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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잔치 뒤 고통 기다린다

도일 남건욱 2008. 8. 29. 19:06

흥겨운 잔치 뒤 고통 기다린다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
물가 등 각종 경제지표 악화 … 중국 정부는 올림픽 효과 낙관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새둥지)에서 벌어진 불꽃놀이.


개방 30년을 맞은 중국은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이었다. 쉼 없이 달려온 중국은 올림픽을 계기로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중국 경제에도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성장률은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위기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올림픽 이후 거대 중국은 어떻게 될까? 현지 취재와 국내 전문가들을 통해 중국의 미래를 진단해 본다.
지난 7월 30일 오후 베이징 서역 대합실. 행색이 남루한 40대 남자가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을 허(赫)씨라고 밝힌 이 남자는 베이징에서 일자리를 잃은 농민공(농촌 출신 일용 노무자)이다.

그는 “베이징에서 버티면서 돈벌이를 해야 하는데 일자리도, 잠잘 곳도 마땅치 않아 집으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7월 20일부터 두 달간 베이징 안팎의 3000여 개 공사 현장이 전면 공사 중단에 들어갔다. 허씨와 같은 농민공들은 고향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간쑤(甘肅)성 징위안(靖遠)현 출신인 허씨는 6년 전 베이징에 왔다. 베이징이 올림픽 개최권을 따낸 뒤 전역에 대규모 토목공사 붐이 일 때였다. 허씨에게 매달 1500위안(약 23만원) 벌이는 큰돈이었다. 그는 “고생을 하면서도 매달 집으로 1000위안을 송금하는 게 유일한 낙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허씨는 자신이 일하던 베이징 남부 펑타이(豊臺)구의 아파트 공사 현장이 7월 17일 문을 닫은 뒤 베이징 외곽의 고향친구 집에 머물면서 막일거리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허씨 처지의 농민공이 10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일감이 있을 턱이 없었다.

농민공은 베이징에서 돌아다니기도 어렵다. 올림픽을 앞두고 도처에서 벌어지는 불심검문에서 외지 출신인 농민공은 단속의 표적이다. 허씨는 “올림픽 덕으로 몇 년 생계 걱정 없이 잘 살았는데 올림픽 때문에 다시 일자리를 잃고 고향에 가야 한다. 이런 현실이 믿어지느냐”고 되물었다.

후진타오(湖錦濤) 국가주석은 2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베이징 올림픽을 ‘중화의 부활’이라고 선언했다. 19세기 서구의 침탈로 짓밟힌 중화제국의 자존심을 올림픽을 통해 드높이겠다는 의미다. 중국의 바람은 각각 1964년과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한 일본과 한국의 길을 따르는 것이다.

일본은 올림픽 개최 후 국민총소득(GNI)이 23조4000억 엔(1964년)에서 49조9000억 엔(1969년)으로 뛰었다. 한국도 같은 기간 136조원(1988년)에서 290조원(1993년)으로 급증했다.

중국도 올림픽을 디딤돌로 경제성장을 지속해 2020년까지 중산층을 5억 명으로 늘리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만드는 목표를 세웠다. 샤오캉 사회가 되면 허씨와 같은 농민공도 중산층으로 편입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당분간 최소 8%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이뤄야 한다.

그런데 요즘 여기저기서 올해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IMF·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국제기관에서부터 스탠더드차터드·리먼브러더스·크레디트스위스 등 다국적 금융회사들 모두 한목소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최악의 경우 7.2%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내부에선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는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다. 문제는 하락이 완만할 것인가, 급격할 것인가다”(가오후이칭[高輝淸] 중국 국가정보중심 발전전략처장)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올 벽두만 하더라도 이 같은 전망은 찾기 힘들었다. 지난해 중국 경제가 최고의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 11.4%, 국제수지 흑자 2622억 달러, 외환보유액 1조4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너무 잘나간 게 잘못이었다. 당장 경기과열 우려가 나왔다.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최소 1%포인트 상회한 것으로 분석된다(삼성경제연구소).

경제의 과열현상은 가뜩이나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를 기록했다. 3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인플레이션과 경기 과열을 동시에 잡겠다는 ‘량팡(兩防)’ 정책을 보고했다.

이후 강력한 긴축정책이 펼쳐졌다. 해외 인플레이션이 국내로 전이되는 부분을 흡수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을 용인했다. 상반기 중 위안화 가치는 6.5% 올라 작년 연간 절상폭(6.9%)에 육박했다.

지난 7월 16일엔 달러당 위안화가 사상 최고치(6.8109위안)를 기록했다.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지급준비율도 올렸다. 올 6월 지준율을 0.5%포인트씩 두 차례나 인상했다.

중국인민은행은 이미 지난해 기준금리인 1년 만기 예금금리를 올 들어 6차례에 걸쳐 1.35%포인트 인상했다. 또 수출 증치세 환급률을 내렸다. 숨을 고르면서 이 참에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물가 상승이 좀처럼 안 꺾인 것이다. 고유가와 올 들어 잇따른 폭설·수해·지진 등 자연재해의 영향이었다.

베이징에서 7년 넘게 살았던 교민 이태희씨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100위안 갖고 세 식구 일주일 치 장을 볼 수 있었다. 요즘엔 어림도 없다. 쇠고기 1㎏이 15위안에서 30위안으로 올랐다. 한국에서 1만원 갖고 장 볼 엄두가 안 난다고 하는데 중국도 비슷한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초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올 2월 8.7%를 찍은 뒤 6월 7.1%로 약간 내려갔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8.8%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PPI를 CPI의 3개월 선행지수로 평가한다. 중국에선 그보다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곽복선 KOTRA 베이징 무역관장은 “물가상승을 주도했던 돼지고기 값이 안정됐고, 정부의 강력한 가격통제 때문에 일단 진정됐다. 그러나 아직도 압박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위안화 절상은 핫머니 유입을 가져왔다. 중국 공상은행은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 1조8100억 달러(6월 말 기준) 중 5000억 달러 이상이 투기 성격을 띤 자금이라고 추정했다.

황규광 무역협회 베이징 지부장은 “핫머니는 감시를 피해 외국인직접투자(FDI)와 무역대금을 통해 유입되기 때문에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은 산업 고도화 정책과 맞물려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평균 수익률이 3.3~4%인 중국 의류산업의 경우 위안화가 1% 절상하면 수익이 4%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무역흑자 증가율은 올 4월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6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이어갔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만 6만7000여 개 중국 기업이 도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4년 40%에 달했던 연간 수출증가율은 올해 2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문제를 중국 지도부는 잘 알고 있다. 지난달 25일 최고 권력기관인 중앙정치국회의에서 향후 거시경제 정책의 방향을 확정했다. ‘량팡’에서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 물가는 통제하는 ‘이바오이쿵(一保一控:하나는 유지, 다른 하나는 통제)’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뚜렷한 성장 둔화세와 이에 따른 부작용 때문이다. 위안화 절상 폭도 조정될 조짐이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는 ‘위안화 환율 탄력성 강화’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상속도를 늦출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불러왔던 대외여건이 안 좋다는 점이다. 지성규 하나은행 중국법인 부행장은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만이 독야청청(獨也靑靑)하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이 외줄타기와 비슷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금리를 올릴 경우 주가·부동산의 추가 하락을 가져오고 핫머니 유입을 불러올 수도 있다. 물가를 잡으면서 성장을 지속하기도 만만찮은 목표다. 핫머니는 막고 투자를 풀기는 쉽지 않다.

박한진 KOTRA 중국팀 차장은 “한쪽을 막으면 다른 한쪽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중국 경제에 민감한 한국으로선 올해와 내년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이 경제에 도움 될까?
“재정 부담에 성장률 급락할 것”

올림픽 기간 중에도 베이징에서 호텔을 구할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다. 물론 3, 4성급 호텔의 경우지만. 베이징 시내 호텔들은 요즘 방이 남아 방값을 내리면서까지 손님을 끌고 있다. 특수를 노려 4~5배 가격으로 예약을 받거나 예약이 다 찼다며 배짱을 부리던 올 초와는 정반대다.

까다로운 비자 발급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준 탓이다. 이 때문에 올림픽 관광객은 280만 명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노동절 황금연휴 때 베이징 방문객(7376만 명)의 3.8%에 불과하다.

올림픽은 스포츠 제전인 동시에 ‘머니 게임’이기도 하다. 엄청난 돈이 투자되며,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개최 도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수익금을 배분 받는다. 인프라 투자는 생산유발·고용창출로 이어진다. 올림픽 개최에 따른 이미지 개선도 거둔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1984년 LA올림픽의 직·간접 경제적 효과는 23억 달러에 이른다. 88년 서울올림픽은 25억 달러,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은 51억 달러,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은 65억 달러로 추산된다.

반면 올림픽의 경기부양 효과는 일시적이며 대부분 국가에서 올림픽 이후 경제성장률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일부 국가는 올림픽 후유증을 얻기도 했다.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의 투자 비용은 24억 달러였다. 당초 예상의 20배 수준이었고 결국 12억2800만 달러 적자를 봤다. 이후 몬트리올시는 ‘올림픽 특별세’를 만들면서까지 빚을 갚아야 했다. 올림픽 부채는 2006년 11월에서야 청산됐다.

92년 올림픽을 연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86~93년 부동산 가격이 250~300%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급락하면서 장기불황을 겪었다. 경기를 회복하는 데 6년이 걸렸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치른 그리스 정부의 예산적자는 그해 GDP 6%에 달했다.

베이징 올림픽의 대차대조표는 어떻게 나올까. 중국과 밖의 전망이 사뭇 다르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는 최근 올림픽 비용이 모두 2950억 위안(431억 달러)이라고 발표했다. 가장 비싼 올림픽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예산(150억 달러)의 두 배를 뛰어넘는다.

그래도 BOCOG는 가급적 비용을 아낀 ‘경제적 올림픽’이라고 자평한다. 재원을 마련하는 데 중앙·지방정부 예산이 투입됐고, 공적자금 융자와 홍콩·마카오·대만 등에서 보낸 후원금도 있다. 또 선수촌·미디어 빌리지·올림픽 공원 등의 건설 자금은 모두 기업들이 냈다.

경제적 효과는 장밋빛 일색이다. 중국국가통계국(NBS)은 300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 올림픽 경제연구회는 직접 수익만도 20억 달러로 추정했다. 린셴펑(林顯鵬) 중국 국가체육총부 정보센터 부부장은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는 717억6000만 달러(2003~2010년)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외신은 부정적 의견이 강하다. 미국의 외교정책 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재정 부담에 올림픽 개최국들의 성장률이 급락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른바 밸리효과(valley effect)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올림픽 개최 이전에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으나 올림픽 직후 경제성장률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흰 코끼리(white elephant·애물단지)’ 효과를 경고했다. 시드니나 아테네의 올림픽 시설 상당수는 현재 방치된 실정이다.

표민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올림픽 관련 간접투자 대비 직접투자 비율이 0.94다. 21~28회 대회 평균 0.76을 넘는다. 그만큼 투자수익 회수가 힘든 경기장 등 시설을 많이 지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론도 거세다. 무엇보다 중국의 경제규모가 크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비교가 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 베이징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또 인프라 구축은 2010년까지로 예정된 것을 2년 앞당겼을 뿐이라는 것이다. 판강(樊綱)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장은 “아직도 인프라 투자 수요가 많기 때문에 밸리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 린솽린 베이징대 재정학 교수
“펀더멘털에 문제없다”

린솽린 베이징대 재정학 교수는 “중국 정부도 공급 중심의 경제학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네브래스카 주립대학 경제학과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 왜 공급 중심 경제학인가?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통해 수요 중심 경제정책을 폈다. 개방 이후 중국 경제는 많이 발전했다. 이젠 고도화 단계에 이르렀다. 기업의 세금부담을 덜어줘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 중국 경제가 올림픽 이후 어려울 것이란 예상에 대해선.
“경제개방 30년이 지났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경제개발 30년 만에 공업화를 달성했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의 규모가 크고 아주 가난했기 때문에 아직도 진행 중인 것이다. 중국 경제는 펀더멘털에서 문제가 없다. 높은 교육열로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이 매년 쏟아진다. 저축률이 40%가 넘는다.”

- 올림픽 이후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란 보도도 있는데.
“정부가 쉽게 결정하지 ㅇ낳을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 주식·부동산이 더 떨어진다. 파급효과를 봐가며 금리를 조정할 것이다.”