아낄 수 있다. 공업용 전기 사용료도 둥완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제조업체 사장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문제가 인건비, 전기세, 물류비용인데 공장을 이전함으로써 이러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면 어느 누가 외면하겠는가? 아시아신발협회에 의하면, 광둥성 소재 제화업체 중 25%가량이 베트남, 인도, 미얀마 등 동남아로 공장을 이미 이전했다. 절반가량은 중국 내륙 지역인 후난, 장시, 광시, 허난성 등지로 이전하고, 나머지 25% 정도만이 관망 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장 삼각주 지역에 위치한 노동집약 산업 기업들과는 달리 창장 삼각주 지역에 소재한 기업들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상하이 차오허징(漕河涇) 수출가공구에 위치한 잉순다(英順達) 과학기술유한회사는 HP, 도시바, 지멘스 등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OEM으로 납품 중이다. 노트북 컴퓨터 생산량이 2년 전 1000만 대에 달해 세계 5대 생산 공장 중 하나인 잉순다는 노트북 한 대 생산할 때마다 약 40달러를 번다. 쿤샨에 있는 대만 투자기업인 런바오(仁寶) 컴퓨터의 경우 이윤율이 이보다 약간 더 높다. 창장 삼각주 지역은 부품조달이 용이하고 물류조건도 양호한 반면, 주장 삼각주의 대표적인 산업인 완구 제조업체의 이윤은 불쌍할 정도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완구 하나를 팔아 손에 쥐는 돈은 3위안에 불과하다. 한계기업들의 공장 이전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지방정부도 이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관내 기업의 폐업이나 이전은 산업 공동화와 함께 지역경제 발전 및 세수, 취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광둥성 왕양(汪洋) 당서기는 “오늘 구조조정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면, 내일이면 필연적으로 강제 구조조정되고 말 것”이라며 “둥완은 저부가가치 노동집약 산업은 퇴출시키고, 제품 기술 수준을 높여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현대화된 서비스 업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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